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인편의점 '이마트24' 가보니..."혁신성은 아직 부족"

"한국형 무인점포 도출이 과제...연말경 방향 잡힐 듯"

컴퓨팅입력 :2018/04/04 09:40    수정: 2018/04/04 10:54

지난 1월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 무인 식료품점 '아마존고'를 개장한 이후, 세계적으로 무인 자동화 바람이 유통점에 불고 있다.

한국에도 '아마존 고'와 비슷한 무인 편의점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이하 이마트24)'이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개장 6개월을 맞아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지난 2일 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봤다.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시청역에 내려 지도 앱을 따라 이동했지만, '이마트24' 간판은 도통 찾을 수 없었다. 주위를 헤매다 웨스턴조선호텔로 들어갔다. 호텔 관계자는 "직원만 호텔을 통해 편의점으로 이동할 수 있다"했다. 결국, 호텔 관계자에게 외부로 연결된 길을 물어 '이마트24'를 찾아갔다.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 들어가는 길.

'이마트24'는 스타벅스 소공동점 뒷골목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다. 그 골목에도 '이마트24' 간판이나 위치를 알 수 있는 표시가 없었다. 들어가는 내내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는지 기웃거렸다. 골목으로 쭉 들어가니 스타벅스 사무동 입구가 나왔다. 그 입구에도 역시나 표지판은 없었다. 건물로 들어가니 드디어 계단 저 아래에 '이마트24'가 있었다. 마치 숨겨진 비밀 장소를 찾는 듯 했다.

스타벅스 본사 지하1층에 위치한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
이마트24 조선호텔점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용카드가 필요하다.

'이마트24'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체크카드가 있어야 했다. 리더기에 카드를 읽혀야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인편의점이다 보니 현금을 가지고는 출입도, 상품 구매도 할 수 없다.

'이마트24'는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다. 하지만 일반 편의점에 있는 상품 대부분은 갖추고 있었다. 오전 11시가 좀 안 돼 도착한 기자는 배가 고파 컵라면을 사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매장 안에는 컵라면이나 간단한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컵라면을 돌려놓고 아이스 커피와 당 충전에 좋은 캐러멜 맛 사탕을 구매했다.

셀프 계산대는 두 대였다. 바코드에 자신이 살 물건을 직접 찍어 계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바코드에 찍히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나가도 알람과 같은 즉각적인 제재 시스템은 없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계산대에서 품목 계산을 한 후, 직접 냉동고에 있는 얼음 컵을 커피머신기에 가져가 버튼을 눌러 추출해 마실 수 있다. 하지만 계산대와 커피머신이 연동되어 있진 않아 결제하지 않아도 커피를 추출할 수 있었다. 실제 기자는 커피를 먼저 뽑은 후, 결제했다.

이마트24 조선호텔점 내부.

'이마트24'는 주류는 팔지 않았다. 하지만 담배는 자판기를 통해 판매하고 있었다. 담배 자판기 계산은 신용카드로만 가능했다. 담배를 사러 온 이준㉗ 조선호텔점 직원은 “주로 호텔직원이 이곳을 많이 이용한다”며 “편리한데 담배가 없을 때도 많아 그럴 땐 그냥 주변 다른 편의점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가 지나고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스타벅스나 조선호텔 직원이었다. 몇 개 없었던 삼각김밥은 30분도 안 돼 동이 났다. 사람들은 익숙한 듯 두 줄로 서 계산 순서를 기다렸다. 직접 상품을 대 바코드를 찍고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다들 수월하게 계산을 하고 유유히 떠났다.

기자가 한 이용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을 찍는 도중 처음으로 계산대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상품 마스터에 존재하지 않은 상품입니다’라는 에러 메시지가 떴다. 해당 이용자는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유통기한 때문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상품 역시 유통기한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는 해당 상품을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고 다른 상품을 가져갔다. 기자가 잠시 다른 사진을 찍는 사이 다시 와보니 에러가 났던 해당 상품은 누군가 가져가고 없었다. 에러가 났는데도 그냥 가져간 것인지, 아니면 다시 정상적으로 결제가 돼 가져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좌) 셀프계산대, (우) 담배자판기
점심시간이 되자 무인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다.

짧은 체험을 해 본 결과, '이마트24' 무인편의점은 고객이 직접 계산을 한다는 점 외에는 일반 유인편의점과 큰 차이가 없었다. 무인편의점을 이용한 한 고객은 “직접 바코드를 찍고, 할인 또는 적립을 하는 방식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만 가지고 있다면 담배도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이마트24' 김재진 홍보팀 대리는 “청소년이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를 써 적발된 사례는 아직 없다”며 “담배자판기는 서울조선호텔점에만 있고, 다른 점포에는 주류와 담배 모두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 3층에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곳이 있어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바로 조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제를 안 하고 매장을 벗어나도 즉각적인 알람 조치가 없어 도난 사건 위험도 있어 보였다. 김 대리는 “무인편의점 도난 비율은 일반 편의점과 비슷하다”며 “보통 일반 편의점 손실 비율은 1% 이내”라고 밝혔다.

간판이 없어 쉽게 매장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는 말에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만든 게 아니라 테스트 단계로 만든 매장이기 때문에 간판을 따로 달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마트24' 무인점포는 현재 국내에 6곳이 있다. 전주교대점, 성수백영점, 전북대의대생활관점, 서울조선호텔점, 공주교대1호점, 공주교대2호점 등이다. 이 중 24시간 무인운영을 하는 곳은 전주교대점, 공주교대1호, 2호점, 전북대의대생활관점 4곳이다. 서울조선호텔점은 24시간 운영은 아니지만, 운영시간 동안은 모두 무인으로 운영된다. 상수백영점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무인운영을 한다.

무인편의점은 유인편의점과 비교했을 때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매출 차이를 물었다. 김 대리는 “무인편의점은 일반편의점보다 평균적으로 매출이 20%가 빠진다”며 “일반 편의점에서 담배랑 주류가 매출의 60% 정도를 차지하는데, 담배와 주류가 없는 무인편의점은 일반 편의점과 매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무인점포는 유인점포와 다르게 가야 한다”며 “이마트24는 앞으로 점포 입지에 따라 수요가 높은 상품들 위주로 무인점포 상품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마트24' 무인편의점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편리성인지 수익성인지 혁신성인지 궁금했다. '아마존고'처럼 인공지능(AI), 머신비전 등 새로운 IT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 시스템을 운영할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김 대리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미래 편의점과 한국형 무인점포에 대한 연구가 주목적"이라며 "정확한 방향성은 올해 말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기술 도입도 좋지만, 한국에 맞는 ‘한국형 무인편의점’을 재정의해야 한다”며 “한국형 무인점포는 개인정보 취급 문제가 있어 ‘아마존 고’와 같이 운영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직영점이 아닌 프랜차이즈 회사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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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 측은 "테스트점 운영을 통해 점포 내 도난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편의점과 한국형 무인점포를 연구해 가맹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이마트24' 무인편의점에서는 '아마존고'와 같은 혁신을 찾긴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한국 시장 환경에 맞춰 수익성, 편리성, 혁신성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