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로 고프로서 인정받은 한국인

서준용씨 세 시간 시차 거리에서 업무성과 인정받아

인터넷입력 :2018/04/03 18:01    수정: 2018/04/03 20:36

액션캠 제조사 고프로가 올초 500명 가까운 인력 감축을 단행했지만 오히려 회사에 출근하지도 않은 엔지니어가 살아남았다. 분기에 한 번 정도 회사로 ‘출장’을 가며, 업무차 해외에 나갈 일이 있으면 주말과 성수기를 피해 싼 값에 항공권을 사서 여유롭게 떠날 수도 있다.

주인공은 바로 고프로 시니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원격 근무자(Remote Worker)’ 서준용 씨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사람을 지칭하는 ‘디지털 노마드’란 단어가 유행할 즈음, 서 씨는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3일 서 씨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네이버가 공동 주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강연에 발표자로 나서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공개했다.

■고프로에서 천년만년 일하겠다던 다짐 원격근무로 이뤄

고프로 시니어 엔지니어 서준용 씨

2015년 8월 고프로에 입사한 서 씨는 약 2년 동안 회사에 거의 나가지 않고 원격 근무를 해왔다. 서강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를 딴 후 미국으로 건너가 카네기 멜론대에서 석사를 마쳤다. 소셜 네트워크 게임 회사 징가(Zynga)에 3년 간, 고프로에서 첫 6개월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통근했다. 하지만 고프로 입사 약 7개월 후 회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집값과 물가를 견딜 수 없어 뉴욕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서 씨는 자신의 매니저에게 “고프로에서 천년만년 일하고 싶었지만 이사를 가야한다”며 “단, 원격 근무만 하게 해주면 뉴욕과 3시간 시차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간에 맞춰서 일하겠다” 말했다고 밝혔다.

서 씨는 3개월 간 실험적으로 원격으로 근무했고, 결과는 서 씨나 매니저 모두 대만족이었다. 이후 서 씨의 라이프 스타일은 확연히 변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시차 3시간 그 이상이다. 서 씨가 가고 싶은 나라라면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떠날 수 있다. 실제로 캄보디아, 런던, 일본, 하와이 등 국가로 이동해 몇 주 동안이나 그곳에서 업무를 봤다.

■업무성과 차이 없어 회사도 흔쾌히 허락

서 씨는 데이터 클라우딩 및 지라, 슬랙, 깃허브, 아웃룩, 시스코, 왓츠앱 등 업무툴을 이용할 수 있으면 어디에서든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 씨는 “회사에서 일할 때나 원격으로 일할 때 완벽히 똑같은 툴을 쓴다”며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항공기를 이용하면 화상회의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격근무를 함으로써 생산성와 업무효율을 높이는 한편 스스로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러운 상황”이라며 “회사와 자신 모두에게 이득이 되고 이를 계기로 회사에서 생각보다 오래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3일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강연에서 서준용 씨가 자신의 원격 근무에 대해 소개했다.

원격 근무 생활 중,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매하는 팁도 공유했다. 고프로에서 받은 월급의 상당 부분은 여행 중 에어비앤비, 인터넷뱅킹 체이스 등을 이용하면서 마일리지로 전환돼 항공권을 살 만큼 충분하다.

서 씨는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물가 때문에 도피하다시피 간 것"이었다며 "항공권을 제 돈을 주고 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원격근무의 단점, 사내 분위기 파악 못해

서 씨는 원격근무를 2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회사와의 두터운 신뢰라고 밝혔다. 서 씨는 매니저와 주기적으로 1:1로 회의를 하며 자신의 원격 근무 태도에 대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며 신뢰관계를 유지한다. 본사에는 분기별로 한 번씩 출근해 팀원들과 점심을 먹고 팀웍을 다지는 등의 면대면 교류를 한다.

그는 “메신저나 메일에 로봇 수준으로 바로바로 답하고 회의가 있으면 미리 준비해놓는다”며 “전화나 화상보다는 기록이 남는 이메일, 채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물리적인 거리로 사내 분위기를 파악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며 “인원감축 소식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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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로는 올해 초 드론 사업을 철수하고 20%의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서 씨는 “국내에도 저처럼 원격 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 있고 실제로 커뮤니티도 존재한다”며 “해외에는 100여명의 리모트 워커를 위한 공간이 있는데 현지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