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인도에서 저가 전략으로 삼성 추격

'샤오미 모델' 벤치마킹 하며 온라인 유통 현지화

홈&모바일입력 :2018/06/14 08:25    수정: 2018/06/14 08:25

화웨이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 모바일 시장에서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을 보이는 인도는 화웨이에 있어 '아픈 손가락'이다. 자국 경쟁상대인 샤오미가 시장 1위를 차지하면서 삼성전자까지 넘어섰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는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인도소비자사업그룹 CEO인 피터자이(Peter Zhai)를 펑차오(Peng Chao)로 교체하면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피터자이 CEO는 이미 중국으로 돌아왔다.

유통채널 컨트롤타워도 메스를 댔다. 인도소비자사업그룹의 부총재인 인도 현지인 임원 피산지브(P Sanjeev)가 온라인 유통채널까지 관리하도록 하고 상품센터 이사 알렌왕(Allen Wang)에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맡겼다.

■ '현지화' 고삐...'미들-하이엔드'에서 '로우엔드' 전략으로 선회

산지브 부총재의 역할 확대는 인도인 임원을 통한 유통 현지화에 힘을 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샤오미가 앞서 인도 시장 실적을 위해 현지인 마누 쿠마 자인(Manu Kumar Jain)을 임용, 이후 톱5에 진입했던 전력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산지브 부총재는 본래 화웨이의 장비 판매 총괄이었다. 지난해 소비자사업그룹 부총재로 임명된 이래 인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여해왔다. '인도 퍼스트' 전략을 추진해온 그가 온라인 유통까지 총괄하게 되면서 역할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앞서 샤오미가 온라인 시장을 텃밭삼아 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과 연관이 있다. 중국 브랜드 오포(OPPO)가 지난달 온라인 브랜드 '리얼미'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는 인도 시장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격 전략도 수정한다. 그간 인도에서 판매된 휴대전화 가격이 높아 판매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 저가 전략으로 선회했다.

산지브 부총재에 따르면 인도 시장은 '판매량 증가'를 위한 핵심 시장으로 판매가가 1만 루피(약 15만 9천800원) 이하인 휴대전화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급선무다. 1만 루피 이하 시장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화웨이가 자사 저가 브랜드 '아너(honor)'를 통해 인도에서 1만 루피 이하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화웨이는 이를 위해 앞서 플렉스(Flex)와 협력해 인도 첸나이에 공장을 설립했다. 올해 2월 인도 정부의 관세 인상에 대응하면서 인도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최근 인도 인구는 13억 명에 이르며 지난해 스마트폰 연간 판매량은 1.24억 대였다. 단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는 132달러(약 14만 2천300원)로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화웨이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 모바일 시장에서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사진=소후닷컴)

■인도서 '샤오미·삼성전자' 추격 본격화

화웨이와 오포가 인도 시장에서 저가 전략에 돌입함에 따라 샤오미의 압박도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입지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인도에서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의 인도 시장 판매량 점유율은 34%에서 53%로 뛰어올랐다. 캐널리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해 4분기 인도에서 820만대를 출하했으며 25%의 시장 점유율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 1위로 올라섰다.

IDC 데이터에 따르면 샤오미는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30.3% 점유율을 기록했다. 샤오미, 삼성전자, 비보(vivo), 오포(OPPO), 트랜션(Transsion)이 톱5위를 차지하고 화웨이는 기타 브랜드로 분류된다. 트랜션도 중국 휴대전화 기업이다.

샤오미는 인도 시장에서 '저가 전략'으로 한발 앞서 시장을 장악했다. 반면 그간 화웨이는 미들-하이엔드 시장에서 이익 우선 전략을 펼쳐왔다. 인도시장에서 2.8만 루피~3.5만 루피(약 44만 7천440 원~55만 9천300 원의 중급 스마트폰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온 탓에 판매량 관점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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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화웨이와 오포(OPPO) 등이 이른바 '샤오미 모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화웨이가 저가 브랜드 아너를 통해 1만 루피 이하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도 이같은 전략 변화 일환이다. 오포도 지난 달 인도에서 자사 브랜드 '리얼미(realme)'를 발표하고 신제품 '리얼미1'을 출시했다. 오포의 F, R, A 시리즈 이외 저가 시장을 위한 별도의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