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블록체인 전문가 집단 될 것"

[방은주기자의 IT초대석] 김재윤 서울대 블록체인학회 '디사이퍼' 회장

인터뷰입력 :2018/06/26 09:49    수정: 2018/06/26 16:29

"우리나라 개발자 실력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선진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사이퍼(Decipher)'는 서울대 블록체인 학회다. 올해 3월 설립됐다. 가상머신을 전공하는 김재윤 석박사 통합 4년차 학생이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은 현재 36명이다.

최근 서울대 캠퍼스에서 만난 김재윤 회장은 디사이퍼에 대해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고 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연구단체"라면서 "블록체인이란 복잡한 세계의 암호를 해독하고 싶어 해독하다란 뜻을 가진 디사이퍼(Deciper)로 학회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회원 30여명 중 서울대 학부생이 14명, 석박사 및 포스닥 학생이 11명이다. 졸업생과 직장인 10여명도 회원이다. 설립 초기에 모임 전용 공간이 없어 힘들었는데 최근 서울대 인근 낙성대 근처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를 졸업(2010학번)했다. "블록체인은 혼자서 공부하기 힘든 분야입니다. 공부할 양이 많고 발전속도도 워낙 빠릅니다.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단체를 찾지 못해 직접 학회를 만들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8명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36명으로 늘었습니다.우리는 암호화폐 투자가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관심이 있습니다"고 밝혔다.

김재윤 서울대 블록체인학회 디사이퍼 회장.

김 회장은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일하는 시간도 많고 똑똑하다며 "미국에 버금가는 블록체인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단지 영어 실력이 부족한 건 흠이라면서 "프로그램 짜는 것만 보면 결코 미국 개발자들 못지 않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은 아직 '논란중'인 기술이다. 인터넷을 뛰어넘는 파괴적 기술인지, 단지 '융합'한 기술인지 전문가들마다 말이 다르다. 김 회장 생각은 어떨까.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봐야죠. 기존 패러다임에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여러 가지를 정책이 아닌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게 블록체인의 매력입니다"면서 "블록체인은 P2P 기술 뿐 아니라 게임이론 등 경제학 모델도 들어가 있는 그야말로 '융합'이 중요한 분야"라고 덧붙였다.

흔히 개발자 사이에서 받기만하고 공유 안하는 노드를 '거머리'라 부른다. 김 회장은 "블록체인은 이런 거머리도 없앨 수 있다"면서 "기존에는 애플리케이션 레벨에서 인센티브를 줬지만 블록체인은 시스템단에서 인센티브를 구현해야만 돌아가는 시스템이며, 이 것 또한 블록체인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 가상화폐공개(ICO)에 대해서는 "허용해야 한다"면서 "정치인도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해야 합니다. 기술을 이해해야 정책과 법제도를 제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왜 블록체인 플랫폼 '이더리움'을 만든 부타린과 '이오스'를 개발한 라리머 같은 큰 개발자가 왜 없을까.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외국은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매우 활성화돼 있고 학생 지원 프로그램도 잘 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학생이 무얼 한다면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디사이퍼 멤버들.

디사이퍼는 현재 블록체인 엔진도 개발하고 있다. 연말까지 완성할 예정이다. 교육을 위해 한국어로 된 자료도 만들고 있다. 오는 8월 11일에는 서울대 글로벌 컨벤션 플라자 대강당에서 150~300명이 모이는 컨퍼런스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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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는 '지속가능한 토큰 이코노미 설계를 위한 프레임워크' 등 토큰 이코노미와 디앱(Dapp), ICO, 스마트컨트랙트, 스케일러빌러티(확장성) 등을 다룬다. 블록체인 관련 외국 유명 개발자도 강연자로 초청하기 위해 섭외중이다.

김 회장은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기술 연구, 기술 검증, 표준 제시 등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주체가 필요하다"면서 "디사이퍼는 학술집단으로서 블록체인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할 뿐 아니라 국내 최고의 블록체인 인재 풀이 되는 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