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개발자의 마지막 희망이고 싶다”

한큐에자바 한석현 개발자

컴퓨팅입력 :2018/04/24 15:56    수정: 2018/04/24 17:03

“많은 초급 개발자가 전국 프로그래밍 학원에서 배출되지만 일자리를 갖기 힘들다. 회사는 중급같은 초급 개발자만 찾는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서도 학원에서 배운 대로 하는데 잘린다. 그런 초급 개발자를 강하게 키워서 올바른 개발자를 키우는 게 목표다.”

‘한큐에자바’란 활동명으로 알려진 개발자 한석현씨의 얘기다. 그는 자신의 활동명과 같은 ‘한큐에자바’란 프로그래밍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큐에자바는 초급 개발자 사이에서 제대로 가르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큐에자바 학원은 작년 4월 문을 열었고, 올해로 운영 2년째다. 한석현씨는 프리랜서 중급 개발자로 일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학원을 차렸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서 ‘개발자의 생존전략’이란 세미나를 열어 인기몰이를 했다. SI 현장에서 겪은 한석현씨의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 전수 덕분이었다. 몇차례의 세미나 후 수강생이 먼저 프로그래밍 강의까지 요청했다. 소규모로 시작한 후 본격적으로 학원을 차려 오늘에 이르렀다.

한큐에자바 한석현 개발자

한큐에자바 출신 개발자는 경력과 연차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큐에자바 수강생들은 한석현씨를 전적으로 믿고 따른다. 기업에서 한큐에자바에 신입사원 교육을 의뢰할 정도다.

그는 SI 현장에서 잘 나가던 프리랜서였다. 젊은 나이에 프로젝트매니저(PM)를 할 만큼 실력도 인정받았다. 부러울 것 없던 그는 왜 학원을 설립하게 됐을까. 한석현씨는 개발자의 생존전략 세미나를 열게 된 계기부터 풀어냈다. 초급 개발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서 질문을 올려도 적확한답변을 찾기 힘들었다는 게 계기였다고 했다.

“인터넷 개발자 커뮤니티에 IT관련 질문이 많이 올라오지만, 달리는 답글이 현실과 많이 달랐다. 너무 답답해서 세미나를 만들었고 IT바닥의 현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방법, 헤드헌터 만나는 법, 개발자의 자세 같은 내용으로 강의를 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개발자의 생존전략을 들은 사람들이 직접 개발도 가르쳐줄 수 없냐면서 현업 개발자가 교육한다면 믿고 들을 수 있다고 요청했다. 그러다 학원을 등록하고 지금까지 왔다.”

그는 수많은 개발자가 전국의 학원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도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지 못하는 현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잘 가르치기만 하면 훌륭한 역량을 갖출 자질을 갖고도 불운하게 학원만 전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봤다고 했다.

“대학교에서 실무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왜 많은 학생이 전문 학원을 찾겠나. 많은 대학교서 아직도 C를 가르치고, 툴도 없이 메모장으로 가르치는 교수도 있다. 개발자 인력 시장은 교육받고 취업만 하면 되는 구조가 아니다. 학교 졸업하고 학원가는 게 당연한 코스란 말도 있다. 학원은 대성황인데, 학생은 취업하기 어렵다고 한다. 기업은 중급 같은 초급을 찾는다. 채용할 신입의 실력을 확신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만약 신입이 중급 실력을 가졌다는 걸 안다면 기업도 신입을 자신있게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내 목표다.”

대기업과 인터넷회사에서 대우받는 개발자, 스타트업에서 창의력을 뽐내는 개발자도 분명 우리나라에 있다. 그러나 국비지원 학원 출신 개발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건 외면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이다.

한큐에자바에 오는 학생들은 절박하다. 마지막이란 생각에서 소문을 듣고 한석현씨를 찾아온다. 한석현씨는 자신을 찾아온 학생의 눈빛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한큐에자바는 강도높은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강의와 숙제의 양이 엄청나다.

