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초대석] "ICO 허용 100만인 서명운동 벌이겠다"

신근영 한국ICO기업협의회장

인터뷰입력 :2018/05/09 11:04

"가상화폐공개(IPO)를 허용하라는 요구를 담아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겠습니다"

신근영 한국ICO기업협의회장의 인터뷰 일성이다.

신 회장은 9일 ICO를 하려는 사람을 현 정부가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김대중 정부가 벤처와 인터넷붐을 일으켜 인터넷 강국을 만든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ICO를 허용해 우리나라를 블록체인 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ICO기업협의회는 ICO를 하려거나 ICO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다. 지난 4월 중순 결성됐다. 신 회장이 모임을 주도했다. 오는 29일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신 회장 자신도 '글로핀(GLOFIN)'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ICO를 준비하고 있다.

신 회장은 ICO기업협의회를 만든 이유를 네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블록체인 산업이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새로운 먹거리라는 점 둘째, 과도한 규제로 실패한 이전의 P2P 전철을 ICO가 다시 밟으면 안된다는 점 셋째, 이렇다할 엔젤투자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ICO는 스타트업에 자금 마련의 좋은 창구라는 점 넷째, ICO는 자칫 법에 저촉되기 쉬워 누군가 도움과 조언을 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 한 점 등이다.

신 회장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나오기전에 업계 의견을 모아 당국에 전달하겠다"면서 "ICO가 투기가 아닌 '건전한 투자'가 되도록 협의회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ICO용 백서 작성 방법과 불법ICO 사례 교육 등을 계획하고 있다. 건전한 ICO 생태계 조성의 일환이다.

신 회장은 "묻지마 투자였던 이전의 혼탁한 시기를 넘어 지금은 'ICO 2.0' 시대"라면서 "교육과 컨설팅으로 건전한 ICO 생태계가 만들어지는데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신근영 글로핀 회장. 한국ICO기업협의회장도 맡고 있다.

협의회는 인증 사업도 고려하고 있다. ICO를 추진하는 기업을 직접 방문해 신뢰가 안가면 고발도 불사할 예정이다. ICO를 추진하는 기업에게 "제발 사기칠 생각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신 회장은 "블록체인으로 창업하려는 전국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부산, 대구, 대전, 제주 등에 지부 개설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ICO를 17세기 불어닥쳤던 '튤립 버블'과 비견한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어느 산업이든 초기에는 버블과 인간 광기와 탐욕이 어우러진 회오리가 있기 마련"이라면서 "이 시기를 지나면 진정한 비즈니스 모델과 안정적 기술 발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전산업에 어떤 식으로든 도입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 회장이 블록체인을 사업으로 보기 시작한 건 2015년 8월부터다. 작년초 돈 데스콥이 쓴 '블록체인 혁명'이라는 책도 큰 영향을 줬다. 당시를 신 회장은 "머리를 강하게 때리는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이뤄진 국내 첫 ICO 성공은 돈 데스콥보다 더 큰 충격을 줬다는게 신 회장 설명이다.

이후 신 회장은 블록체인 공부에 파고들어 관련 특허도 2건이나 출원했다. 지난 3월에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글로핀(GLOFIN)'을 설립했다. 글로핀은 글로벌 핀테크(Global Fintech)를 뜻한다. 연내 ICO를 하고 법인은 싱가포르에 있다. 글로핀에 대해 신 회장은 "신용을 공유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서 "백서를 만드는데 2년 8개월이나 걸렸다. 지금까지 나온 코인을 보면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데 우리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쌍용그룹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해 소프트랜드, 해태I&C 대표 등을 지냈다. 지난 30년간 회사를 16개나 세워 본인을 '연쇄 창업가'라고 말한다. 기업 인수합병(M&A)에도 12곳이나 간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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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얼마전 읽은 책에서 본 '사업가란 절벽에서 떨어지는 동안에 날개를 만들어 달 수 있는 사람이다'는 말을 좋아한다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면서 "단지 보람있고 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멋지고 커다란 기업을 하나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뉴욕에 갈때마다 메이시 백화점 앞 광장에 있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보며 상념에 잠기곤 한다. "엠파이어 빌딩이 1931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어땠나요? 나라를 잃었습니다. 일본과 달리 쇄국정치로 강대국이 될 기회를 놓쳤습니다. 지금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국은 ICO를 규제하려고만 합니다. 엠파이어빌딩을 보며 조상과 선배에 느꼈던 원망과 답답함이 ICO 규제를 보면 또 다시 일어납니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또 다시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조상으로 남길 원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