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서 외면받는 일체형PC...왜?

확장성은 데스크톱에, 이동성은 노트북에 밀려

홈&모바일입력 :2018/05/17 16:30

PC 제조사가 1인 가구를 겨냥해 경쟁적으로 내놨던 일체형PC가 국내 시장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요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도 뜸하다. 최근 급격히 성능이 향상된 노트북에는 차지하는 공간과 이동성에서 밀리고, 일반 데스크톱PC에는 확장성과 유연성에서 뒤처진다는 한계 때문이다.

■ 한국IDC "일체형PC 출하량 20% 이상 급감"

시장조사업체 한국IDC가 1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시장에 출하된 일체형PC는 약 5만대로 지난 해 같은 기간(6만 3천대)에 비해 20% 이상 줄어들었다.

LG전자는 2015년 이후 사실상 일체형PC 출시를 중단한 상태다. (사진=씨넷코리아)

한국IDC는 "상업용 시장에서도 일체형PC 도입이 미미하며 데스크톱PC 수요가 노트북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주요 PC 제조사들도 일체형PC의 비중을 점점 줄이고 있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매년 20인치 이상 대형 모니터에 편광3D와 지상파 디지털TV 수신 기능 등을 합친 일체형PC를 꾸준히 출시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출시된 신제품은 없다. 삼성전자 역시 2016년 초 올인원 PC 커브드 7을 국내 출시한 것이 마지막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3년 전과 달리 노트북 성능이 강화되었고 이동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그램 등 노트북 라인업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현재는 일체형PC 출시 계획이 없으며 수요가 있다면 출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공간 절약 쉽다는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된다"

국내 시장에서 일체형PC의 입지가 좁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IDC는 "모니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커브드 모니터 등 신제품이 등장하는 환경에서 일체형PC 구매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교체가 자유로운 일체형PC 케이스도 국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사진=한미마이크로닉스)

일체형PC는 모니터와 본체를 따로 쓸 때보다 공간 활용도가 높고 케이블이 필요 없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일체형PC에 내장된 모니터보다 더 큰 화면으로 교체하고 싶을 경우 이런 장점이 반대로 단점이 된다. 사실상 제품을 통째로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모니터 이외의 모든 부품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일체형PC용 케이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6년 관련 제품을 자체 개발한 한미마이크로닉스 관계자 역시 "일체형PC용 케이스는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모니터 패널도 매년 빈번하게 업데이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수요는 적다. 제품 출시 후에도 배송 뿐만 아니라 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2017년 첫 제품을 출시 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후속 모델 개발 계획을 접었다. 프로세서나 메인보드, 저장장치 등 하드웨어 부품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다. 현재는 재고 소진만 기다리는 상태며 사실상 단종 수순에 들어섰다.

반면 일체형PC 판매 부진이 배틀그라운드를 위시한 게임 열풍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나와리서치는 "일체형PC는 외관을 중시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며 애플 아이맥 등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이 잘 팔린다. 그러나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 위해 데스크톱PC를 찾는 이들이 디자인 때문에 일체형PC를 선택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 "일체형PC 전세계 성장률, 0.9%에 그칠 것"

일체형PC가 부진을 겪는 것은 국내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IDC가 '성숙 시장'으로 분류하는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 시장에서는 일체형PC의 연평균성장률이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유럽 지역의 연평균성장률은 0.7%지만 이미 하락세에 들어섰다.

관련기사

한국IDC는 "전세계 일체형PC 출하량은 지난 해 1천270만 대, 오는 2022년 1천300만 대로 연 평균 0.9%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중부·동부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등 지역에는 여전히 성장 기회가 남았다는 게 한국IDC 설명이다. 국내 PC업체 관계자 역시 "일체형PC는 이제 국내 시장보다는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더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