"중국 넘어간 금형, 주조 한국 불러들일 것"

센트롤 김형중 부사장 인터뷰..."3D프린팅으로 금형, 주조 혁신"

인터뷰입력 :2018/06/24 10:27    수정: 2018/06/24 11:05

센트롤은 국내 3D프린팅 산업에 뛰어든 1세대 기업 중 하나다. 1985년 CNC 컨트롤러 제조기업으로 시작해 2013년부터 기업부설 3D프린팅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사업화에 들어갔다. CNC컨트롤러를 만들며 확보한 제어기술이 3D프린팅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센트롤이 금형, 주조산업을 3D프린팅 사업의 핵심 시장으로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왔다고 하지만 금형, 주조산업은 사람들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뿌리산업으로 ‘3D프린팅과 결합’된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져나갈 것이란 시각이다.

19일 기자와 만난 김형중 부사장은 “센트롤은 3D프린팅 산업을 준비할 때부터 금형, 주조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처음으로 개발한 3D프린터 ‘3D SS600’도 산업용 주물사 장비다. 중국 등 다른 나라로 넘어간 금형, 주조산업을 다시 한국으로 불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중 센트롤 부사장이 당사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TV나 액세서리부터 미래 산업으로 불리는 로봇, 전기자동차 등 대다수 제품들이 금형, 주조산업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장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김 부사장 시각이다.

김 부사장은 3D프린팅은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금형, 주조산업을 안전하고 쉽고 편하고 더 저렴하게 만들어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화장품 용기업체와 협력해 주조 과정에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사출해보니 개당 110초 걸리던 시간이 60초대로 줄었다”며 “사출 개수가 늘어날수록 기업이 버는 시간, 경제적 가치가 커지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 주조소는 이미 일부 공정에 3D프린팅을 적용하고 있다. 쇳물 붙는 작업도 안전하게 기계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견, 중소기업 중에는 금형 과정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신제품 연구 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며 “금형 하나 뜨는 비용이 최소 몇 천에서 2억원 정도인데 3D프린팅을 활용하면 훨씬 저렴한 비용이 든다“고 덧붙였다.

3D프린팅과 국내 금형, 주조산업이 결합하면 생산비, 인건비 등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이 가능하고 기술 유출 위험도 적다는 주장도 내놨다.

“현재 국내를 비롯한 세계 기업들이 금형, 주조 과정을 중국에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설 공장이 빠져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 경쟁력이 녹아있는 금형이 중국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금형은 지적재산권과 같다. 기업 몰래 해당 금형으로 제품을 찍어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중국이나 인도, 파키스탄이 하고 있는 금형, 주조 과정을 3D프린팅으로 한국이 맡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센트롤은 금형, 주조산업에 효과적으로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내외 주조소 현장을 찾고 있다. 단순히 장비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공정에 어떤 식으로 3D프린팅을 적용할지 학습하고 고객 주조소와도 함께 최적의 공정 과정을 고민해 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3D프린팅 적용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전체 공정을 3D프린팅으로 해야 한다는 편견”이라며 “협력 중인 치기공소에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임플란트에서 뿌리 부분이다. 처음부터 3D프린팅으로 제작하면 가격이 올라가지만 번거로운 주조 작업 중 일부분을 바꾼다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트롤은 이런 인식 개선과 학습이 쌓이면 향후 주조소에 제품 공급과 함께 효과적인 3D프린팅 접목 방안, 공정 개선 방법 등을 컨설팅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쟁력 위해 바인더 젯 개발 집중

김 부사장은 산업 현장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선박, 자동차, 중공업 등 분야 주물사 생산을 목표로 1미터(M) 크기 출력물을 적층할 수 있는 산업용 바인더 젯 3D프린터 SB1000을 개발 중이다. 이밖에 철계 금속 소재를 사용하는 산업용 금속 바인더 젯 장비도 개발 중이다. 해당 장비는 주물사가 아닌 실제 제품을 뽑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바인더 젯이 현재 산업용 3D프린터로 주목받는 분말 적층 용융(PBF) 기반 레이저 소결(SLS) 방식 금속 3D프린터보다 출력 속도가 빠른 점에서 주목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산업용 금속 3D프린터는 독일 이오에스 제품 점유율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이오에스는 주로 선택적 레이저 소결(SLS) 방식을 채택하는데 20년 정도 뒤진 센트롤이 똑같이 사업모델을 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많이 쓸 수 있는 것, 우리가 목표한 시장의 최종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장비를 고민해 바인더 젯을 채택했다. 바인더 젯 3D프린터는 대형 출력물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바인더 젯 기술력은 센트롤도 갖췄다. 주조형 바인더 젯 3D프린터를 개발한 곳은 독일, 미국 기업과 함께 센트롤 3곳뿐이다.”

최종 사용자들이 바라는 더 우수한 장비, 또한 그 장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기 위해 센트롤은 해외 연구소, 기업들과 연구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외 의료 등 새로운 산업 분야 관련 연구도 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독일 최고 응용과학 연구소 프라운호퍼와 소재 연구개발 중이다. 다른 독일 화학업체와도 협업 중이며 스마트 주조소와 주조 솔루션 개발도 하고 있다”며 “국내 원자력발전소 펌프 대부분을 납품하는 미국 펌프, 밸브 전문기업과도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업무협약을 맺은 의료 정보기술(IT)기업 아이티티와도 협력해 외과 임플란트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트롤이 출력 서비스로 만든 야구구단 두산베어스 피규어 시리즈.(사진=지디넷코리아)

■ “장비 기업은 출력 서비스 반드시 해야”

이밖에 센트롤은 3D프린팅 서비스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모든 고객들이 3D프린터를 쉽게 구매할 수 없는 데다, 시제품 주문에도 적극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귀금속, 피규어 출력 서비스는 3D프린팅 사업의 활용성에 대해서도 알리는 목적도 있다.

김 부사장은 “울산에 내년 3D프린팅 서비스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부천에는 이미 3D프린팅 금형센터인 센트롤 플러스도 만들었다. 지난 5월부터 피규어 등 출력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서비스 센터로 우리가 개발한 장비에 대해서 더 잘 알고 개선할 수도 있다. 3D프린터 기업은 서비스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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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노력으로 센트롤은 현재 기존 사업이던 CNC 컨트롤러 사업보다 3D프린팅 사업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일본, 중국 등에 3D프린터를 수출했으며 러시아, 인도, 독일에도 총판 계약을 진행 중이다.

김 부사장은 “CNC 컨트롤러 사업과 3D프린팅 사업 매출 비중이 3 대 7 수준이다. 3D프린팅 사업을 보면 장비와 서비스 비중이 7 대 3이며 앞으로 서비스 비중을 60%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 실적도 늘고 있다. 오는 8월 초 일본 업체 몇 곳이 본사를 찾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