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서식스 대학 “축구팬 행복할 수 없다”

승리 기쁨보다 패배 고통 훨씬 커

과학입력 :2018/05/01 09:29    수정: 2018/05/01 09:45

축구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승리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졌을 때 느끼는 고통이 두 배 이상이란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한마디로 축구 팬들은 결과적으로 행복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왜 축구팬들은 직접 경기장을 찾고,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것일까?

IT전문지 기가진과 서식스 대학에 따르면, 서식스 대학 연구팀은 매피니스(Mappiness)라고 불리는 스마트폰 앱 사용자 3만2천명을 대상으로 300만개의 응답을 분석했다. 주기적으로 사용자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물었다. 매피니스는 이용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용자가 대답한 시점의 행복 정도를 스스로 판단하는 앱이다.

연구팀은 300만 이상 사용자들의 축구 경기장 위치 정보, 과거 3년 간의 축구 경기 결과 등을 결합해 축구 팬들의 경기 전후 기분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축구 팬이 계속해서 받게 되는 누적 효과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앱은 무작위로 사용자에게 통지하고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기존의 연구보다 ‘더 그 순간의 행복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축구팬의 행복도는 1시간에 평균 3.9 포인트 상승하며, 2시간 후에는 1.3 포인트, 3시간 후에는 1.1 포인트까지 떨어진다.

반면 팀이 패배한 경우 행복도는 1시간 후에 평균 7.8% 포인트 낮아지고, 2시간 후에는 3.1포인트, 3시간 후에는 3.2 포인트로 낮아진다. 즉 경기에 승리했을 때 상승하는 행복도보다 패배했을 때 저하되는 행복도가 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 경기 결과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행복도의 변화는 실제 경기장에서 관전하고 있는 팬이 더 높다.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승리의 기쁨은 무려 평균 10 포인트 행복도를 높였다. 이는 집에서 TV로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사람보다 3~4배 높은 수치다.

또 매피니스에 따르면 경기장에서 축구 관전과 승리 때보다 더 큰 행복도를 얻을 수 있는 행위는 성행위와 구애 행동 외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패배했을 때의 상실감도 경기장 관람객이 더 큰데, 평균 14 포인트 행복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식스 대학의 비즈니스 스쿨에서 일하는 행동 경제학자이자 맵피니스 공동창업자인 조지 맥커런 박사는 “대부분의 팬들은 축구가 그들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의 독특한 데이터는 이와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기쁨보다 고통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팀 응원을 계속하는 것은 전통적인 경제적 관점에서 비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팬들은 축구 경기를 보고 자신의 팀을 응원할까.

그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경기 시작 전에 얻는 고양감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의 행복도는 무려 7.9% 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 가정의 TV에서 관전하는 경우는 0.2% 포인트 밖에 상승하지 않기 때문에 축구를 현지에서 관전하기 원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가설로 연구팀은 축구 팬이 응원하는 팀이 승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행복감에 중독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연구팀 일원인 피터 돌튼 교수는 “축구팬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행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팀이 승리했을 때의 기쁨을 위해 패배에 의한 더 큰 고통을 견디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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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축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라면서 “축구가 우리를 느끼게 하는 방식은 경제학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것”이라고 덧붙였다.[☞원문 보기: 서식스 대학교 연구 페이지]

한편 축구팀이 경기에 패배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아스날은 2003-2004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처음으로 무패 우승을 달성한 기록이 있다. 위 분석대로라면 당시 아스날 팬들은 1년 동안 상상할 수 없는 행복감을 경험했을지도 모른다고 외신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