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 못 막는다...가이드라인 마련해야"

[블록체인&ICO 집중분석⑤]전문가 4人 인터뷰

금융입력 :2018/05/23 09:33    수정: 2018/05/23 14:45

박병진, 손예술 기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공개(ICO)가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제도 정의가 거의 전무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블록체인과 ICO에 대해 6회에 걸쳐 집중 분석하는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편집자주]

⑤"ICO 못 막는다...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모든 암호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금지시킨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ICO를 막을 수 없는데, 막는다는 방침만 내놓고,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어 더 큰 부작용만 키우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ICO 금지의 가장 큰 목적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인데, 입법불비로 되레 투자자 피해가 커진다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생태계를 크게 위축시켜 국부가 유출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건 가이드라인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규제를 ICO에 원용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부터, ICO 규제는 정부 주도가 아니라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투자자 등 민간 중심으로 마련되는 게 좋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사기성이 높은 ICO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런 의견들은 지디넷코리아 창간 18주년 특별기획으로 4인의 암호화폐 블록체인 전문가를 집중 인터뷰한 내용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은 오정근 한국ICT금융융합학회장,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장정은 와디즈 리스크관리책임자(변호사) 등이다.

개별 인터뷰 기사는 별도로 실린다.

오정근 학회장은 국내에서 ICO가 전면 금지되면서, 자본·기술·일자리 등 '3대 유출'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학회장은 "ICO를 허용하되, 알맞은 제한을 둬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기성 ICO의)피해자가 많아지면 투자하는 사람도 줄어 결국 블록체인 산업이 죽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보호도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은 정부보다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와 학계, 투자자 등으로 구성된 민간위원회가 주도하는 게 좋다"며 "블록체인이 탈중앙화 산업이기 때문에 민간 주도의 '바텀업(Bottom-up)' 형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가 빨리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ICO를 기존 법체계에 포섭 못 할 이유가 없다"며 "기업공개상장(IPO) 제도를 활용해 ICO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현실적인 절충책"이라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기존 법으로 굉장히 많은 규제를 할 수 있다"며 "특별법을 만드는데 시간이 올래 걸리니 우선 기존법 일부 개정을 통해서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 대상 기존법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유산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 등을 거론했다.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ICO의 성지로 떠오른 스위스 주크(Zug)시, 전문가들은 ICO의 규제 공백을 빨리 해결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정부가 우선 암호화폐와 ICO 등에 대해 현실적인 정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후 ICO 등을 정부가 규제하기 보다는 자율적으로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하진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정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들이 개입하면 잘 돌아가겠냐"며 "공무원들이 이 기술을 배울 때 쯤이면 아마 생태계 조성은 다른 나라에서 이미 끝나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산업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마차 끄는 사람이 자동차 핸들을 어떻게 잡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정은 변호사는 현행 법률을 차용해 ICO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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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변호사는 IPO제도보다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관련 규제로 ICO를 규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상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ICO 규제에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도입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초창기 기업들을 돕자는 것이었고, 기술만 보유한 기업들이 백서만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한다는 ICO와 유사점이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