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노동법, O2O 근로자 사지로 몰아”

김용수 차관 "산업 초기엔 규제 않는 게 좋아"

중기/벤처입력 :2018/05/10 21:11

“영국와 미국 법원 하급심에서는 우버 기사가 우버에 소속된 근로자라고 판결했다. 우버는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배달대행 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아 산재 보험을 받을 수 없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개최된 O2O (Online to Offline) 스타트업 대표들과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에는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우아한형제들 이현재 이사, 김태호 풀러스 대표 등 스타트업 업계 대표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용수 2차관, 박지순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용수 차관은 “O2O란 개념 자체과 기존 산업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규제에서 폐지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잘 다듬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규제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확립된 것은 아직 없으나 이제는 충분히 논의할 단계에 왔다”고 밝혔다.

10일 우아한형제들 본사 회의실에서 O2O 서비스 스타트업 간담회가 개최됐다.

■배달대행업, 근로자 인정시 실익 갈려

박지순 교수는 한국의 현행 근로기준법이 20세기 수준에 머물러 있고, O2O 종사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인정하는 근로자나 특수형태 노동자에 속하지 못하고 있어 노동법, 사회보장제도 등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노동자는 근로자로 인정받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인 상황이다”며 “배달대행업 종사자는 근로자나 특수형태종사자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리는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지만 특수형태 종사자로 인정받아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어 박 교수는 “독일의 경우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지위를 강구하다가 가내수공업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찾아내 일종의 최저임금을 책정하는 안이 나왔다”며 “프랑스의 경우에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직업 교육을 보장하고 사회적 지위도 인정, 파업도 가능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독일, 프랑스의 법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배달 O2O 서비스 배달의민족, 배민찬 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도 입을 열었다.

이현재 이사는 “배민찬, 마켓컬리와 같은 스타트업은 영업용 번호판을 갖고 영업을 해야 하는데 국토부에서 많이 만들어주지 않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음식을 배달하는 것만으로도 무조건 제조업 신고를 해야 하는 불필요한 규제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실제로 정규직으로 고용해 연봉 3천600만원을 보장, 연차도 제공하는 안을 마련해봤는데 오히려 기존 배달원들을 들여오는 데 실패했다”며 “(배달의민족이) 제대로 파악 못한 게, 배달 기사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벌어들여 한달에 700만~900만원을 벌 수도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이 많은 기업=잘못된 기업'이란 인식 개선해야

스타트업 대표들은 노동의 유연화를 주장했다.

풀러스 김태호 대표는 “우리나라 노동법은 한 사람은 한 직장만을 갖도록 돼 있지만 4차 산업 시대에는 1인 1직장이 종말 될 것”이라며 “한 사람이 메인직업을 갖고 서브 직업을 몇 개 가지며 가계수입을 극대화하는 방향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현재 이사는 “비정규직이 많으면 뭔가 잘못된 기업이라고 낙인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플랫폼 서비스들에서 자기 노동력을 제공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우아한형제들 본사 회의실에서 O2O 서비스 스타트업 간담회가 개최됐다.

가사도우미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주부의 이봉재 부대표는 동남아 쪽에서 가사도우미 인력을 들여올 수 있다면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부대표는 “홍콩은 동남아에서 가사도우미를 합법적으로 데려올 수 있게 했고, 최저임금법 적용을 막아 60만~80만원 비용으로 가사도우미를 쓸 수 있게 했다”며 “일본에서도 오사카, 도쿄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여성들의 사회 진출, 경제 활동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표에 따르면 국내 가정에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중국 동포는 200만원, 한국은 25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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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재 부대표는 “경제적인 이윤을 포기하면서 여성이 일터로 안나갈 이유가 줄어든 것”이라며 “국가가 이런 방면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을) 보장해줄 수 있는 여지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수 차관은 "(산업에서 규제를 만들 때)기존 관계하고 조정을 해줘야 하는데 묘수를 끌어내는 과정들이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면서 "산업 초기에는 규제를 하지 않는게 가장 좋고, 그 다음이 가벼운 규제, 이후엔 강한 규제를 가하는 게 아니라 기존 산업의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지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