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블록체인 어디로"…부테린에게 묻다

[지디넷 주최 간담회] "ICO 명확한 기준 필요"

컴퓨팅입력 :2018/04/02 13:26    수정: 2019/03/25 09:07

"현재 규제 시스템에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을 끼워넣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또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해선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2일 국회4차산업혁명포럼과 지디넷코리아 공동 주최로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선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부테린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세울 때는 규제보다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열정을 갖춘 한국의 젊은 세대가 블록체인 기술을 접하고 개발자 커뮤니티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테린은 이날 간담회에서 암호화폐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과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암호화폐 자체보다 그 기반 기술에 사회를 바꿀 더 큰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3년 내에 블록체인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면서 "그 때가 되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수준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비탈릭 부테린

이날 간담회에는 부테린 이외에도 이더리움재단 아야코 미야구치 전무이사, 토마스 그레코 고문, 라이트닝 네트워크 고안자 조셉 푼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국회4차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인 송희경(자유한국당) 의원과 지디넷코리아 김경묵 대표가 부테린을 상대로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이슈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간담회엔 분산경제포럼 공동 주최자 한승환 씨(업그라운드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부테린은 오는 3일과 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분산경제포럼에서 강연을 할 계획이다.

■ 합리적인 암호화폐 정책, 어떻게 만들 것인가

송희경 의원(이하 송 의원): 한국에선 ICO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론 좋은 ICO 프로젝트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 줄 수 있나.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이하 부테린): 이더리움도 4년 전 토큰 판매로 시작했다. 오미세고 같은 좋은 프로젝트도 ICO로 시작했다. 이외에도 좋은 프로젝트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아직 어떤 프로젝트가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 같다. 1~3년 안에 더 많은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교육을 받고 육성될 것으로 본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될 것이다. 따라서 확실히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김경묵 대표(이하 김 대표): 지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논쟁은 기술보다는 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칠 정책 부분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세계 각국을 다녀봤을 텐데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관련해 가장 합리적인 정책을 세운 나라는 어디라고 보는가. 또 한국에 제언을 해준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싶나.

부테린: ICO에 대한 접근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전면 금지하는 반면, 증권으로 취급해서 증권거래법으로 관리하려는 곳도 있다. 핀테크의 일종으로 보고 관련 법 틀안에 넣는 곳도 있다.

송희경 의원(왼쪽)과 김경묵 대표

내 생각엔 현재 규제 시스템에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을 끼워넣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예컨대 코인을 증권으로 취급하면 규제가 너무 심해진다. 증권으로 취급받지 않기 위해 유틸리티 토큰을 만드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 역시 규제가 변경되면 더 심한 제약이 생기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건 ICO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어떤 것들은 권장하고 어떤 것들은 안되는지 명확하게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단 얘기다. 또 투자자들이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게 투명한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 중앙화된 ICO 이대로 좋은가?

김 대표: 최근 새로운 ICO 방식으로 다이코(DAICO)란 개념을 제안했다. 어떤 배경에서 제안하게 됐고 어떻게 활성화시킬 계획인가.

부테린: DAICO는 탈중앙화된 분산조직(DAO)와 암호화폐공개(ICO)를 합친 말이다. ICO를 위한 탈중앙화된 분산 조직이라는 의미다.

ICO는 모금된 투자 자금이 프로젝트 팀에 바로 간다. 하지만 DAICO는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금을 통제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모금한 투자금을 어떻게 분배할 지 직접 투표를 통해 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탈중앙화된 프로젝트를 위해 자금을 모금했지만) ICO는 실제 중앙화된 구조로 이뤄진다. 투자금이 프로젝트 팀에 직접 전달되고 그들의 의사에 따라 집행되기 때문이다.

DAICO 방식을 이용하면 한번에 모든 자금을 프로젝트 팀에 주는 게 아니라 투자자들이 기간을 정해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프로젝트 팀의 역량을 검토하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전달할 수 있다.

한승환 대표: 기존 ICO는 투자자금을 모집하면 프로젝트 발기인 한 사람 또는 한 조직이 완전히 통제하는 구조였다. 투자자들은 그냥 이들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DAIO는 투자자들이 일종의 감시자 역할을 해서 프로젝트 팀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사업이 성장하는 것에 따라 자금을 추가적으로 조달해야 동기가 생기는데, 한번에 모든 자금을 조달하는 지금 방식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 기존 회사가 이사회를 조직하고 감시하는 장치를 만든 것처럼 블록체인에서도 참여자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왼쪽부터) 토마스 그레코 이더리움 재단 고문, 한승환 분산경제포럼 주최자,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아야코 미야구치 이더리움재단 전무이사

DAICO를 확산하기 위한 강제적인 방법은 없다. 부테린이 이런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들이 고려할 것으로 본다. 또 DAICO를 택한 프로젝트들이 나오면 투자자들이 DAICO 프로젝트와 그냥 ICO 프로젝트 중에 선택하게 될 텐데 시장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으로 본다.

■ 대기업 뛰어드는 리버스 ICO 어떻게 볼 것인가

김 대표: 텔레그램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이미 비즈니스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ICO를 준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를 리버스 ICO라고 부른다. 일각에선 리버스ICO 때문에 작은 기업들이 ICO를 통해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지적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부테린: 텔레그램이 리버스 ICO를 한 것처럼 많은 기업이 리버스 ICO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리버스ICO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가치평가가 지나치게 높게 돼 있는데다 기관투자자들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큰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잘 아고 있는 지, 또 블록체인 인재가 있는 지도 의문이다.

산업이 점차 성숙되려면 토큰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어떻게 활용되어야 할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초청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부페린.이다.

■블록체인 성장하려면...조직 구조·문화 바뀌어야

송 의원: 한국 기업들이 블록체인으로 혁신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기술 전문가인 조셉 푼에게 묻고싶다.

조셉 푼: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는 대기업 위주로 산업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대기업의 잘 짜여진 조직 구조 내에서 성공을 이뤘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사실 조금 다른 구조이다. 서로 다른 참여자들을 신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참여자들의 합의 시스템이나 자금 조달 방법이 전혀 다르다. (기존 성공방식과 다른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어려운 도전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기업, 학계, 정치인까지 여러 분야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공부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굉장히 도전 과제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조셉 푼 라이트닝 네트워크 고안자

또, 1990년대 인터넷이 출연했고 통신 기술 발전으로 사회가 많이 변한 것처럼 블록체인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훨씬 깊은 수준의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기업간 신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ICO처럼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등 깊은 수준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 한국의 청년들에게...부테린 "블록체인 기술과 개발에 관심 가지길"

송 의원: 암호화폐와 관련된 거래와,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두고 발란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대해서 많이 개발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있는가 하면 비트코인으로 돈을 번 사람들을 보면서 게임처럼 투기하는 마음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 정부가 굉장히 강한 규제로,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서 제도화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청년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다. 또 한국 정부가 이 산업에 대해 어떻게 정책을 펼치면 좋을지도 함께 조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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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테린: 이더리움재단도 블록체인 개발자를 육성하기 위해 커뮤니티에 적극 개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도 열정 많은 젊은 세대가 블록체인을 이해하고 실제 개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되면 좋겠다.

정부도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해주면 좋겠다. 또, 정부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프로젝트가 가능하다. 투표시스템에 적용하거나, 중앙은행에서도 화폐를 만드는 시도가 있다. 신분증 시스템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