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연구팀, 빛의 속도 조절하는 소자 개발

메타물질·그래핀으로 속도 제어…광통신 소자 개발 빨라질 듯

과학입력 :2018/05/15 12:00

정보 전달이 가장 빠른 매개 물질은 빛이지만, 실제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빛을 전기신호로 전환하는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

이 때 신호를 처리하는 전자소자의 한계와 발열 문제 때문에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병목 현상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전력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빛의 속도를 조절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자가 개발됐다. 이는 차세대 광통신 소자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튼튼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연구교수팀이 메타물질과 그래핀을 접합해 빛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가 다시 빠르게 만드는 소자를 만들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민범기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빛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건 운전 시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비슷하다. 빛이 전기신호로 바뀔 때 전자소자의 신호처리 속도 한계 때문에 빛의 속도가 느려져야만 원활한 정보처리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전자기 유도 투과 현상을 중심으로 이번 연구를 설계했다. 전자기 유도 투과란 강한 빛을 물질에 쏴 물질의 굴절률 상태가 변할 때, 다른 빛인 제어빛을 같은 방향으로 쏘면 그 빛이 물질에 흡수돼버리는 바람에 투과할 수 없던 빛이 오히려 물질을 바로 통과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물질의 굴절 변화율이 커지면서 빛의 속도가 느려진다.

전자기 유도 투과 현상.

그러나 일반적으로 전자기 유도투과 현상은 극저온 환경과 강한 세기의 제어빛, 그리고 복잡한 실험 환경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전자기 유도 투과 현상을 구현하고자 메타물질을 설계해 소자를 제작했다. 인공원자로 이뤄진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물질의 굴절률을 급격히 변화시켜 빛의 속도가 느려지게 하는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이 메타물질로 만든 소자는 수십 마이크로미터의 매우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상온에서도 작동하며 강한 세기의 제어빛이 없어도 전자기 유도 투과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느려진 빛을 다시 빠르게 제어할 수 있는 방법도 구현했다. 연구진은 그래핀을 메타물질과 이온젤 사이에 껴 넣고 전압을 걸자 물질의 굴절률이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핀에 거는 전압의 세기가 커질수록 메타물질의 특성이 약화되며 급격히 변했던 물질의 굴절률이 완만해지고, 빛의 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것.

연구진이 개발한 빛의 속도 조절이 가능한 소자 구조도.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이 개발한 소자는 이온겔, 그래핀, 금속 전자기 유도 투과 메 타물질, 고분자 기판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핀에 전압을 걸지 않을 경우 전자기 유도 투과 현상이 발생한다. 오른쪽 하단이 빨간색 그래프가 전압을 걸어주지 않을 경우다. 설계된 메타물질에 의해 전자기 유도 투과현상이 발생해 빛이 투과되고 이로 인해 빛의 속도가 느려진다. 만약 그래핀에 전압을 걸면 메타물질의 공진이 약화되면서 빛의 속도가 조절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오른쪽 하단 파란색 그래프에 전자기 유도 투과 현상이 일어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한 번 제작되면 정해진 속도만큼만 빛을 느리게 할 수 있었던 기존 메타물질과 비교할 때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빛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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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튼튼 교수는 “효과적으로 빛의 속도를 제어할 수 있어 낮은 에너지로도 구동되는 소자 개발 혹은 능동형 초고속 광 아날로그 디지털 변환기 등과 같은 광통신 발전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미국 화학회지가 발행하는 광학 분야 전문학술지 ‘ACS 포토닉스'에 16일 출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