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도 회사갑질은 다르지 않다"

김철수 한국오라클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8/05/16 17:53    수정: 2018/05/16 17:53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이 16일 파업에 돌입했다.

한국오라클 노조는 지난해 9월 설립됐고 그동안 19차례에 걸쳐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이다 5월 회계연도 마감을 앞두고 파업을 선언했다.

다음은 김철수 한국오라클노동조합 위원장과 파업 배경에 대한 일문일답.

한국오라클노동조합이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앞에서 사측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Q. 노조 설립 시기와 계기는 무엇인가?

노조 설립은 작년 9월 28일이다. 9월중순 정의당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고, 7월 출범한 한국MS노조의 소속연맹인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을 방문해 상담했다. 이후 발빠르게 노동부에 노조설립 신고를 했다.

노조 설립의 가장 큰 계기는 임금동결보다 고용불안이었다. 작년에만 100여명이 구조조정을 당했다. 우리나라 IT업계에서 오라클 출신이면 어디를 못 가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요즘 시장이 위축되며 옮길 회사가 별로 없어 이직이 힘들어졌다.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Q. 설립 후 협상 과정은 어땠나?

회사는 노조 설립 후 반응하지 않았다. 협상 시작 시점도 작년 11월이었다. 11월 협상마저도 한달동안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만으로 오랜 시일이 걸렸다. 19차례 협상을 가졌고, 중간에 임금인상을 의제로 추가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사항에 한가지도 타협하지 않고, 기존 입장만 고수했다. 정부기관에 중재를 신청해 절차를 진행했지만 그마저도 잘 되지 않았다.

Q. 연봉이 10년간 동결됐다고 주장한다.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가?

노조가 연봉동결을 문제삼자 회사가 노조측에 지난 5년간 2.4% 평균 인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노조 조사 결과 전체의 3분의 1 정도가 연봉인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대폭 인상된 극히 소수가 있고, 대다수는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으로 인상된 것이었다. 워낙 소수자의 인상폭이 커서 평균값을 끌어올린 것이다.

영업직을 예로 들면, 오라클의 연봉체계는 기본급과 성과급이 5대 5이다. 연봉이 1억이면 5천만원을 기본으로 받고 나머지 5천만원은 실적목표를 달성해야 완전히 받는 구조다. 시장 상황이 좋거나 담당품목이 좋았을 때는 별탈 없지만, 최근 2년 사이 온전한 연봉을 받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또 오라클은 매년 최저, 최고 급여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데 대체적으로 가이드라인 상의 금액이 오른다. 그렇다보니 신규 입사자가 장기 근속자보다 높은 연봉으로 계약을 하고 입사하게 된다. 장기근속자는 입사당시의 연봉 가이드라인을 적용받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연봉이 동결이지만 실제 수령하는 급여는 줄었다고 봐야 한다.

Q. 연봉 하락이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본사가 클라우드로 사업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클라우드를 하게 되면 대규모로 이뤄지던 고객사의 사업 규모가 줄어든다. 전보다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여기에 현 한국오라클 사장이 2년동안 클라우드 인력을 확보한다며 대대적으로 신규 인력을 뽑았다. 1명이 10억원을 벌던 걸 2명이 각자 6억원씩 벌면 회사로선 12억원을 번다는 셈법이다.

기존 직원이 1억원 규모 고객사 10곳을 담당하고 있었다면, 새로운 직원에게 자신의 고객사 5곳을 나눠줘야 한다. 그럼 기존 직원은 10억원을 벌어야할 것을 5억원밖에 못 버는 것이다. 실적목표를 하향 조정하긴 하나 10% 줄이는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10억 벌어야 완전한 연봉을 받는 직원은 잘해봐야 6억원을 벌게 돼 실질적인 연봉 수령액이 극히 축소된다. 직원은 갈수록 업무 강도만 늘어나고 급여는 제대로 받지 못한다.

