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e커머스 물량공세…판 바꿀까?

각각 3조 1조 투자..."IT기술과 빠른 결정이 관건"

유통입력 :2018/05/15 16:09    수정: 2018/05/15 17:15

올해 초 신세계가 온라인 커머스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롯데의 3조원 투자 발표가 나오면서 이커머스 업계에 또 한 번 긴장감이 돌았다.

오프라인 강자들이 각각 온라인 사업에 대규모 물량공세를 펼치기로 함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에 지각변동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경계심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가격 경쟁보단 IT기술 경쟁장으로 자리잡은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전통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이 시장을 얼마나 뒤흔들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온라인 커머스 업계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롯데쇼핑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e커머스 사업본부 간담회'를 열고 롯데 계열사 별로 운영하던 8개의 온라인 몰을 통합해 온라인 유통 사업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롯데쇼핑은 유통환경을 선도하고, 온라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프라인 조직에서 온라인 조직을 분리해 통합한 이커머스 사업본부도 8월 신설할 예정이다.

또한 온라인 사업에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하고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를 달성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1위를 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투자금 3조 원은 시스템 구축에 5천억 원, 온라인 통합 과정에 1조원, 고객 확보 및 마케팅에 1조5천억 원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롯데쇼핑의 이같은 발표에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신세계가 올해 초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도 언젠간 온라인에 투자하며 이커머스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긴장감은 신세계의 투자소식 발표 때 보단 다소 덜 한 편이다. 쉽게 바뀌지 않을 대기업만의 보수적인 문화,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등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선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한 오프라인 유통 공룡이라고 해도 이미 이커머스 업체들이 기존 온라인 시장에서 확보한 사용자나 브랜드, 기술력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나 롯데 모두 기존 이커머스 사업자들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니 '우리가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모양"이라며 "인수보다는 직접 투자해 시장을 키워보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커머스에 큰 관심이 없었던 롯데가 신세계 투자 소식 이후로 빠르게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는 늦지 않았지만, 워낙 보수적인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의사결정이 바텀업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회사가 유통 트랜드를 보여주고 있는 것 처럼 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이 시장에서 롯데가 온라인 사업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저가나 특가 경쟁보다는 빅데이터, AI 등 기술 경쟁을 하고 있는 유통 시장에서 롯데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 지는 두과 봐야 할 것 같다"며 "롯데가 갖고 있는 방대한 오프라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커머스 투자를 발표했을 때, 신세계와 네이버와의 경쟁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의 경쟁력은 더 강해지고 있다"며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리잡기 전에 네이버가 이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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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의 위치와 오프라인 상에서 롯데 위치는 다르긴 하지만, 롯데의 오프라인 기반 빅데이터는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다"며 "오프라인 데이터의 온라인 접목이 위협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이커머스쪽 많은 인력들이 신세계로 옮겨갔지만, 아직 위협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며 "롯데만의 특화 상품이나 상품소싱 능력으로 온라인에서 소비자를 확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