학원은 주말 이틀씩 열린다.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한 강의 당 4시간씩 진행한다. 강의서 과제를 주고, 학생은 과제를 인터넷카페에 올린다. 한석현씨가 하나하나 소스를 들여다보고 피드백을 한다. 팀 스터디도 필수다. 팀 스터디에 단순히 얼굴만 비추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자신의 강의 스타일을 ‘강압적’이라 밝힌다. 대신 꼼꼼하게 학생을 보살핀다.

“강의시간 외에는 절대로 강의를 하지 않는다. 대신 숙제검사를 평일에 하나하나 소스를 다 보고, 피드백을 왕창 달아준다. 문제점을 메신저로 직접 알려주기도 한다. 학생 입장에선 강사가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한명에게 댓글을 달아주는구나 느낀다. 두번째로 학생에게 실력 수준을 지적한다. ‘지금 취업하면 잘린다, 혹은 재수강해라’ 식이다. 아니면 ‘바로 취업해도 된다, 혹은 회사 다니면 4년차 정도의 실력이다’ 실무자 입장으로 판단을 준다. 초급이든 중급이든 개발자는 자신의 실력에 어떤지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입사, 이직에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게 이 두려움 탓이다.”

4시간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 쉴틈없는 강의가 이어진다. 강의 후에는 숙제와 팀스터디를 해야 한다. 지각이나 결석, 숙제 미제출을 용납하지 않는다. 스터디에 빠지거나 얼굴만 비치는 것도 용서가 없다.

“숙제를 내지 않거나 2회 이상 지각을 하거나, 수업에 빠지면 다음달 수강료를 받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으면 개발자가 될 수 없다. 공부를 못해서 여기 온 게 아니라,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얼 먼저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서 온 것 아닌가. 돈을 내고 와서 지각을 하거나 숙제를 안 내는 건 학원보다 우선순위인 게 있다는 것이다. 오늘 수업인데 오늘 아침에 급해서 못 간다거나 아파서 못 간다고 메시지를 보내면 믿지 않는다. 그렇게 압박적이다. 그렇게 찔러야 공부하고 개발자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제일 잔인한 것은 팀스터디다. 팀스터디를 하는지 체크만 하지 않는다. 스터디 시작 때 참가 인원이 나오게 사진을 찍게 한다. 시계도 보여야 한다. 스터디 끝나면 또 끝나는 시간도 나오게 사진을 찍게 한다. 누가 참여하고 몇시간 스터디 했는지 카페에 공개로 올리게 된다. 누가 노력하고, 누가 중간에 빠졌는지 다 본다. 노력 여하를 알아야 기업에 추천도 하기 때문이다. 기본 실력이 좋아서 성적 좋은지 교육을 성실하게 잘 해서 성적 좋은지 알 수 있다. 이게 가장 포인트다. 핑계가 안 통하니 학생은 너무 괴롭다. 어떤 조는 회사원인데도 홍대에 방을 얻어서 팀스터디를 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 운영 중인 커리큘럼은 입문반, 초급반, 프리반 등이다. 입문반은 1개월동안 말그대로 어떤 기초지식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개발수업을 듣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초급반은 개발실무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초급반의 졸업률이 55%다. 45% 탈락자의 90%가 자발적으로 재수강을 택한다. 재수강생은 한주만 빠져도 환불해준다. 프리반은 3년에서 10년차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다. 아키텍트 진로를 원하거나, 자신을 리팩토링하고 실력을 쌓고 싶은 사람이 듣는다.

강의 내용은 자바를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은 백엔드와 프론트엔드를 가리지 않고 교육한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의 UI개발툴인 웹스퀘어반도 이달부터 운영중이다. 인스웨이브와 정식으로 협약을 맺고 툴 사용법과 관련 개발지식을 교육한다. 현재 SI 시장서 많이 쓰이는 툴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석현씨가 인스웨이브에 직접 연락해 협력하게 됐고, 인스웨이브는 직원을 파견해 초기 강의를 돕고 있다. 인스웨이브 측은 직접 운영하는 커리큘럼보다 더 높은 품질이라 평가하고 있다.

