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레이팅은 정말 소비자에게 유리할까

[긴급진단- 망중립성④] "통신비 절감"vs"비용 전가"

인터넷입력 :2018/06/25 15:50

김윤희, 안희정 기자

미국이 망중립성 원칙을 공식 폐기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통신비 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로레이팅'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사업자(CP)와 통신사 간 제휴를 통해 특정 콘텐츠의 데이터 과금을 면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CP가 데이터 요금을 대신 내기 때문에 '스폰서 요금제'로 불리기도 한다.

통신업계에선 망중립성 완화 흐름과 함께 제로레이팅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망투자와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인한 금전적 부담을 덜면서 소비자들이 통신비 걱정 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통신업계의 논리다.

하지만 CP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제로레이팅이 과연 망중립성 원칙에 합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이 겉으로는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CP가 통신사에 지불하는 요금이 소비자들에게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월 나이언틱과 제로레이팅 제휴를 맺고 자사 이용자들에게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의 데이터 비용을 면제했다.

■ "제로레이팅, 소비자-통신사 일석이조"

제로레이팅에 대해 통신업계는 "나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비 부담은 줄여주면서도 네트워크 산업 발전도 저해하지 않는 대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는 통신사와 콘텐츠사의 협력을 통해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다"며 "ICT 인프라에 대한 이해관계자 공동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시장에선 제로레이팅 도입 과정에서 통신사들이 콘텐츠사업자를 상대로 '갑질'을 할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도 있다.

통신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땅이 넓은 만큼 망이 빽빽히 깔려 있지 않고, 각 지역마다 독점적인 이통사업자가 존재하다 보니 CP를 차별할 가능성이 있어 망중립성 같은 관련 규제가 발달해왔다"며 "반면 국내는 이통사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콘텐츠사업자를 차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경쟁적으로 콘텐츠들을 앞다퉈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로레이팅 확대 도입 논의는 지속적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통사는 통신요금 수준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을 피하는 게 과제이기 때문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4G보다 20배 가량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는 5G 시대에선 자연히 데이터 사용량도 급증할 것"이며 "제로레이팅의 통신비 절감 효과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CP "협상력 강한 대기업만 유리...이용자 부담 증가"

대부분의 CP들은 제로레이팅 활성화가 오히려 사업자 차별과 이용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신사업자와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중소 CP들은 시장에서 소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제로레이팅 대가로 CP들이 통신사업자에게 지급한 비용을 소비자로부터 보존하기 위해 서비스 이용료가 비싸질 수 있으며, 특정 통신사 이용자가 차별당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CP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동영상 서비스 하는 CP가 한 통신사와 제휴를 통해 제로레이팅을 도입했다면, 해당 통신사 가입자는 동영상을 데이터 요금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제휴에 대한 부담을 전체 사용자가 나눠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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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무료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이 통신사와 계약해 제로레이팅을 적용한다면, 광고로 그에 따른 지출을 보존하고자 할 것"이라며 "오히려 사용자 반발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통신사업자가 자사 서비스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하고 있는데, 아무리 정부가 다른 사업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제로레이팅 관련 계약을 하라고 해도, 내부거래는 알 수 없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보조할 가능성도 크다"며 "공정거래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