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해야 하나

장·단점 극명…"가까운 장래 발행 계획 없어"

금융입력 :2018/04/16 13:51    수정: 2018/04/16 14:28

에콰도르중앙은행이 2015년부터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영란은행과 중국인민은행도 디지털 화폐를 적극 검토하는 가운데 한국은행(한은)도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한은은 16일 디지털 화폐에 대한 정의, 발행 방식 등을 현행 법률과 조건에 맞춰 분석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까운 장래에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계획은 없다"면서 "공동 연구는 한은 입장 정리 차원에서 진행했으며, 국민 기초 자료 활용차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윤성관 전자금융조사팀장은 "현재 한국 상황은 어떤가를 짚어보려고 연구했고,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한은이 법정화폐와 같은 가치를 갖는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경우, 유통 방식에 따라 다양한 장단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현행 법률상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디지털 화폐 발행을 위해선 선제적으로 법률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정의한 디지털 화폐 그리고 발행방식

한은이 발행을 가정한 디지털 화폐는 현금을 디지털 형태로 대체하는 것이다. 한은이 발행하는 실물 현금을 디지털 형태로 발행한다는 개념이다. 디지털 화폐를 통해 이용자 간 자금 이체 기능을 통해 현금과 같이 지급과 동시에 결제도 완료된다.

비트코인 등과 달리 기존 법정 화폐와 동일한 단위를 사용하고 교환비율도 1:1로 고정된다.

발행 방식에 따라 디지털 화폐와 가상화폐는 비슷할 수도, 혹은 다를 수도 있다. 발행 방식은 어카운트 베이스(Account-based)와 토큰·밸류 베이스(Token·Value-based) 두 가지로 나뉜다.

어카운트 베이스는 중앙은행이 일반 개인과 기업에 대해 계좌를 마련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기존 중앙은행 예금 또는 시중은행 예금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이 중앙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고, 중앙은행은 계좌를 통해 이용자별 보유 및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관리한다.

토큰 베이스 방식은 이용자가 중앙은행에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 전자적 정보로만 존재하는 화폐 또는 지급 수단으로 발행한다. 기존 교통카드와 비슷하게 IC칩을 카드나 전자 기기 등에 내장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중앙은행 또는 여타 특정 기관이 보유 및 거래 정보를 집중하여 계좌 형태로 관리하지 않고 비트코인과 같이 다수 참가자에 분산된 블록체인 형태로 처리 및 기록할 수 있다. 가상통화 발행 방식과도 유사하다.

윤성관 전자금융조사팀장은 "가상통화와 디지털 화폐는 다르며, 토큰 방식이 가상통화와 유사할텐데 그렇다해도 동일 방식으로 가진 않는다"며 "기술적 구현 방식에 따라 좌우되기에 이를 같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신용·금융정보의 한은 집중화 문제 발생

디지털 화폐를 두 가지 방식 중 어카운트 베이스로 발행하고, 직접 유통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생기는 문제는 개인정보가 중앙은행에 집중되고 금융거래 내역을 한은이 모두 볼 수 있는 '빅브라더' 가 될 수 있다. 한은이 예치된 계좌에 대한 개인정보·신용정보·금융거래정보 등을 모두 파악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는 현행법상으로도 문제가 된다.

한국은행법 제 79조에 따르면 한은은 법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융기관 외의 법인이나 개인의 예금 또는 대출 거래, 채무를 표시하는 증권을 매입할 수 없다. 디지털 화폐의 직접 유통을 사실상 금지하고 간접 유통만을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이번 연구팀의 분석 결과다.

그렇다고 간접 유통 방식을 택하면 한은이 디지털 화폐 발행 시 금융중개기관을 거쳐 간접적으로 유통한다면 발행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한은은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은 기존의 은행업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절충적인 형태의 P2P 방식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 때에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시 비트코인과 유사한 해킹 사건 등 관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뿐만 아니라, 완전한 P2P 방식을 채용하지 못함에 따라 보안상의 취약으로 인한 피해도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스 금리, 저성장·저물가 대응 가능 장점

디지털 화폐 발행의 가장 큰 장점은 실물 화폐 발행 및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또 디플레이션에 대응해 마이너스 금리나 헬리콥터 머니와 같은 완화적 통화 정책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시장 명목 금리가 0보다 낮다면 사람들은 현금을 은행에 맡기는 대신 각자 집안에 보관한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은 현금이 가치 저장 수단을 띄기 때문에 명목 이자율을 0 아래로 내릴 수 없다. 반면 현금이 없다면 경제 주체들이 현금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유할 수 없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가능하다.

현재 에콰도르중앙은행은 어카운트 베이스 방식으로 세계 최초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개인이 중앙은행에 가상계좌를 개설해 개인 간 자금을 이체하거나 저장·인출할 수 있다.

영란은행은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해 주도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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