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울까, 말까”...KISO도 헷갈리는 검색어 뭐?

연예인 사생활·성인물·소비자 권익 관련 검색어 삭제 검토

일반입력 :2018/06/12 17:34    수정: 2018/06/12 21:20

네이버가 유명 연예인 A씨의 종교 생활과 관련한 검색어를 삭제한 것에 대해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검색어 검증위원회 내에서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확인됐다.

검색어 검증위원회는 네이버의 의뢰에 따라 네이버가 삭제한 검색어에 대한 사후 점검을 진행하는 KISO 부설기구로, 지난 2012년 1기 출범 이후 2016년 2기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이뤄진 네이버의 검색어 삭제에 대해 적절성을 평가한 7차(2기 3차) 보고서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12일 KISO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9월 경 논란이 된 A씨의 종교 생활 관련 연관 검색어를 삭제했고, 이에 대해 검색어 검증위원회가 사후 평가를 진행했다.

2015년 발간된 1기 검색어 검증위원회 보고서 단행본 표지

그러나 해당 삭제 건에 대해 위원들 간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으면서 위원회는 보고서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당시 사건은 A씨가 트위터에 종교 활동에 대한 게시물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네티즌들은 A씨가 이단으로 분류되는 종교를 믿는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부 네티즌은 개인의 종교관을 팬들도 볼 수 있는 공개적인 SNS에 드러내는 것은 거부감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네이버에는 A씨 종교 생활과 관련한 연관 검색어가 떠올랐고, 일부 언론은 A씨가 과거 한 매체와 진행한 '이단으로 비춰져 속상하다'는 내용의 해명 인터뷰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이후 네이버는 A씨 소속사 측의 요청으로 해당 검색어를 삭제했다.

네이버 실시간급상승 검색어. 기사 내용과 무관.

이와 관련 검색어 검증위원회 위원들은 A씨의 사생활이 걸려 있으므로 네이버의 검색어 삭제가 타당했다고 보는 반면, 당사자가 공식적으로 해명했는데 검색어를 삭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KISO 관계자는 설명했다.

KISO 관계자는 "검색어 검증위원회 위원 수가 많아져서기도 하지만, A씨의 종교생활과 관련한 검색어 삭제 건에서 의견이 팽팽해서 합의 도출이 힘들다"고 밝혔다.

현재 검색어 검증위원회 위원은 총 7명으로, 사안마다 완전 합의를 목표로 하지만 위원회는 위원 간 의견 차이가 있을 시 이를 보고서에 명시토록 하고 있다.

■성인영화 검색어 지우면 영화 '내부자들' 검색어도 지울까?

아울러 검색어 검증위원회 지난 보고서에는 네이버가 19세 미만 청소년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삭제한 성인영화 제목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해 내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야시간 텔레비전 방송으로 성인영화가 방영되면서 네이버에 해당 영화 제목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떠올랐던 것.

일부 위원은 연관검색어나 자동검색어로 성인영화 제목이 뜰 경우 지우지 않아도 되지만,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경우엔 삭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대 측 의견을 보인 위원들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라 하더라도 등급분류를 받아 개봉된 영화기 때문에 차별로 간주될 수 있다며, 같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인 영화 내부자들도 삭제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KISO 관계자는 "이와 비슷한 사례는 지난 검색어 검증위원회에서도 언급됐지만 이번 7차 보고서에서도 또다시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권익 관련 업체 후기 연관검색어 삭제는 타당한가?

검색어 검증위원회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위원들 간 합의가 어려운 부분은 소비자에게 영향을 주는 업체 관련 검색어 삭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명만 쳐도 소비자가 부정적으로 인식할 만한 연관검색어가 떠 일부 업체는 네이버에 영업상 손실과 이미지 하락을 이유로 검색어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가령 어학 서비스 관련 리뷰, 건설사 시공 문제, 소비자 고발프로그램에 나온 음식점 상호명 등이 연관 검색어로 떠 사업주들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다.

4월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색어 검증위원회 주최 '검색어 추천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와 기업의 영업의 자유는 양립 가능한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같은 사안에 대해 검색어 검증위원회 일부 위원은 사업주의 피해나 사실과 다른 게시물로 명예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검색어를 삭제해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검색어도 하나의 게시물로 간주하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고, 또 소비자 알권리에 해당하는 사안이므로 검색어를 삭제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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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O 관계자는 "애초에 큰 기업들은 검색어를 지워달라고 요청하지도 않고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게시물 밀어내기를 한다"며 "외부 홍보 업체를 통해 밀어내기를 하면 검색어를 안지우는 것보다 지워주는 게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색어 검증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네이버가 잘 받아들이는 편인데, 1기때부터 가장 잘 안받아들여 지는 부분이 소비자와 관련된 건"이라며 "연관검색어 자동완성 개수가 10개로 줄어들어 업체들이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