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불허 고수하는 한국에 주는 스위스의 조언

"자율 규제와 함께 당국의 방향성 적절히 제시돼야"

금융입력 :2018/06/14 17:56    수정: 2018/06/14 17:57

정부가 코인공개상장(ICO·Initial Coin Offering)을 전면 금지하면서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ICO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스위스의 관계자들이 내한해 조언하는 자리가 마련돼 주목을 끌었다.

스위스 정부 및 업계 관계자는 1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컨퍼런스'에 참석해 블록체인과 ICO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자율 규제와 동시에 규제 당국의 방향성이 적절히 제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지속가능한 규제·자율 규제 필요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 ICO 가이드라인 전문가이자 크립토밸리연합회 회장인 마티아 라타기.(사진=지디넷코리아)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ICO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2017년 9월에 내놓고, 올해 2월에는 ICO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가이던스는 ICO시 참조해야 하는 금융법에 대한 내용에 토큰을 기능상으로 분류하고 프리세일(Pre-sale)을 거치는지, 기능이 섞인 하이브리트 토큰은 어떤 법을 지켜야하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 ICO 가이드라인 전문가이자 크립토밸리연합회 회장인 마티아 라타기는 "스위스는 자율규제부터 가이드라인까지 개척해왔다"면서 "기회주의적인 접근이 아닌 지속가능한 접근으로 규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는 가이던스가 있다하더라도 ICO 개별 건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 자율 규제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마티아 라타기는 "경우에 따라 맞게 규제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업계가 성장할 수록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어 이를 존중해야 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제기관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업계가 자율적으로 룰을 만들어서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업계가 지속 가능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라타기가 이끌고 있는 크립토밸리연합회에서는 올해 1월 자체 행동규범을 만들었다. 두 페이지에 걸친 자체 행동규범에는 ICO 대상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리스크를 평가하고 공시해야 하며, 고객 기록 관리 등도 필수다. 법규 준수 여부에 대해 제3자 검증도 받아야 한다. 이런 자율 규제에 대해 라타기 회장은 "투자자 보호와 지속가능한 투자에 기여하게 되며 결국 생태게를 조성하는 것을 돕는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주크의 마티아스 미셸 경제장관.(사진=지디넷코리아)

■ 필요한 만큼의 규제와 배우려는 열린 마음

스위스 주크에는 400개 이상의 블록체인 관련 기업이 모여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ICO 6건 중 4건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주크의 마티아스 미셸 경제장관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린 마음이 이끌어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금지하면 어떤 것도 배울 수 없다. 학습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며 "스위스는 규제당국은 필요한 만큼만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스위스 중앙정부와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크립토밸리의 확장을 위해 논의 중이다. 미셸 장관은 "이를 통해 법안과 관련된 문제를 해소하려고 하고 있다"며 "학계와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중앙정부에 블록체인 규제 제안을 하고 있으며, 민간 부문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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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위스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법이 같은 한국과 다르게 한 주(칸톤·Canton)마다 적용할 수 있는 법이 다르다. 한 주가 한 국가와 다름없다. 분권화된 국가 구조도 주크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결국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스위스대사는 자율적인 환경을 조성해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스텔무르 대사는 "정부와 민간, 기업, 학회 등 법과 기술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스위스 크립토밸리의 성장을 사례로 거론했다. 그는 "주크라는 작은 도시에서 2년 전 시작된 크립토밸리의 영역이 스위스 영역이 넓어졌다. 결국 한국과 스위스의 이익 도모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