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경쟁정책 없고 압박정책만

[문재인 정부 1년 통신정책②]

방송/통신입력 :2018/05/09 09:46    수정: 2018/05/14 14:21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간 추진된 통신비 인하 정책은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보다 서비스 업체를 집적 압박하는 쪽으로 집중됐다.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매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단기 이행과제에서는 일부 성과를 냈다. 하지만 경쟁의 한 축이어야 할 알뜰폰의 체력을 더 급격히 약화시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출범 한 달 뒤 내놓은 방안을 기조로 계속 추진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는 당시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취약계층 1만1천원 요금감면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알뜰폰 상생방안 마련 ▲공공 와이파이 확대 구축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단말기 분리공시제 도입 등을 내걸었다.

이 중 단기 이행 과제에 해당하는 ▲취약계층 1만1천원 요금감면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알뜰폰 상생방안 마련의 경우 이미 시행되거나 법제화가 완료됐다. 특히,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의 경우 소득 대비 통신비 지출이 큰 이들의 금전적 부담을 해소했다.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도 적용 대상자가 최근 1천만명을 돌파하는 등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알뜰폰 상생방안은 이해 당사자인 알뜰폰 업계와 통신사 어느 쪽의 불만도 해결하지 못하는 등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수준·대상 진일보…재원 문제는 합의 안돼

과기정통부는 통신비 인하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취약계층 통신요금 감면을 월 1만1천원씩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정부는 통신비 감면 대상에 장애인, 국가유공자,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수급자, 차상위계층 외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추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도 함께 추진했다.

취약계층 통신요금 감면의 경우 지난해 11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요금 감면 대상에 대해 통신사의 전파사용료 면제를 검토하라는 조건으로 원안 동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요금 감면 확대가 시행됐다.

그러나 통신비 감면 대상 확대 안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충분한 논의 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 하에 계속심사 결정이 나왔다.

해당 안이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로 넘어온 이후에는 정부와 이통 3사 합의가 진행됐다.

우선 향후 고령층 요금 감면 부담이 지속 증가될 가능성에 대한 대응과 중복 수혜 문제 해결, 전파사용료 면제 등을 추진키로 했다. 또 65세인 연령 기준을 향후 조정할 수 있도록 고시에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이에 따라, 요금 감면 대상자에 전파사용료를 면제하도록 전파법 시행령 개정도 이뤄졌다.

이후 지난달 13일 열린 규개위에서 해당 안이 규제심사를 통과했다. 정부는 향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치고, 상반기 고시 개정까지 마친 뒤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사회적 취약계층 이동통신 요금 감면제도 확대 내용.

통신비 인하 정책 추진을 통해 생계·의료급여수급자의 경우 월 통신비 기본 감면액 1만5천원이 2만6천원으로 커졌다. 추가통화료 50% 감면 혜택을 적용하면 월 최대 3만3천500원을 인하받는다.

주거·교육급여수급자, 차상위계층의 월 통신비 기본 감면액도 1만500원에서 2만1천500원으로 향상, 추가이용요금 35% 감면 시 월 최대 2만1천500원이 인하된다. 추가로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도 월 통신비 1만1천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통신비 감면 정책 추진으로 과기정통부가 추산하는 통신비 절감액은 연 6천315억원 수준이다.

다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공공 복지 확대가 민간의 재원으로 이뤄지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간의 통신 정책을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빠짐없이 통신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정책들"이라며 "TV 수신료, 도시가스 요금, 지역 난방비 등 취약계층 대상 공공서비스 요금 감면은 정부 재원으로 제공되는 반면, 통신비 감면은 민간기업인 통신사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이통사 강력 반발 뚫고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은 국정기획자문위 발표 당시부터 이통 3사의 반발이 심했던 정책이다. 3사는 주주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행정소송을 검토키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9월15일부터 이통 3사에게 신규 가입자 대상 선택약정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하는 내용의 행정처분 문서를 지난 8월 통보했다.

증권가는 선택약정할인율이 상향될 경우 예상되는 이통 3사 매출 감소분이 연간 3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통 3사는 행정소송 카드를 낼지 고민했으나 결국 할인율 상향을 적용하겠다고 지난해 8월 말 과기정통부에 알렸다.

행정소송 시 이통사에 승산이 있다는 법조계 견해에도 불구하고 3사가 소송을 포기한 이유는 규제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은 규제 산업이라 규제 당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며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헌법 소원을 통해 막아낸다 해도 다른 방식의 압박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르기 어려운 선택지였다"고 말했다.

할인율 상향에 따라 이통 3사의 월 정액 6만원대 요금제에서는 2년 약정 기간 기준 39만5천340원의 할인이 제공된다.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본격 시행 이후 연간 요금할인 규모가 1조원 가량 증가하고, 약 1천900만명이 제도를 이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통사 반발에도 과기정통부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강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말기유통법 상 과기정통부 장관이 선택약정할인 제공 기준을 조정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은 공시지원금에 준하는 혜택을 중고폰 이용자에게도 제공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라며 "그런데 공시지원금보다 선택약정할인금액이 할인율 상향 이전에도 높았다.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은 정권에서 일방적으로 통신비 인하를 위해 내놓은 정책의 하나"라고 비판했다.

■알뜰폰·이통사 상생, 여전히 숙제

통신비 인하 정책에서 유효한 성과를 낸 반면, 경쟁 활성화를 통해 요금 인하 효과를 도모하는 취지의 알뜰폰 활성화 측면에서는 이전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뜰폰, 이통사 모두의 불만을 자아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제가 된 부분은 수익배분(RS) 도매대가다. 이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망을 빌려 쓰는 대신 지불하는 비용이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지난해 6월 알뜰폰 활성화 정책 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도매대가를 10%p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 간의 협상 결과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평균 7.2%p 도매대가 비율이 인하되면서 알뜰폰 업계는 예상치 이상의 추가 적자를 안게 됐다. 지난해 11월 책정된 도매대가가 그해 7월부터 소급 적용되기 때문이다.

2017년 협상부터는 기본료가 합산된 방식으로 도매대가가 책정됐다. 기본료를 고려하지 않고 정산요금 대비 도매대가를 살펴보면 고가 요금제에서는 이전보다 도매대가 비율이 증가했다.

고용량 데이터 요금제에서는 도매대가 인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알뜰폰 업계가 하소연하는 이유 중 하나다. 갈수록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저렴한 고용량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할 여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업계 미래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월 2만원에 1GB 이상을 기본량으로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저용량 데이터 요금제에서의 입지도 줄어들 확률이 있다.

관련기사

반면, 이통사는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꾸준히 내려온 RS 도매대가를 어디까지 내려야 하냐고 반문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LTE RS 대가는 40~50%로, 매년 지속적으로 인하돼 기존 대가보다 많이 내려간 상황"이라며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매대가를 꾸준히 내렸지만 수익성 개선이 아닌,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알뜰폰 업계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