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계열 그룹 일감 독점 어떻게 봐야 하나

[김상조 발언 파장] IT 업계 긴급좌담회

컴퓨팅입력 :2018/06/19 16:05    수정: 2018/06/19 17:3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 일가가 비(非)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에 대해 엄정 조사를 예고하면서, 타깃 업종으로 지목된 시스템통합(SI) 업계가 뒤숭숭하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태생적인 구조를 완전히 바꾸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18일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편집자주]

좌담회는 방은주 지디넷코리아 솔루션팀 팀장이 좌장을 맡았고, 한양대 임규건 교수(한국IT서비스학회 부회장), 중견 IT서비스 업체 VTW 조미리애 대표, 한국상용SW협회 조창제 회장,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채효근 전무가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한국상용SW협회 조창제 회장, VTW 조미리애 대표, 한양대 임규건 교수,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채효근 전무

이날 좌담회 패널들은 SI 업체가 총수 일가의 불법·편법적 경영 승계 통로로 이용되면 안된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그룹 내 IT 시스템 구축과 관리 사업을 SI 계열사에 몰아주는 행위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기업의 선택 사안일 뿐이라는 의견과 SW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이번 기회에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쟁점1] 한국 IT서비스 시장은 왜곡 됐나

한국 IT서비스 시장은 공공 시장과 민수 시장으로 나뉜다. 시장조사업체 KRG에 따르면 올해 IT서비스 분야 시장 규모는 약 12조9000억원대다. 이중 공공 부분은 3조8000억원 정도로 30%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 업체간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은 사실상 공공뿐이다. 민수 시장은 대기업마다 SI계열사를 설립하고 그룹 일감을 몰아주기 때문이다.

중견 IT서비스 업체 VTW의 조미리애 대표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시장에 공정한 질서가 유지되고 있느냐는 관점에서 한국 IT 서비스 시장은 왜곡 됐다"고 진단했다.

"대기업들이 IT서비스 계열사를 두고 그룹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기 때문에 (경쟁) 시장 자체가 적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위가 IT서비스 산업에 공정성을 세우는데 칼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상용SW협회 조창제 회장도 "민수 시장도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내부 거래 비율을 낮추는 데만 집중하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내부 거래 비율을 낮추기 위해 공공이나 교육 시장에 대기업 계열이 참여해 저가로 수주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반대로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채효근 전무는 현재 IT서비스 시장 구조는 "시장주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은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우리는 1993년 각 사에 흩어져 있던 전산실을 모아 하나의 기업으로 세우는 것이 규모의 경제에 맞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어서 IT서비스 계열이 만들어졌다"며 "이후 경영권 불법 승계에 이용된 것은 문제이고 문제만 도려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쟁점2] 보안 직결되는 그룹사 IT시스템 구축, 외부 업체에 맡길 수 있나

SI가 일감 몰아주기 예외 업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선 '보안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를테면 삼성의 휴대폰·반도체·물류 IT시스템 LG CNS에 맡길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IT시스템은 기업의 핵심 기술력, 노하우와 직접 맞닿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채 전무는 "사업 비밀을 공유할 수 없으니까 내부 계열사에서 소화할 수 밖에 없다"며 "노하우가 없는 기업은 세계 1등이 될 수 없는데 그걸 관리하는 게 SI계열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업에 LG CNS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은 보안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들이 계열사 SI업체를 다 가지고 있는 탓에 IT서비스 전문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든 진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조미리애 대표, 채효근 전무, 임규건 교수, 조창제 회장

조미리애 대표는 "보안 문제는 왜 우리나라만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진짜 보안이 문제라면 액센추어, IBM, 딜로이트는 어떻게 사업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실제 보안에 대해선 계약서에 명시할 수 있고 내부 인력이 특정 부분만 수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임규건 교수는 "대기업 입장에서 다른 기업에 오픈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누가 해도 상관 없는 사업도 있을 것"이라며 후자는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 교수는 또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길 수 있는데 인위적인 정책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3]SI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한국 IT서비스 산업 발전에 도움 될까

공정위의 SI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한국 IT서비스 산업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외형 수조원 규모의 대기업 SI업체가 사라지면 IT산업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EDS나 액센추어 같은 경쟁력 있는 전문 IT서비스 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길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채효근 전무는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를 없애라고 하면, 각 기업들이 전산실 시대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그 결과 매출을 수조원 규모로 끌어올린 전문 대기업이 없어지게 되고 전체 IT 서비스 시장 또한 반토막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채 전무는 "시장주의·실력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IT서비스 업체들에 대한 수행능력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분야별, 솔루션별, 도매인별로 수행능력 평가를 해서 누가 잘하는지 오픈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 회장은 "컨설팅 아웃소싱까지 가능한 IT 전문기업이 성장할 수 시장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이런 기업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리애 대표도 "시장이 축소된다고 하는데 아무도 진입하지 못하는 시장은 애초에 없는 시장"이라고 꼬집으며 "대기업들이 시장을 다 쥐고 있으니 자유경쟁할 수 있는 시장은 공공밖에 없고, 금융 시장은 (차세대 구축)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꾸준한 시장이라고 보기 어려워 국내에서는 IT 관련 유니콘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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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룹에서 계열 SI업체 사업을 보장해줬는데 대외 경쟁력은 없고 글로벌 경쟁을 못하고 있다"며 "똑똑한 중견 전문 기업을 키워야 한국 IT서비스 산업 저변이 확대되고 그런 관점에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법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며 "(발주) 기업의 경쟁력 저해를 최소화하는 현명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원론적이지만 IT서비스 기업들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만, 인위적인 통제는 시장에 역효과를 가져 올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