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드론 면허증·식별모듈 표준 주도할 것"

[인터뷰] IS0 22460 전문가 워킹그룹 초대의장 탁승호 박사

디지털경제입력 :2018/04/18 17:48    수정: 2018/04/18 18:03

드론의 비행 목적과 소유자 식별을 위한 국제 표준인 ISO 22460 제정을 위한 회의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3일동안 서울대학교에서 개최됐다. ISO 22460은 드론 소유자를 보다 쉽게 파악하고 여러 나라마다 다른 드론 비행 면허를 표준화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번 첫 회의에는 일본, 중국, 영국, 독일 등 18개 국가의 전문가가 참여해 표준안에 관련된 의견을 교환했다. 이 표준안을 처음 제안해 ISO/IEC JTC1/SC17 산하의 ISO 22460 제정을 위한 전문가그룹 '워킹그룹12'(WG12) 초대 의장을 맡은 탁승호 박사(아이버디 대표이사)는 "이 표준안이 제정되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드론을 안전하게 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재는 드론 사고 생겨도 책임 소재 불투명"

현재 항공기는 각국의 국기를 부착하고 호출부호와 비콘을 가지고 있어서 실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또 조종사는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면장을 반드시 취득해야 하며 운항 전 운항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블랙박스를 회수해 책임이나 원인을 규명한다.

탁승호 박사는 ISO 22460의 핵심은 안전 확보와 책임 규명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현재 드론은 그 소유자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다 사고를 일으켜도 책임 규명이 어렵다. 여러 나라가 드론 허가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규제나 기준마저도 제각각이다.

18일 기자와 만난 탁승호 박사는 "현재 국토교통부는 배터리를 제외하고 12kg 미만인 드론은 자격증 없이 띄울 수 있지만 이들 드론도 사람을 다치거나 재산상의 피해를 충분히 입힐 수 있다. 대형 상업용 드론은 더 위험하지만 책임 규명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핵심은 안전 확보와 책임 규명"

탁 박사가 ISO에 제안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개인용, 혹은 상용 드론 조종사에게 국제 규격으로 표준화된 드론 면허증을 발급하자는 것이다. 두번째는 드론에도 고유 번호와 비행 목적, 드론 소유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드론 식별 모듈(DIM)을 장착하자는 것이다.

현재 드론은 사고 발생시 책임 규명이 어렵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탁 박사는 "드론 식별 모듈에는 드론 면허증의 정보도 함께 담겨 드론 비행 허가는 물론 사고나 문제가 일어났을 때 원인이나 책임 소지를 보다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언제 어디서나 드론을 안전하게 날리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 박사는 이런 내용을 담은 표준안을 2016년 10월 베를린에서 개최된 ISO/IEC JTC1/SC17(국제표준화기구 카드 및 개인식별 전문분과) 총회에 제안했다. 이 표준안은 지난해 3월 정식으로 'ISO 22460'이라는 번호를 부여받았다. 그 해 10월에는 한국이 표준화 위원회 의장국으로 선출되었고 올해 첫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 "중국, 한국 의장국 선임에 반대"

탁승호 박사는 한국이 의장국으로 선출되는데 가장 크게 반대한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전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DJI와 샤오미 등 주요 제조사가 중국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관계자들도 드론에 대한 전세계 단일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탁 박사는 "표준화 위원회는 한 국가가 한 표씩 투표권을 갖지만 기득권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여러 업체나 단체도 당연히 참여할 수 있다. DJI, 샤오미도 표준화 위원회에 참여해 입김을 키우려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드론 면허증 의장국 지위 유지될 것"

ISO 22460의 드론 면허증 초안 중 일부. (사진=지디넷코리아)

올해 4월부터 논의가 시작된 ISO 22460은 3년간 각국 전문가의 논의를 거쳐 오는 2021년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한 번 표준이 정해진 규격이라 해도 계속해서 수정 보완 과정을 거친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것은 통신환경의 변화다.

현재 대부분의 드론은 와이파이를 이용해 조종하지만 5G가 상용화되면 조종기와 드론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훨씬 먼 거리에서도 조종이 가능해진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도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드론 비행이 끝나는 순간 항공청 등 감독 기관에 비행 보고서가 자동으로 제출된다.

탁 박사는 "표준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의장국이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한다. 의장국이 한국으로 결정된 이상 앞으로도 한국이 표준 제정 과정을 주도하게 된다. 의장의 임기가 끝나도 다른 학계 관계자가 계속 의장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 "국내 다양한 업체에 기회 올 것"

ISO 22460 표준은 국내 다양한 업계에 또다른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그림=아이버디)

ISO 22460 표준은 드론 제조사 뿐만 아니라 국내 모바일 앱 개발사, 스마트카드 업체 등 다양한 산업계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탁 박사는 "아무리 하드웨어를 잘 만들었다 해도 소프트웨어 기술, 보험과 각종 규제 등 핵심 기술은 이들 업체가 기득권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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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올 하반기 ISO 22460 표준에 적용된 각종 특허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된다. 원천 기술이나 특허를 가진 업체는 로열티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단 국제 표준인 만큼 상한선이 존재하지만 국제 표준 보급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탁 박사는 "특히 이런 로열티는 삼성전자 등 대형 업체보다는 기술력을 가진 중소 업체에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