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면서 뉴스 빼는 네이버·다음…왜?

'맞춤형' 추세 반영…외부 압박으로 시기 앞당겨

인터넷입력 :2018/05/11 16:35    수정: 2018/05/11 17:32

“네이버는 첫 화면에 뉴스가 배치됨으로써 특정 기사에 과도하게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3분기까지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외하고, 검색 중심으로 화면을 재편하겠다.”(네이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현재 뉴스탭을 첫 화면으로 배치한 기본 설정을 풀 것이다. 모바일 다음을 실행했을 때 첫 화면에서 맞춤형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할 방침이다.”(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 포털 앱 첫 화면에서 뉴스 콘텐츠를 밀어낸다. 대신 첫 화면엔 검색창이나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배치할 예정이다. 두 회사 모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사용자별 이용 패턴을 분석해 보고 싶어할만 한 콘텐츠를 우선 노출시킨다는 전략이다.

검색창은 상단에 그대로 두면서, 사용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할만한 날씨ㆍ유머ㆍ이슈ㆍ사건사고ㆍ하우투 등의 콘텐츠가 전면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음은 이미 추천탭을 신설, 모바일 첫 화면 설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첫 화면이 개편된다.(이미지 편집=지디넷코리아)

국내 양대 포털인 두 회사는 수년 간 모바일 첫 화면 메뉴 바로 밑에 5개 뉴스 콘텐츠를 배치해왔다. 하지만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새 옷으로 갈아입으려 하고 있다.

언뜻 보기엔 댓글조작 사태로 커진 정치권과 언론의 압박에 굴복한 모양새다. 외부 요인 때문에 뉴스 서비스 비중을 낮추는 전략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달라진 모바일 콘텐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수순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 ①‘드루킹’ 사태로 커진 포털 뉴스 개선 요구 영향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 포털 앱의 첫 화면을 개인형 맞춤 서비스로 개편하게 된 데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해 보인다.

포털 사업자가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를 활용해 여론을 왜곡시키고, 광고 수익을 독식한다는 비판이 불거지면서 뉴스 서비스를 뒤로 밀어 주목도를 분산시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단순히 댓글창을 없애거나 기능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기계적인 댓글 조작을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는 것이 포털 사업자의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예전부터 직접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 네이버가 뉴스를 편집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우려가 컸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뉴스 아웃링크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매일 3천만 명이 첫 화면에 놓인 똑같은 뉴스에 집중되는 문제 해결없이는 이번 비판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②달라진 모바일 콘텐츠 소비 트렌드 반영 필요

그러나 네이버와 다음이 순전히 외부 압력 때문에 홈 화면에서 뉴스 서비스를 밀어냈다고 보는 건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의 모바일 소비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전략적 행보란 분석이 더 힘을 얻는다.

10~20대 젊은층 이용자들은 최근 들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영상 친화적인 세대인만큼 전통적인 뉴스보다는 다른 쪽 콘텐츠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털 입장에서도 이들을 잡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앱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이 3월 발표한 지난 2년 동안 한국인이 오래 사용하는 4가지 앱 사용시간 추이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온다. 2016년 3월 총 사용시간이 79억분에 불과했던 유튜브는 2018년 2월 기준 257억분으로 치솟아 전체 앱 사용시간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년 전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카카오톡은 189억분에서 179억분으로, 네이버는 109억분에서 126억분으로, 페이스북은 49억분에서 42억분으로 소폭 변동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불과 2년 만에 유튜브에 선두 자리를 내주게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서는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생존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 셈이다. 더 이상 사용자들에게 똑같은 화면, 딱딱한 뉴스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을 고수했다가는 젊은 이용자들을 모두 빼앗긴다는 위기 의식을 갖기에 충분했다.

“요즘 10대는 네이버, 카카오톡을 쓰지 않고 유튜브에서 검색하고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만 쓴다”는 얘기가 국내 포털사들의 모바일 홈 변화를 결단한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이다.

유튜브 앱 홈(왼쪽), 인기 화면.

■ 맞춤형 콘텐츠로 쑥쑥 크는 유튜브·페이스북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최신 유행인 앱 서비스들은 몇 년 전부터 첫 화면에 똑같은 콘텐츠를 띄우지 않는다. 빅데이터 확보를 통해 개인화된 콘텐츠로 더 많은 이용자를 붙잡아둔다.

유튜브의 경우 첫 화면 상단에 광고 동영상을 공통적으로 노출하지만, 그 아래부터는 사용자들이 관심있게 봤던 동영상 기반으로 유사한 콘텐츠나 관심있게 볼만한 영상을 띄운다. 덕분에 콘텐츠 소비가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페이스북도 사용자와 성향이 가깝고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게시물을 우선 노출한다.

두 경우 모두 사용자들이 앱 내에 보다 오래 머무르면서,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제공함으로써 체류 시간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이를 통해 회사는 광고 노출 기회를 더 많이 얻음으로써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를 간파한 네이버는 각 주제별 ‘판’을 개설하고, 사용자들이 직접 관심있는 판을 자유롭게 설정하고 구성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개인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또 인공지능(AI) 추천 기술인 ‘에어스’를 이용해 사용자들이 관심있어할 만한 뉴스나 이슈 콘텐츠 등을 추천함으로써 트래픽과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해 왔다.

카카오 역시 지난 2015년 6월 모바일 다음에 루빅스 기술을 적용했다. 이 회사는 현재 다음 , 카카오톡 채널탭 등에 100%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을 제공하고 있다. 10일 새로 추가된 추천탭을 다음 첫 화면으로 기본설정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 네이버·카카오 “예전부터 준비해온 개편”

네이버 카카오 로고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젊은 사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습관에 최적화된 홈 화면 구성을 장시간 고민해 온 셈이다. 이제 막 그 결과물을 하나 둘 시범 도입하려던 찰나, 댓글조작 사태가 터지면서 이행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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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관계자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태가 터지니 (추천탭 신설과, 첫 화면 설정 기능을) 급하게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사용자 개인의 취향에 맞고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추천탭은 오랜 시간 준비해온 것으로, 급박하게 내놓은 서비스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 개편은 오래 전부터 제기된 포털의 뉴스 편집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영향력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이유가 있었다”면서도 “많은 모바일 앱 첫 화면이 변화하고 있고, 사용자들의 요구도 달려져 네이버 첫 화면에 대한 고민은 예전부터 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