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청년은 어떻게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퍼런스 만들었나

'분산경제포럼' 개최하는 한승환-백종찬 씨

컴퓨팅입력 :2018/03/27 18:06    수정: 2019/03/25 08:59

다음달 초 서울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 컨퍼런스가 열린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을 포함해 세계 블록체인·암호화폐 커뮤니티를 리딩하고 있는 80여 명의 인사가 대거 참가하는 그야말로 '빅 이벤트'다.

화제의 무대는 4월 3일과 4일 이톨동안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분산경제포럼(☞링크)이다.

컨퍼런스 공지가 나간 이후부터 업계에선 "대체 누가 성사시켰냐"는 궁금증이 파다하게 퍼졌다.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을 서울에 불러 모은 주최자는 의외로 젊은 두 청년이다. 한승환·백종찬 공동주최자가 이번 행사를 만들었다. 기획부터 연사 섭외, 실행까지 모두 두 사람의 손을 거쳤다.

분산경제포럼 공동주최자인 한승환(왼쪽) 씨와 백종찬 씨(사진=각자 페이스북)

두 사람은 국내에 '블록체인'이란 용어조차 생소하던 5년 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다. 이번 행사도 두 사람이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분야에 대한 '애정'을 동력삼아 성사시켰다.

최근 한승환·백종찬 두 사람을 만나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비트코인 전신 이캐시 개발자부터 이더리움 창시자까지...초호화 연사 한 자리에

일단 이번 컨퍼런스의 참가자 면면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이들 중 한 명만 제대로 초대해도 웬만큼 컨퍼런스를 구성할 정도다.

비트코인의 전신 '이캐시'를 개발하면서 암호화폐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데이비드 차움, 이더리움 창시자로 천재 개발자라는 수식이 따라 붙는 비탈릭 부테린, 비트코인닷컴 최고경영자 로저 버, 국제 은행 컨소시엄 R3의 아키텍처 설계자이자 EOS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블록원의 어드바이저 이안 그릭, 라이트닝 네트워크 고안자 조셉 푼 등이 대표 참석 연사다.

23일 마감한 참가신청에는 2천여 명이 등록하며 컨퍼런스 흥행에도 성공했다.

제1회 분산경제포럼 대표 연사들(이미지=분산경제포럼 홈페이지)

한승환 씨는 연사 섭외 비결에 대해 "업계에 5년 이상 활동하면서 쌓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메일을 보내고 그들이 이 자리에 와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공감시키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획하고, 연사를 섭외하고, 아젠다를 만드는 일을 했다.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초기인 만큼) 누가 도와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우리가 직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번 행사의 목표가 "업계에 의미 있는 아젠다를 던지고 현시점에 정말 필요한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컨퍼런스에는 업계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를 주제로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주요 아젠다로는 ▲P2P 캐시시스템으로의 여정 ▲블록체인 산업과 스타트업 ▲암호화폐 시장은 과연 살아남을 것인가 ▲블록체인의 현주소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 등이 다뤄진다.

사업도 블록체인 정신으로..."법인 키우는 건 우리 목표가 아냐"

이번 컨퍼런스는 두 사람에겐 또 다른 출발이나 다름 없다.

다양한 블록체인 사업 법인이 따로 또 같이 운영되는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이미 여러개의 조직과 법인들이 구성되어 작동하고 있고, 앞으로 블록체인 산업에 필요한 컴포넌트별로 다양하게 구성된 조직을 꾸려볼 계획이다.

사업별로 독립 법인이 설립되고, 서로 다른 경영인이 운영하는 독특한 형태다. 각 법인을 합친 상위의 법인은 없다. 상위의 법인이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이 사업을 총괄하는 파운더가 되는 것도 아니다.

백종찬 씨는 "이런 형태의 사업을 꽤 오래전부터 생각했고 현실화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도 준비했다. 지금 어느정도 구성이 완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조직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강남에 위치한 빌딩 한층을 모두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한승환 씨는 이런 형태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법인을 키우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각자의 여정이 있고,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 있다. 법인은 그러한 그림을 현실에서 그릴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일 뿐이지, 법인의 성장이 목적 그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은 세상을 바꿀까?'란 질문은 앞뒤가 바뀌었다"

두 사람은 국내 블록체인이라는 용어가 없던 2012년 께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왔다. "당시엔 한글로 된 자료가 포털 사이트에 '비트코인' 용어설명 뿐"이었을 정도로 초기였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통해 모두 연결됐다. 두 사람도 그때 서로를 알게 됐다.

나이는 젊지만 이 분야 최장 활동가로서 최근 많이 들리는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것'이란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승환 씨는 "질문이 뒤바뀌었다"고 말한다. "세상은 계속 바뀌어 왔고 앞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니) 블록체인이 오히려 그러한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태초에는 모든 것이 분산화되어 있었는데 개인, 가족, 마을, 부족, 도시, 국가, 지구까지 집단을 이루게 되면서 편의를 위해 합의를 위한 규정(룰)이 필요했다. 규정은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인데 이를 집행하는 주체가 그 자체로 권력이 되어 버렸다는 게 문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은 이미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상황에서 중앙화된 권력을 분산화, 탈중앙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며 "각각 분산된 집단들이 각자의 규정 가지고 있고 각각의 주체가 연결는 형태로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분산경제포럼 같은 행사를 연례적으로 열 것이고, 개발자를 위한 블록체인 밋업이라든가 금융권을 위한 밋업이라든가 소규모 행사도 주기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그들은 블록체인 사업을 통해 당장 큰 돈을 벌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열정적으로 뛰는 걸까? 의외로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관련기사

"그냥 이 기술과 산업을 좋아한다."

업계 활동 경력으론 '할아버지 뻘'이지만 젊은 두 청년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