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법으로 규제하면 권력 남용 우려돼"

오픈넷 5주년 토론회서 가짜뉴스 규제 위험성 지적

인터넷입력 :2018/06/04 17:33    수정: 2018/06/04 17:46

가짜뉴스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는 가운데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 경우 권력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픈넷은 4일 오후 2시 서울 동숭동 공공그라운드에서 오픈넷 창립 5주년 기념 컨퍼런스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를 개최하고, ‘포털 규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진행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시점에 따라 한때 가짜뉴스라고 적시된 사안이 나중에 진실로 밝혀지는데도, 허위 사실 유포로 사회적인 혼란을 조장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허위사실 유포죄가 제기된 사례가 있다”며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이 제정되면 국가기관이 가짜라고 하는 걸 다 규제하게 되고, 정권에 따라 어떻게 남용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4일 오후 2시 서울 동숭동 공공그라운드에서 오픈넷 창립 5주년 기념 '인터넷 생태계의 미래'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가짜뉴스, 정의 분분한데…법적 규제는 위험

손지원 변호사는 가짜뉴스의 개념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하는 규제를 만들면 헌법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한다고 봤다. 따라서 법적 강제 수준의 규제가 아닌 자율 규제로 가짜 뉴스를 다뤄야 하며, 자율 규제도 어떤 한계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 뒤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변호사는 “가짜뉴스의 정의는 판단자의 자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개념이라 문제가 된다”며 “가짜뉴스 유포죄로 형사 처벌하는 규제를 만드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고 밝혔다.

한양대 이상욱 철학과 교수도 가짜뉴스 정의의 모호함 때문에 함부로 규제할 수 없고, 기술적으로도 당장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사회가 복잡할수록 은유, 비유적 표현이 너무 많고 문화적인 요소가 많이 투영돼 있다”며 “날짜, 시간을 틀리게 하거나 참석하지 않은 사람을 참석했다는 식의 오보는 확실히 가짜뉴스로 분류할 수 있지만, 평가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논쟁적인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 이상욱 철학과 교수

이어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짜뉴스를 거른다는 주장에도 비판적인 입장”이라며 “빅데이터 처리를 통해서도 사실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허위를 말할 자유도 표현의 자유기 때문에 내용의 진실과 거짓을 따져 가짜뉴스를 판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나현수 팀장은 “허위 정보가 인터넷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할 수 있지만, 허위 정보에 반박하면서 토론이 생길 수 있고 허위 정보라고 지워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다만 문제가 되는 건, 작성자의 의도가 무엇이건 언론이 아님에도 기만적으로 언론 형식을 취해 상당한 신뢰도를 남용할 때는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 팀장에 따르면 KISO 측은 언론사 기사가 아니지만 기사의 형식을 취한 게시물이 허위 정보를 포함할 경우 가짜뉴스로 봐야한다고 정의했다.

나현수 팀장은 현재 가짜뉴스가 대중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없고,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도 언론중재법이 과거에서부터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나 팀장은 “사람들이 카카오톡 찌라시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에 대해선 아직 확실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현행 언론중재법이 과거 미디어 환경에 맞춰져 있어 피해를 본 당사자들 구제도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 공간, 본래 가치중립적이나 권력에 의해 남용될 수 있어

댓글이 가치중립적인 공간임에도 특정 세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고, 기술을 동원할 수 있는 권력자들에 의해 남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황성기 교수는 “댓글은 본래 가치중립적인 공간이지만 기존 정당 뿐 아니라, 혐오단체, 인터넷트롤 등 여러 세력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일반 대중, 제도 언론, 영향 세력 등 3대 요소가 댓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댓글이 포털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여론을 형성하는 좋은 기능을 수행하지만 의도적인 조작, 욕설의 부정적인 모습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지원 변호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가진 사람을 규제할 수 있듯 매크로 등 기술을 사서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권력층이 있을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며 “당연히 기술 사용만으로 규제해선 안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규제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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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댓글을 여론으로 볼 수 있지만 대표성을 가진 여론이냐는 또다른 문제”라며 “댓글에 관심은 있어도 실제 댓글 작성에 참여하는 사람은 소수고, 이들은 헤비유저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댓글 조작이 투표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매크로를 통한 댓글 조작은 사전적 기술 조치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