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소송, 디자인에 주목하게 만들다

'둥근 모서리' 애플 특허 범위 놓고 연일 공방

홈&모바일입력 :2018/05/17 11:14    수정: 2018/05/17 11:2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전부냐, 일부냐.”

배상금 재산정을 위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디자인이 전체 제품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삼성 변호인들은 전체 제품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공세를 펼쳤고, 애플 측 증인들은 ‘사실상 제품의 전부’라고 주장했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소송에선 삼성 측 변호인들은 애플 증인을 상대로 심문을 벌였다.

산업 디자이너인 앨런 볼과 그래픽 디자이너인 수만 케어가 애플 쪽 증인으로 출석했다. 수잔 케어는 1980년대 매킨토시 컴퓨터의 아이콘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매킨토시 아이콘을 만든 수잔 케어가 애플 측 증인으로 출석해 디자인 특허가 미치는 범위에 대해 증언했다. (사진=씨넷)

■ 애플 "둥근 모서리 특허는 제품 전체" vs 삼성 "복잡한 의료기기 상상해보라"

삼성이 침해한 애플 특허는 둥근 모서리(D677), 둥근 모서리에 베젤을 입힌 디자인(D087), 그리고 컬러 아이콘을 배치한 디자인(D305) 등 세 개다. 이번 소송에선 이 세 가지 디자인 특허가 아이폰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애플 측 증인인 앨런 볼은 “D305 특허의 제조물품성은이 완성된 스마트폰, 즉 스마트폰 전체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D677과 D087의 제조물품성 역시 전체 스마트폰이다”고 답했다.

삼성 쪽 변호인들은 이런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해 스마트폰은 여러 개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애플 측 증인인 수잔 케어는 “디스플레이 화면은 다른 부품들과 함께 있는 제조물품성”이라면서 휴대폰의 일부 요소들은 애플 특허권의 보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케어는 “(삼성이 침해한) 애플 D305 특허는 유기적, 통합적인 디자인이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다른 증인인 볼도 스마트폰의 ‘통일된 디자인’을 강조했다. 볼 역시 스마트폰을 여러 가지 부품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것들을 분해할 수 있다고 해서 그런 방식으로 디자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어떤 부품을] 제거할 경우 원래 구매했던 제품 상태로 되돌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쪽의 빌 프라이스 변호사는 의료 기기를 비유로 들어 애플 증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산업디자이너인 앨런 볼이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애플 측 증인으로 증언하면 장면. (사진=씨넷)

그는 특허 침해한 삼성의 휴대폰과 같이 생긴 의료 기기를 상상해보라고 주장했다. 그 의료기기가 암을 탐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스캐너를 갖고 있고 수 백만 달러 가치를 가질 경우 어떻게 되겠냐는 논리였다.

프라이스 변호사는 “여러분의 논리라면 엄청나게 비싼 의료기기가 제조물품이 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냐?”고 애플 측 증인들에게 반문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 증인인 볼은 “아니다. 꼭 그런 건 아니다. 그건 가정적인 상황이다”고 대답했다.

■ 디자인 특허 제조물품 인정범위 따라 배상액 달라져

삼성 변호인들과 애플 측 증인들이 이런 공방을 벌인 건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 ‘제조물품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번 재판의 근거 조항이 되는 미국 특허법 289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는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품(article of things)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16년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사실상 특허법 289조를 새롭게 해석한 셈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디자인 특허 배상의 기준이 되는 제조물품의 범위에 대해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하급법원에서 다시 논의해보라면서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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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에서 삼성과 애플 양측이 디자인 특허 범위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건 이 때문이다.

애플 측 증인들은 D677을 비롯한 디자인 특허들이 사실상 스마트폰 전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삼성 쪽 변호사들은 애플 디자인 특허가 스마트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분이 아니냐는 반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