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초대석] "한국을 세계적 블록체인 메카로"

블록체인 전도사 박창기 거번테크 회장의 꿈

인터뷰입력 :2018/04/10 14:21

"강남 한복판에 블록체인 랜드마크를 만들어 서울을 세계적 블록체인 메카로 만들고 싶습니다".

블록체인 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박창기 거번테크 회장의 꿈이다. 그는 국내 최고 블록체인 강사로 꼽힌다. 강연 요청이 수시로 쏟아진다. 지난해에는 일주일에 평균 다섯번, 올해는 다소 줄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외부 강연을 한다.

그가 블록체인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2013년이다. 당시 회사원이던 아들에게서 들었다. 2년 뒤인 2015년에 후배들이 "블록체인 사업을 해보자"고해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금융과 IT에 해박했던 그는 단숨에 블록체인 매력에 빠졌다. 박 회장은 "내 적성에 딱 맞았다. 일주일 공부 해보니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파괴적 기술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서울대 식물학과를 나왔다. 졸업 후 CJ제일제당 뉴욕 및 런던지사에서 일했다. 1999년에는 증권정보 사이트 팍스넷을 설립해 2002년에 SK그룹에 매각했다. 이후 핀테크 와 빅데이터 업체에 투자하다 2016년 말 국내 첫 가상화폐인 '보스코인'(Boscoin)을 개발했고, 지난해 5월에는 보스코인을 ICO(가상화폐 투자유치)해 150억 원을 모았다. 국내 첫 ICO 사례다. 현재 그는 블록체인 교육과 솔루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난 6일 박 회장을 만나 근황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박창기 거번테크 회장.

=언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처음 접했나

▲오래전부터 IT와 금융쪽에서 일을 했다. 정치, 경제, 사회에도 관심이 많다. 정치, 경제에 관한 책도 썼다. '혁신하라 한국경제'와 '블랙오션'이라는 두 책을 몇년전에 냈다. 블록체인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2013년 아들에게서다. 일주일 공부해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내 적성에 딱 맞았다. 블록체인은 IT만 알아서는 안되고, 금융도 알아야하고 정치경제도 알아야 한다.일주일 공부해보니 "세상을 바꾸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법인을 세웠다. '블록체인 OS'라는 회사다. 2015년 11월이다. 회사 이름에 OS를 붙인 건 블록체인계의 OS가 되고 싶어서다. PC시대에는 윈도가, 인터네시대에는 넷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가 , 모바일 시대에는 안드로이드라는 OS가 있었다. 새 기술인 블록체인에서는 우리가 OS가 되고싶어 사명을 블록체인OS로 했다.

=국내 처음으로 '보스코인(BOScoin)'이란 암호화폐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ICO까지했다

▲블록체인OS 설립후 뭘 할까 고민하다 당시만해도 생소한 ICO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거래소와 솔루션, SI 이야기도 나왔지만 마뜩치 않았다. 지난해 5월 국내 처음으로 스위스에서 ICO를 해 150억 원 이상을 모았다. ICO는 백서로 한다. 내가 백서의 절반 이상을 썼다. 해외서 10년 정도 생활한 적이 있어 영어에 큰 문제가 없다.

블록체인OS 외에 2016년에는 거번테크라는 회사도 만들었다. 블록체인OS 같은 ICO 회사는 다른 사업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스코인'은 한국 1호 코인이다. 95개 나라에서 2500여명이 참여해 17시간 만에 ICO를 마감했다. 코딩을 모르는 사람도 블록체인 응용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본인 지분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Pos 방식과 달리 관리자에게 본인 지분을 일임하는 DPOS(Delegated Proof of Stake) 방식이다. 지분 증명이 간편하다. 쿠코인이라는데서 거래된다.

=암호화폐가 화폐인지 상품인지, 통화인지 논란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뭐라 정의할 수 없다. 기존 상품이나 화폐와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품도 아니고 화폐도 아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거니 뭐라 규정하기 힘들다. 미국 등 선진국은 암호화폐를 세 종류로 본다. 교환, 유틸리티, 증권형이다. 증권형은 증권거래 규제를 받는다. 증권형이 아닌 유틸리티형이나 교환형은 규제 받을 필요가 없다. 이게 글로벌 스탠더드 구분이다. 결국, 증권형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미국은 증권형에 규제를 한다. 거래소 상장을 안시켜 준다.

박창기 회장이 한 행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1세대, 2세대, 3세대로 구분한다. 어떤 차이가 있나.

▲1세대는 비트코인과 리플, 라이트코인처럼 송금 기능에 특화한 거다. 2세대는 이더리움처럼 스마트 컨트랙트(스마트 계약)가 가능한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서로 약속한 계약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이행하도록 해준다. 이더리움과 중국 큐텀 등이 이런 류다.

본인들은 자기네가 몇세대라고 하지 않는다. 카르다노 등이 자신을 3세대라 하다보니 이더리움이 자연스레 2세대가 됐다. 3세대는 속도와 비용, 확장성, 거버넌스 등 1, 2세대가 지닌 몇가지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속도가 빠르고 여러 장점이 있다.

또 스스로 진화할 수 있게 설계된 점도 다르다. '보스코인'을 비롯해 '톤'(Ton), '카르다노'(Cardano), '이오스'(Eos) 등이 3세대 암호화폐다.

