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디스플레이 경쟁, 다윗과 골리앗 싸움?

"정부 보조금 등에 업은 중국 업체 상대하기 쉽지 않아"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5/10 08:38    수정: 2018/05/10 08:39

박병진 기자

디스플레이 업계 전체가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가격 공세로 신음하는 가운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와 한국 업체 간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업체가 실적 악화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동안 중국 업체는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양대산맥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각각 영업이익 4천100억원, 영업손실 983억원을 기록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와 한국 업체의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미국 씨넷)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년동기(1조3천억원) 대비 영업이익이 70%가량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2012년 1분기 이후 24분기만에 적자전환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가 줄고 LCD 가격 하락 현상도 계속되면서다. 증권가는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 영업이익 1천억원대, LG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이 1천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투자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플렉시블 OLED 생산 확대와 신기술 개발, 시장 성장 대비를 위한 시설 투자가 급증해 2017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1분기 디스플레이 시설투자에 총 8천억원을 썼다.

LG디스플레이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계획대로 집행할 예정이지만 LCD 투자는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한국 업체의 디스플레이 투자 금액은 지난해 대비 75%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투자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2%에서 올해 12%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DSCC는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가 지연되면서 내년 장비 투자액도 올해보다 8%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올해 중국의 투자액은 지난해 대비 49% 급등할 것으로 봤다.

중국 업체가 LCD 가격 하락 영향은 똑같이 받으면서도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은 정부 보조금 덕분이다.

중국 업체들은 출하량을 늘릴수록 정부로부터 많은 보조금을 받기에 적극적인 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다.

주요 디스플레이 패널사의 영업이익률 변화 추이.(자료=DSCC)

실제로 DSCC가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중국 BOE(징둥팡)·티안마, 대만 AUO·이노룩스, 일본 샤프 등 주요 디스플레이 패널사의 1분기 실적을 비교해 본 결과, 한국·대만·일본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모두 감소했지만 BOE는 유지, 티안마는 3% 상승했다.

특히 BOE는 기타영업외수익이 7천700만달러(약 833억원)에 달하며 당기순이익이 영업이익을 초과했는데, 정부 보조금이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DSCC는 "BOE의 부채는 경이로울(amazing) 정도로 크다"면서도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기 때문에 BOE의 유동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나 공급사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1분기 BOE의 부채 규모는 160억 달러(약 17조 3천억원)에 육박해 3분기 연속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100%를 넘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과 한국 업체의 불공평한 경쟁 상황에 대해 서울대 이창희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그렇다고 우리가 중국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은 보조금도 있고 내수도 있어 여건이 좋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이 아직 쫓아오지 못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군 비중을 늘리는 등 기술격차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