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기준금리 또 인상…한은 "상황 예의주시"

한미 내외금리 차 역전…자금유출·가계부채 문제 과제

금융입력 :2018/03/22 09:54    수정: 2018/03/22 11:07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이하 연준)가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은 한국은행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 AFP=뉴스1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외국인 자본유출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말 국내 가계신용이 1천450조9천억원을 기록,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미 연준 0.25%p 인상…올해 4차례 인상 횟수 전망키도

지난 2월 취임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2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구간을 종전 1.25~1.50%보다 0.25%p올린 1.50~1.75%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의 인상이다.

이번 인상 배경에 대해 파월 연준의장은 미국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가고 있으며 향후 경제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연준위원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 전망 횟수를 3차례라고 내다봤다. 15명의 위원 중 거의 절반인 7명이 올해 4차례 정도로 전망 횟수를 밝혀, 연준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상태다.

■ 내외금리 역전, 이주열 총재 "경각심 갖고 지켜볼 것"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내외금리가 역전됐다. 미국 금리 구간의 하단이 한은의 기준금리 연 1.50%를 웃돌기 때문이다.

한미 내외금리 차가 뒤집힌 것은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8월 등 두 차례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은 2005년 8월에는 0.25%p로 시작해 같은 해 12월 0.5%p, 2006년 1월 0.75%p, 2006년 5~7월에는 1%p다. 2006년 5∼8월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액은 9조8천억원으로, 이 기간 코스피는 9.5% 하락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FOMC 의사 결정문이 다소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연준의 결정으로 내외금리가 역전됐는데 정말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감이 부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종전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며 "시장 불안 상황이 온다면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을 통해서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외국인 채권 매도가 며칠 이어진 점이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금유출로 보느냐는 질문에 "내외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유출로 보긴 이르다"며 "지난달 미국 주가가 떨어진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식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좀 나갔지만 이후 안정을 되찾아서 이달 안정적으로 유입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금리 올리자니 가계부채 발목, 유지하자니 자본유출 걱정

아직까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에 드러나고 있진 않다. 이날 코스피는 상승 출발해 장 초반 2500선을 넘어섰다. 오히려 미 FOMC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면이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과거 내외금리 차가 역전 시점과 다르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큰 상태라서다. 작년 가계신용 잔액 규모는 1천450조9천억원이다. 2007년말 가계신용 잔액은 작년 말의 2분의 1수준인 665조원 가량이다. 이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도 동반 상승해, 취약 차주에게 영향을 줘 대출 부실률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인상 속도도 빨라지면, 한국은행도 올해 1∼2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결국 시장금리도 오르고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연말에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최고 금리가 연 5%를 넘어 연 6%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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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판매 중인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달 1.75%(잔액 기준)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6월 기준(1.58%)과 비교해 0.17%포인트 오른 것으로 6개월 연속 상승세이다.

또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민평평균 기준)도 지난해 초에는 2.0% 내외였지만 지난 21일 기준으로 2.720%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