한석현씨는 한큐에자바 수료생 중 우수한 학생을 기업체에 추천하고 있다. 한씨 자신도 여전히 프리랜서 개발자다. 얼마전 직접 개발회사를 차렸고, 학원 수료생 중 일부를 직접 채용해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했다. 취업한 학생은 수행한 프로젝트 내용을 바탕으로 학원의 커리큘럼 개선에 도움을 준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프로젝트의 기술을 강의에 포함시킨다. 때문에 한큐에자바는 정해진 교재가 없다. 그때그때 새로운 프리젠테이션 강의안이 만들어진다.

“개발자는 개발을 그만두면 끝이다. 학원 잘 된다고 강사로 완전히 돌아서면 학원의 커리큘럼도 거기서 끝이다. IT는 계속 바뀐다. 그래서 학원만 하지 않고 평일에 현장에 출근하고, 주말에만 강의한다. 지금도 프로젝트 2건의 PM을 맡고 있다. SI 프로젝트는 몇개월 진행되고 다음 프로젝트 없으면 끝나는 구조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 교안을 짠다. 이 선순환구조가 잘 정착되고 있다.”

한큐에자바가 배출한 개발자는 500명에 조금 못 미친다. 그러나 응집력이 강력하다. 이들이 한석현씨와 학원을 지탱하는 기반 역할을 한다. 초급반이 17기를 지나 18기를 맞았다.

“과거 비트 출신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처럼 한큐에자바 출신이면 잘 한다는 얘기를 듣게 하고 싶다. 1년만에 그만큼 모았으니 1년 또 지나면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수강생이 4년차가 되면 한큐에자바 출신이 곳곳에 퍼지게 될 거다.”

우리나라는 개발자를 두 부류로 나눈다. 성공한 개발자와 , 야근 많고 고생 많이 하는 SI 개발자다. 사회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현상을 우려한다. 고생하는 SI 개발자란 이미지가 기피 현상을 만들어낸 주 원인 중 하나다. 한큐에자바는 SI 개발자를 키운다. 고생하는 개발자를 키워 암울한 현실에 밀어넣는다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한석현씨는 이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사회는 업무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거기서 저의 생각이 달라진다. 학생에게 초반에는 고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솔루션 회사든 SI든 개발자는 기술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개발자는 스킬만 확실하면, 어느 기업에서도 인기인일 수 있다. 무조건 SI로 구르고, 많은 경험을 하라고 한다. 분야도 통신, 물류, 병원, 금융 다 해보라고 한다. 중급이 되면 분야를 바꾸기 어렵다. 초급은 굴러야 한다. 많은 걸 초급 때 경험해봐야 중급, 고급이 됐을 때 남들과 할 이야기가 생긴다. 업무와 프로젝트 경험 적으면 대화에 낄 수 없다. SI로 그렇게 4-5년 열심히 구르면 버젓한 중급 됐을 때 대우는 분명히 다른 동년배를 대할 때와 다를 것이다. 회사에서 무얼 시켰을 때 남이 발을 한발 뒤로 빼면 너는 한발 다가가라고 한다. 그게 남들과 다른 개발자가 되는 길이다. 이는 야근과 고통이 따라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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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초급 개발자를 위한 마지막 희망이고 싶다고 밝혔다. 중급이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초급 개발자를 구제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개발자가 몇명이나 될까. 4년차 이하도 개발자로 보면 많다. 그런데 4년차 이상부터 개발자라고 하면, 우리나라에 개발자는 없다. 초급은 중급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하고 다 그만둔다. 1-3년차는 직장이 없고, 회사는 사람 없다고 한다. 그 벽을 버티는 교육을 하는게 한큐에자바다. 학벌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설프게 배운 사람들이 우리나라 개발자의 제일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다. 한큐에자바에 왔다면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