Q. 연봉협상제도가 없나?

기본적으로 연봉협상이란게 없다. 연봉계약서 서명 절차가 있기는 하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연봉을 동결한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한다. 반발하는 직원에겐 퇴사를 하라고 한다. 직원이 연봉을 올리려면 두가지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하나는 다른 회사로 나갔다가 복귀해 연봉을 올리거나, '다이브&세이브(D&S)'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다.

D&S는 한 직원이 다른 회사에서 이직제의를 받았고, 그곳에서 어느 수준의 연봉을 준다고 했다는 걸 오라클에 알리면(다이브), 회사는 그 직원을 잡아야 할 인재(세이브)로 보고 제안받은 연봉의 차액만큼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다. 문제는 직원에게 이직을 제의하는 측에서 제시한 연봉액수를 증빙하는 근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서 입사 전에 연봉을 제안받는 경우는 없다. 당연히 증빙 자료가 없다.

이에 직원이 회사측에 문의하면 대충 만들어서 내라는 식으로 유도한다. 그렇게 연봉을 올리고 난 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직원에게 사문서를 위조했다며 이득을 반납하라고 한다. 한번에 낼 수준이 아닌 큰 액수니 직원은 해고를 당하게 된다.

Q. 연봉에 대해 노조는 어떤 요구를 하고 있나?

신규입사자와 장기근속자 간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연봉 격차를 해소할 것, 동결됐던 임금을 평균 37% 인상할 것 등이다.

Q. 한국오라클과 본사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나

사측은 전임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라클 회계연도가 6월부터 새로 시작되기 때문에 협상시한을 이달까지로 봤다. 회계연도 마감 시점이므로 매출 하락을 보이면 사측도 압박을 느낄 것이라 여겨 파업을 계획했다.

Q. 현재 한국오라클의 입장은 무엇인가

공식적인 대화는 없다. 협상을 하겠다고 외부에 밝히고 있지만 노조에 전달해온 것은 없다. 16일 집회를 앞두고 각 팀장들을 시켜 직원들의 집회 참석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불참을 압박하는 것인데, 회사는 부정하지만 직원 당사자가 압박이라 느낀다. 이런 노조 파괴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회사에 노조원 명부를 전달한 적이 없어서 회사는 누가 노조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회 참석 여부를 물어봄으로써 노조원 현황을 파악하는 것으로 본다. 16일 집회를 시작으로 18일까지 본격적인 업무 보이콧에 돌입한다. 그때까지 사측이 전향적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절차를 밟아 무기한 파업을 하게 될 것이다.

Q.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사회적 시선이다. 한국사람은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고, 특히 오라클에 다닌다고 하면 엄청 좋은 회사에서 고액임금을 받으며 다닌다고 생각한다. 한국오라클의 파트너사 직원조차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오라클 직원들은 늘지 않는 급여 때문에 빚만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과거의 소비 규모를 줄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급여가 줄어들어도 써야 할 돈이 있다. 그러니 직원들은 빚을 내서 소비를 유지해왔다. 심지어 노조활동비 3만원 낼 돈이 없어 나중에 낼 수 없냐고 물어보는 노조원도 있었다.

직원들은 오라클이란 자존심 때문에 밖에 티도 내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다. 한국오라클이 노조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업계에서조차 고액연봉자의 귀족노조라는 반응을 받았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우리나라 기업에 다니는 어느 근로자와 다를바 없는 고용불안과 소득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Q. 글로벌로 오라클 지사 가운데 노조가 또 있나

오라클 지사들 중에 23개 지사 정도가 노조나 사원협의회 같은 형태로 조직이 있다. 법적으로 잘 마련된 유럽쪽 지사가 아무래도 가장 노조가 많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년말에 전세계 오라클 지사 사원조직의 모임이 있어 갔었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회사의 횡포에 고통받는다는 얘기를 했다. 다른 나라서도 원래 성과미흡한 직원을 교육해 성장시킨다고 도입한 저성과자 프로그램이 직원을 해고하는데 악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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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회사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유한회사란 게 정보공개가 전혀 되지 않는다. 회사는 본사 방침을 이유로 직원에게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불투명성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회사가 갖고 있는 특유의 정책에 한국기업이 갖고 있는 특유의 갑질이 합쳐져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