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정 디지털화…핀테크와 차원 다르다"

[테크핀 강자①] P2P대출 선도 '렌딧'

금융입력 :2018/03/23 14:52    수정: 2018/03/25 09:09

'테크핀(Techfin)'을 외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처음 제안한 테크핀은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금융사가 IT기술을 활용한 핀테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지디넷코리아는 전통 금융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테크핀 스타트업 강자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P2P대출산업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은 2015년이다.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일부를 개정해 크라우딩펀드와 함께 P2P대출의 물꼬를 터줬다. P2P대출업체는 P2P파일 공유 사이트인 '토렌토'처럼 자금이 필요한 누군가와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매칭해준다.

23일로 창립 3주년을 맞이한 렌딧은 IT기술을 기반으로 P2P 개인신용대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창립 3주년인 이날 렌딧은 개인신용 누적대출액 1천122억원을 기록했다.

렌딧은 다른 P2P대출업체와 다르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신용·담보대출을 취급하진 않는다.

김성준 렌딧 대표.(사진=렌딧)

김성준 대표는 "법인이나 부동산 대출을 취급할 때는 상권을 직접 봐야하는 등 '오프라인(대면적)' 행위가 들어간다"며 "오프라인은 은행과 저축은행이 잘하며 온라인(비대면) 기반인 렌딧에겐 개인신용대출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설명한다.

■ 핀테크와 다른 점? "모든 것이 디지털화"

김성준 렌딧 대표는 투자자든 대출자이든 모든 고객 경험이 디지털화돼 있다는 점에서 핀테크와 테크핀의 차이가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렌딧은 지점이 없고 본부 사무실만 있으며, 대출자와 투자자 모집·신용평가 분석·계약 체결·채권 관리까지 디지털화돼 있다"며 "기존 금융사들이 비대면을 만들어 신규 영업 채널을 운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은행 등이 이미 갖고 있는 운영구조를 유지하면서 소비자 편익을 위해 앱이라는 비대면 채널을 추가했면, 테크핀은 처음부터 비대면에 최적화된 기술과 리소스가 투입됐다고 평가했다.

기존 금융사가 비대면 채널로 운영하는 개인신용대출과 렌딧의 상품은 다르다고 말했다. 김성준 대표는 "심사평가모형을 예로 들어보자. 은행이 운영하는 비대면 개인신용대출은 대면 채널의 신용심사평가모형을 차용하는 방식"이라며 "렌딧의 모형은 아예 새롭다"고 말했다.

김성준 대표에 따르면 렌딧은 과거 18개월의 개인 신용 정보 이력을 검토한다. 대출을 받으려는 현 시점의 신용도를 평가해 금리를 산정하는 은행과는 다르다는 것. 김 대표는 "대출자가 두 명 있다고 생각해보자. 대출을 받으려는 시점에 모두 신용평가등급이 3등급이다. 하지만 한 사람은 1등급이었다가 3등급으로 떨어진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5등급이었다가 3등급으로 올라간 사람이다. 은행은 이 3등급을 동일하게 취급하지만 렌딧은 아니다"라며 "18개월 요소에 대해 변화 추이를 분석한다. 유사패턴까지 분석해 적정 금리를 산정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 렌딧은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사용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신용 데이터를 받은 후, 개인 정보를 지운 비식별데이터를 렌딧만의 알고리즘에 넣은 후, 패턴별로 구간(Zone)을 나눈다. 또 새로운 데이터를 알고리즘이 학습해 더 세부적인 구간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구간이 작으면 작을 수록 적정 금리도 세부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김성준 렌딧 대표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사진=렌딧)

■ 채권 관리도 고도화 목표…개인신용 시장의 0.3%로 거듭날 것

현재 렌딧은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신용평가모형은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 준 뒤 상환할 때 비로소 알고리즘이 적정한지를 평가할 수 있는데, 창립 3주년인만큼 평가 모형 데이터가 쌓인 상태다.

김성준 대표는 "대출을 집행하고 상환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이 미세조정 되며, 창립 후 신용평가모형 알고리즘은 계속 바뀌어 왔다. 이런 데이터가 많아질 수록 고객을 세분화해 대출 금리를 더욱 알맞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관리도 자동화하고 있지만, 이를 더욱 고도화하는 데도 역량을 쏟는 중이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금융권들은 연체가 발생하면 회수를 할 수 있는지 여부와 운영에 노하우가 있다면, 렌딧은 연체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종과 나이 등 여러가지 팩터(Factor)를 조합하면 위험군이라고 보여지는 그룹이 생긴다. 이 위험군을 관리해 채권 관리를 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 내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렌딧 역시 이를 눈여겨보는 중이다. 김성준 대표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와 대출자와 투자자와의 계약이기 때문에 '스마트 컨트랙트'와 같은 블록체인은 접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구축되면 렌딧 역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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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모형과 채권관리의 고도화를 통해 김성준 렌딧 대표는 어떤 목표를 실현하고 싶을까. 김성준 대표는 국내 개인신용대출 잔액의 0.3%의 시장 점유율을 갖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6년 국내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260조여원으로, 현재 렌딧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0.03%다.

김 대표는 "미국 개인신용대출 시장에서 P2P대출업체의 점유율은 4.5% 수준으로, 국내 P2P대출업체의 점유율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사잇돌 대출이나 정책자금을 풀고 있지만 이는 1회성으로 지급되고 선순환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렌딧이 개인신용대출 시장 0.3% 이상을 차지, 중금리 대출 시장과 차주에게 기여하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