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재택 재활 솔루션 기업 '네오펙트'…美·日로 가볼까?

창업 8년만에 美·日 헬스케어 시장 본격 진출

중기/벤처입력 :2018/04/23 15:01    수정: 2018/04/23 22:09

"헬스케어 분야 창업을 시작할 땐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첫 번째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누가 헬스케어 창업하겠다고 하면 뜯어 말리겠다."

스마트 재활 기기 업체 '네오펙트'의 반호영 대표가 헬스케어 창업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고된 나날들이었지만 반 대표의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네오펙트는 회사 설립 5년 만에 전세계 헬스케어 시장 40%를 차지하는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최근엔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일본 시장에 진입했다.

반 대표는 집에서도 재밌게 게임을 하면서 재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지난 2010년 네오펙트를 설립했다.

병원에서 진행되는 뇌졸중 환자의 재활 운동은 좁쌀 줍기, 블럭 옮기기 등이 전부였다. 매일같이 병원을 방문해 재활 운동을 하기도 번거로운 일이다. 반 대표는 국내 법인 등록 후 1년간의 연구 끝에 라파엘 솔루션과 기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

손, 손가락, 팔 등 다양한 신체 부위의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은 라파엘 재활 기기를 착용하고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재활 운동을 할 수 있다. 게임 후 점수가 기록되면서 환자의 성취욕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네오펙트가 개발한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와 페그보드는 각각 2017, 2018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스마트글러브는 IT기기 리뷰 미디어 씨넷이 선정한 주목해야 할 제품으로 뽑혔다. 네오펙트의 기기는 국내 서울대병원, 국립재활원과 미국 베테랑스병원, RIC, 코넬대학교, 뉴욕대학교 병원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헬스케어 창업, 칠전팔기로 버텼다

벤처투자사들로부터 100억 원 이상의 시드 투자를 받은 네오펙트는 현재 어느 정도 자립할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반 대표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일궈내기까지 실패와 인내가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반 대표는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근무했다. 4년 만에 창업을 꿈꾸며 퇴사한 후 2007년 미국 현지에서 IPTV 관련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미국 통신시스템은 한국보다 낙후됐고 리먼브라더스 사태까지 겹쳐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후 자산운용가가 되고자 버지니아대학에서 MBA도 취득했지만 그의 가치관인 ‘홍익인간’ 정신에는 충분히 미치지 못했다.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가 스마트 글러브를 착용하고 시연 중이다.(사진=네오펙트)

그런 반 대표가 네오펙트를 시작한 곳은 다름 아닌 서울 봉천동의 하버드 오피스텔이었다. 창업 당시 회사명은 울산 소재의 모교를 기리고자 울산로보틱스로 지었다.

반 대표는 “건물은 전혀 하버드스럽지 않았고 회사명도 울산로보틱스였다”며 “1년 뒤 성남으로 이사 오면서 라틴어 이름인 네오펙트로 바꿨다”고 말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창업한 이력이 있었고 MBA 졸업장까지 있었지만 새롭게 시작한 헬스케어 사업은 만만치 않았다. 제품 개발을 마치기만 하면, 공장에서 기기를 줄줄이 만들어내고 판매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산 넘어 산이었다.

네오펙트는 약 2년간 인허가, 생산허가, 판매허가, 임상실험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14년 12월 말 첫 번째 제품인 스마트 글러브를 출시할 수 있었다.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사진=네오펙트)

네오펙트의 사무실은 성남시 죽전동에 위치한 단국대학교 내에 들어서 있다. 하지만 반 대표의 눈은 미국으로 동시에 향해 있다. 반 대표에게 네오펙트는 창업할 때부터 미국 비즈니스였다. 전세계 헬스케어 시장에서 40%를 차지하는 미국을 놓칠 순 없었다.

네오펙트는 2015년 10월에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법인 설립 후 약 5년 뒤 일이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사업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키워서 미국으로 가야겠다는 반 대표의 계획에서였다. R&D는 한국에서, 영업은 국내와 미국을 동시 공략하기로 했다.

미국 진출 후 첫 판매는 약 두 달 뒤 중소규모의 병원에서 이뤄졌다. 반 대표는 “진상 짓을 많이 했긴 하지만 부자였던 한 환자가 직접 병원에 네오펙트의 기기를 사자고 건의해 첫 계약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반 대표는 네오펙트의 재활기기를 이용한 미국 환자들로부터 감사의 편지도 여럿 받았다고 한다. 반 대표는 “한 미국인 환자는 낚시 게임은 너무 정적이라며 좀 더 신나는, 때리고 부수는 게임을 하고 싶다고 피드백을 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까지 네오펙트는 라파엘 기반의 스마트 글럽, 스마트 키즈, 스마트 보드, 스마트 페그보드, 컴커그 등 총 5종의 재활 기기를 출시했다.

네오펙트 라파엘 컴커그(사진=네오펙트)

네오펙트는 최근 깐깐하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을 뚫는 데도 성공했다. 네오펙트는 일본 의료기기 유통 업체 니혼코덴과 협력해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 페그보드 등 제품을 현지 병원에 납품하기로 했다.

반 대표는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데 1년 넘게 준비했다”며 “니혼코덴 사람들이 공장에 가서 검사로 하고, 제품도 실제로 검사하는 등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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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반 대표는 현지 성공 전략으로 영업사원들의 발품을 강조했다. 네오펙트를 불러주는 병원에 찾아가 일일이 시연하고 팔아야 한다는 것. 미국에서의 영업 전략도 발품과 비행기품에 있다고 덧붙였다.

네오펙트의 제품들은 이제 막 니혼코텐 딜러에게 넘어가 현지 병원과 환자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