=4세대나 5세대 암호화폐도 나올 수 있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 3세대 특징이 진화성과 거버넌스다. 1세대 비트코인이나 2세대 이더리움은 완전히 탈중앙화다. 의사결정을 누가 독점하지 않는다. 뭔가 변화가 필요할때, 이 변화를 결정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분화(포크)됐다. '비트코인 골드'와 '비트코인 캐시'가 그것이다. 거버넌스가 없다보니 생긴 일이다.

이더리움도 이런 문제가 있어 '이더리움 클래식'이 생겼다. 그나마 이더리움에는 부테린이라는 뚜렷한 리더가 있어 거버넌스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게 3세대인데, 이게 잘 작동 안하면 4세대가 나올 수도 있다.

=암호화폐를 플랫폼과 디앱(Deapp)으로도 구분한다.

▲특정 산업이나 특정 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디앱이다. 퍼블릭이나 프라이빗과 상관없는 거다. 1000여개가 넘는 암호화폐 중 1~20등은 대부분 플랫폼이다. 1000여개 암호화폐가 있지만 50위 이하는 의미가 없다. 이들 중 90% 이상은 생존 위협을 받을 것이다.

=강연에서 "블록체인이 과거 인터넷 혁명보다 더 큰 사회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애플, 아마존, 유튜브 같은 중앙 앱 경제를 장악한 기업이 현재 세계 비즈니스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3세대 블록체인 기술 시대에는 생산성 컨텐츠 소유권을 개인이 스스로 행사한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로 수수료 등 거래 비용까지 낮출 수 있고, 디앱이 활성화된다. 구글 같은 중앙화한 플랫폼과 탈중앙화환 플랫폼이 경쟁할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탈중앙화 플랫폼이 이긴다. 지금의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같은 회사가 블록체인 시대에 새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혁명보다 더 큰 블록체인 3.0혁명이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대전환을 불러 올 것이다.

=3세대 암호화폐시대에는 데이터가 중요하다는데 무슨 말인가

▲3세대 블록체인은 단일 컴퓨터이기 때문에 데이터 포맷이 중요하다. 기존 데이터는 사람이 읽지만 컴퓨터(기계)는 못 읽는다. '오토 XML' 포맷 등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표준화를 이뤄야한다. 기존 인터넷 언어인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은 한계가 있다. 이의 대안으로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에서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을 만들었다.

하지만 XML도 구현에는 한계가 있다. 표준은 있지만 구현을 못한 것이다. 우리 팀이 '오토 XML'을 만들어 이를 해결했다. 이걸 쓰면 스마트 컨트랙트 생산성을 10배 이상 올릴 수 있다. 굉장한 기술이다.

박창기 회장이 한 행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cslab1]사진=뉴시스 data-verified=

" longdesc="image" href="">

=암호화폐 시장이 2027년에 1경 원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근거가 있나.

▲내 얘기가 아니다. 다보스포럼이 2015년에 "세계 GDP의 10%가 암화화폐에서 가치가 생긴다"고 예측한 거다. 다보스포럼은 2016년 1월 4차산업혁명이라는 어젠다를 제시했다. 이보다 앞서 다보스포럼은 2015년 여름에 세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주요 기술 20개를 뽑았고, 이 기술이 언제 티핑포인트(갑자기 로켓상승하는 시기)에 도달할 것인가를 조사했다.

구체적으로 '암호화폐가 세계 GDP의 10%가 되는 시기가 언제일 까'라고 세계 전문가 800명에게 물었는데, 많은 사람이 "2027년"이라고 답했다. 물론 막연한 전망치다. 세계 GDP가 연간 3%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10년 뒤 10만조 달러가 된다. 이의 10분의 1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1경원이 된다. 놀라운 건, 이게 티핑포인트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장도 맡고 있다. 어떤 단체인가

▲지난해 8월 설립한 과기정통부 산하 사단법인이다. 전 국회의원이자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형주 씨가 이사장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분야인 블록체인을 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뿐아니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드론, 인공지능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대기업이 회원으로 들어오는 등 자리잡아가고 있다. 회원사는 56곳이다.

=블록체인 관련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무엇을 가르치나

▲'데이터 테크놀로지(DT)& 부트 캠프’라는 블록체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5주간 열린다. 이미 1기가 끝났다. 빅데이터와 블록체인에 관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교육 내용을 기반으로 수강생들이 직접 디앱(dApp·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발표한다. 1기 반응이 뜨거웠다. 20명만 모집하려 했는데 수백 명이 지원했다. 2기는 다음달에 시작한다. 서울대랑 같이 한다.

=블록체인 기반 정치 서비스도 만들었다는데...

▲'델리크라시’라는 서비스를 최근 출시했다. 이걸로 숙의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다. 신라시대 화백회의처럼 충분히 토론해 결론을 도출, 사회 갈등을 줄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들어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이냐는 설문을 이 서비스에 올리면, 블록체인 기반으로 참여자가 의견을 개진, 여론 조작 가능성이 거의 없다. 모 정당에서 시험 운영까지 마쳤다.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강국이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관련기사

▲우리나라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하는냐에 따라 우리나라가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강남에 블록체인과 관련한 세계적 랜드마크를 세우고 싶은 꿈이 있다. 여기에는 스타트업이 대거 입주해 있고, 매일 컨퍼런스가 열리고, 세계적 인사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기술과 자본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그런 곳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무엇이 되든 정책이 명확(클리어)해야 한다. 지원과 육성을 해달라는 게 아니다. 불투명하고 애매한 정책이 기업에는 최악이다. 뭐가 되고 뭐가 안되는 지를 빨리 교통정리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