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전문가를 찾아서③] "스마트시티는 레고블럭...타 분야와 통합 필요"

국토연구원 이재용 스마트녹색도시연구센터장

인터뷰입력 :2018/05/28 10:15    수정: 2018/05/28 10:20

“스마트시티는 레고블럭과 같습니다. 레고처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성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어떤 성과물이 나올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국토연구원 이재용 스마트녹색도시연구센터장은 스마트시티를 레고블럭 산업이라고 표현했다.

이재용 센터장은 2008년 U-에코 시티 사업이 추진될 때부터 현재의 스마트시티 사업까지 10년 넘게 두 사업에 참여하며 도시 문제를 연구해왔다. 현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국토연구원 이재용 스마트녹색도시연구센터장

그가 속한 국토연구원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스마트시티 관련 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난 1월 발표한 국가 스마트시티 전략 수립 연구를 함께 했으며, ‘스마트 시티의 조성 및 산업 진흥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도 스마트시티 관련 규제 개선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U시티 사업은 목표와 전략, 공간 미스 매칭으로 추진 동력 잃어

10년이 넘게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해 온 그에게 지난 유시티 사업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스마트시티는 유시티와 어떤 점이 다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들어봤다.

그는 이전 정부의 U시티 사업에 대해 “제시된 목표와 전략, 대상 공간의 적합성이 전체적으로 미스 매칭 됐다”며 아쉬워했다.

U시티는 사업 목표를 신성장 동력 육성으로 설정하면서도 실제 대부분 사업은 통신망, 도시 통합운영센터, 첨단도시기반시설 구축을 중심으로 했다는 것이다. 또 사업 결과는 방범 서비스, 교통 서비스 등의 문제 해결 솔루션에서 찾으면서 제한된 서비스만을 구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 해결 솔루션을 신도시에 구축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구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상대적으로 문제가 없는 신도시에 구축해 효과가 더욱 제한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어 “만일 U시티 사업을 단계별로 접근해 1단계 목표를 첨단 도시 인프라 구축 및 확산으로 설정했다면 재원확보가 명확한 괜찮은 모델로 인식돼 그 다음 단계 목표가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하지만 목표, 전략, 대상 공간의 미스 매칭으로 인해 사업 자체가 실패한 사업으로 인식됐고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스마트시티 사업은 “이전의 경험과 이미 구축된 첨단 도시 인프라를 기반으로 분명한 목표와 그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 대상공간을 적합하게 방향을 잡았다”며 “분명한 목표와 필요성을 제시한다면 이전 사업과 다르게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시티와는 다르게 스마트시티 사업은 국내적 사업이 아닌 글로벌 차원에서 많은 나라들이 추진하는 글로벌 트렌드이기 때문에 스마트시티 사업은 더욱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신도시는 일자리·신산업 창출, 구도시는 도시 문제 해결해

이 센터장은 “스마트시티는 도시 효율성 자체를 높여주는 현실적인 도시”라며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을 두고 ‘스마트’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스마트시티를 소개했다.

“예를 들어 도시 내 교통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 예전에는 도로를 새로 건설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제는 도로 내 상황을 운전자에게 실시간 전달해 다른 우회도로를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며 “이전에는 우리에게 줄 수 없었던 정보를 이제는 도시 내 인프라들이 자신의 상태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말해줄 수 있을 정도로 ‘스마트’해졌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시티가 현재 주목 받고 있는 이유로는 “도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 가능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고 활용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도시가 갖고 있는 기본 목표는 도시민 삶의 질 향상, 도시 지속가능성 제고, 도시 경쟁력 확보 3가지다.

이어 현재 스마트시티 사업은 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크게 2가지 방향으로 나눠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도시를 대상으로는 혁신성에 기반한 신규 일자리와 신산업 창출을 목표로 하고, 기존도시를 대상으로는 도시 문제 발굴과 해결을 목표로 한다.

이 센터장은 “신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의 발생지”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정보를 기반으로 실제 물리 공간과 가상 공간의 연계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고, 이런 연계 속에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고 있다”며 이 점이 스마트시티 산업이 타 산업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기존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스마트시티 사업에서는 시민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민들이 참여해 도시 문제를 최대한 상세하게 발굴해야 한다”며 “이후 민간기업들이 시민들이 제시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솔루션 도입 후에는 시민들의 피드백을 받아 이를 수정하고 문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국토연구원 스마트녹색도시연구센터장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글로벌 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정보 수집·처리·활용 기술 중요…서로 다른 블록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풀어야

이 센터장은 “스마트시티는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 활용하는 기술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물의 상태와 주변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IoT 기술, 5G로 대표되는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통신망 기술, 정보를 한 곳에 저장.분석.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술, 대용량 정보와 관련한 빅데이터 기술, 빅데이터 저장을 위한 클라우드 기술, 빅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물리공간과 가상공간을 연결하는 디지털 트윈이 부각되고 있는데, 디지털 트윈도 실제 개별 구성기술들을 생각해본다면 앞서 얘기한 정보 관련 기술들의 집합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스마트시티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서는 선제적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시티를 레고 블럭에 비유한 그는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레고 블럭이 많으면 많을수록 최종 성과물이 좋을 확률이 높다”며 “반대로 같은 모양, 같은 색깔의 블럭만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그 결과물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시티에서 규제는 같은 색깔, 같은 모양의 블럭만 사용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모양, 같은 색깔의 블럭을 동일 산업군으로 대입해 생각한다면 타 분야와의 수평적 통합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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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보 통신 기술 특성 자체가 분리된 산업을 레고처럼 붙이면 새로운 산업이 빠르게 튀어 나온다"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선제적으로 예상하고 만드는 많은 규제들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규제를 풀어줘야 마음대로 새로운 산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 규제와 거버넌스 체계 구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같은 제도와 다양한 그룹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구축, 시민들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리빙랩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