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창고서 AI기술 수출 꿈 키우는 '스켈터랩스'

조원규 대표 “AI 원천기술로 글로벌 공략”

인터넷입력 :2018/03/15 16:21    수정: 2018/03/16 09:41

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의 2년전 바둑 대국은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의 능력과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충격과 공포심을 느꼈다.

하지만 ‘알파고 쇼크’ 덕분에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미래 먹거리로서 이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보다 활발히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정부도 산업 발전과 인재 양성에 예산을 편성하고, 기업들도 앞장서 AI 기술 개발과 인재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다. 관련 스타트업들도 주목을 받고 AI와 관련된 새로운 창업도 늘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스켈터랩스 또한 AI에 대한 높아진 관심으로 업계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게된 스타트업이다. 새롬기술 창업과 구글코리아에서 R&D 총괄 사장을 했던 조원규 대표가 세운 회사로, 주요 인력들이 AI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최신 AI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는 스켈터랩스 사무실은 마치 비밀 요새처럼 꾸며져 있다. 건물 겉은 재건축을 앞둔 옛 공장 같지만, 시커먼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뻥 뚫린 공간이 인상적이다. 값비싼 강남 일대보다 20% 수준의 가격으로 폐창고를 얻어 쾌적한 사무공간으로 꾸몄다.

인간의 지능을 근간으로, ‘인간을 위한 머신 인텔리전스’를 개발하고 있는 스켈터랩스의 조원규 대표는 AI 관련 원천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성수동에 위치한 스켈터랩스. 폐창고를 리모델링해 사무공간으로 꾸몄다.

■ 딥러닝, 음성인식, 상황인식, 제품화 팀 운영

스켈터랩스는 현재 크게 총 4개의 팀을 운영 중이다.

AI의 한 분야인 딥러닝 기술을 연구, 공장에서 사람이 하기 힘든 불량품 조사를 기계가 대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사투리, 동남아시아 언어 등 구글이나 아마존이 잘하지 못하는 언어에 대한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 제한된 단말기에서 처리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을 잘 파악하고 상황인식을 정확히 하는 엔진을 만들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도 고도화 시켜 나가고 있다.

이 밖에 여러 기술들을 조합해서 완성 제품을 만드는 레고팀 등 기술 연구와 하드웨어 제품 개발 까지 AI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품의 경우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소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개발 자금을 모을 예정이다.

“인간을 흉내 내 인간을 잘 도와주려는 게 AI입니다. AI를 정의 내리면 새로운 수준의 기술이라고 보면 됩니다. 빅데이터, 딥러닝 등은 커다란 AI의 한 부분에 불과한 거죠. 저희는 사람을 굉장히 잘 알고 똑똑하게 도와주는 AI 기술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개인화와 맥락 파악을 통해 지금 상황에 적절한 추천과 도움을 주는 진짜 AI 기술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조원규 대표는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챗봇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국내 서비스에 제공하기보다, 시장 규모가 크고 유지 보수의 필요성이 적은 해외 서비스에 접목한다는 목표다.

“올해부터는 해외 쪽으로 진출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자칫 SI 회사로 전락할 우려가 있습니다. 각 기업이 요구하는 규격과 수준으로 최적화 시키는 것을 신경 쓰는 순간 기술 진보가 더뎌지기 때문입니다. B2B 시장에서 기회가 많기 때문에 기술 라이선싱 방식으로 미국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 “국제적인 기술 경쟁력 1순위...블록체인이 미래”

스켈터랩스는 카카오브레인, 스톤브릿지, 롯데홈쇼핑 등으로부터 총 1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전략적인 투자를 받음으로써 윈윈할 수 있는 기회도 찾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 연말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매출 보다는 기술 진보에 힘을 쏟기로 했다.

“매출은 저희에게 사실 3순위예요. 하나도 돈을 못 벌어도 기술을 진보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국제저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게 1순위예요. 한국 시장은 너무 작아요. 원천기술을 만들고 기술 라이선싱을 통해 해외에서 매출을 올리는 게 저희의 사업 방향입니다.”

조원규 대표는 최근 뜨거워진 블록체인 기술에도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AI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결국엔 블록체인 기술과 맞닿게 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다만 암호화폐 발행(ICO)으로 무리해서 자금을 모으는 방식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스켈터랩스.

“스타트업들에게 ICO는 자금을 모으는 모델이지만, 이를 무리해 진행한 회사들은 좋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현재는 도박성이 강하기 때문이죠. 저희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시스템이 미래고 비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우리의 비전을 잘 쫓아가면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비전인 개인화, 최적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각 정보에 대한 힘이 사용자에게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가령 현재 쇼핑 데이터는 아마존이, 검색 데이터는 구글이 갖고 있는데, 두 정보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이곳저곳 넘나들어야 개인에게 더욱 최적화된 서비스가 가능해질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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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규 대표는 연내 10~15명의 좋은 인재들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코딩 실력은 기본, 자유로운 사내 문화와 창의력이 뛰어난 인력들을 보강해 AI 기술을 더욱 고도화 시킨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직원들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늘리고, 회의 공간과 휴식 공간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