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시대, '망 차별금지' 기계적 적용 어렵다"

슬라이싱 특화 서비스 중요…망중립성 유연한 적용 강조

방송/통신입력 :2018/03/21 14:07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망중립성 개념을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계적으로 망중립성 개념을 적용하기 보다는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네트워크 사업자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 생태계의 공정 이슈,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 확대를 두루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5G 이동통신 시대에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 급부상하면서 새롭게 등장할 서비스 품질보장(QoS)을 위한 트래픽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망중립성 개념에 기계적으로 얽매일 경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등장할 초연결 서비스를 위해 꼭 필요한 특화된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네트워크 차등화 필수

21일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주최한 ‘5G 융합시대, 새로운 망중립성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발제 를 맡은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5G 투자 유인을 제고하고 이용자 부담 완화를 위해 5G 시대에 부합하는 망중립성의 명확한 개념과 산업별, 서비스별 적용 범위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민수 교수는 또 “산업과 서비스 별로 소비되는 자원이 다를 경우 ‘차별’ 개념이 아닌 ‘차등화’ 자원 소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에서 신 교수가 차별이 아닌 차등화 개념을 꺼내든 부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G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인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에 따라 종전의 망중립성 개념으로는 5G 특화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란 물리적으로 한 개 네트워크를 논리적으로 분리된 여러 개의 가상화된 네트워크로 만든 뒤 다양한 서비스에 특화된 전용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5G 서비스 시대에는 사람의 생명까지 담보해야 하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에 쓰일 통신 서비스와 단순한 포털 사이트 검색, SNS 전송 등의 데이터 통신이 하나의 망에서 이뤄진다.

이처럼 용도와 중요성이 서로 다른 서비스에 동등한 망 접근성과 동일한 상호접속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5G포럼 융합서비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용완 영남대 교수는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하는 획일적인 망중립성 규제는 서비스 별 맞춤형 품질을 제공하는 5G의 기본 속성과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 정부, 5G 시대 망 중립성 정책 쟁점 예의주시

문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에 따라 특화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국내 망중립성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주무부처의 가이드라인과 전기통신사업법의 금지행위 시행령에 저촉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5G 시대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 원격의료, 생체정보 IoT 등 서비스마다 요구되는 통신품질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반 네트워크로 이같은 통신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별로 요구되는 망 품질이 크게 다르고 이를 제공하는 비용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차별금지를 강조하는 현재의 망중립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네트워크별 서비스 단가를 동일하게 책정해야 하는 모순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향후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김재영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망중립성 정책 방향을 재검토할 때는 네트워크 투자 활성화와 CP 생태계 발전, 이용자 편익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B2C와 별도로 B2B 등 5G 네트워크의 특화 서비스를 함께 고민할 거리가 많기 때문에 인터넷상생협의회를 통해 업계 간 진영 논리를 떠나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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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 역시 “현재로서는 5G 기술 중에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어떻게 자리를 잡고 최우선 서비스와 특화 서비스의 비중이 어떻게 될지 명확하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기존의 가이드라인에서도 VoIP와 IPTV를 망중립성 원칙의 예외로 관리형 서비스로 적용한 것처럼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특화 서비스도 관리형으로 나눌 수 있는지 트렌드를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변재일 의원은 “5G라는 혁신성장 인프라를 토대로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융합 서비스가 꽃 피울 수 있는 ICT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계적 동등 대우만을 강조하는 현재의 망중립성 제도의 변화를 통해 5G의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