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블록체인업체 비트퓨리 "한국은 매력적 시장...'엑소넘'으로 한국 시장 공략"

본사 사업담당 인원 방한 솔루션 소개...하반기 지사 설립도

컴퓨팅입력 :2018/03/09 11:20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 블록체인솔루션 전문업체 비트퓨리그룹(The Bitfury Group)이 한국시장에 진출한다. 하반기중 한국지사설립을 목표로 담당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비트퓨리그룹은 지난 2011년 설립 후 6년만인 지난해 7월에 2017 회계연도 9천370만달러(약 1천억원) 매출을 기록한 스타트업이다. 네덜란드 아스테르담에 본사가 있고 영국,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중국, 일본, 홍콩에 사무실이 있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발레리 바빌로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방한, 한국지사 설립 예고와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비트퓨리그룹 CEO에 이어, 국내 시장 전략과 활동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본사 엔지니어와 사업담당 임원들이 이달초 한국을 찾았다. 이 회사 SW 전체를 맡고 있는 엔지니어 알렉스 보테자투(Alex Botezatu)와 아시아 비즈니스 총괄인 그렉 리(Greg Li)다.

비트퓨리그룹 그렉 리 아시아 비즈니스 총괄(왼쪽)과 알렉스 보테자투(Alex Botezatu) SW총괄

기술담당자인 보테자투 SW총괄과 지역 사업담당자인 리 아시아총괄, 두 사람을 지난 5일 한 자리에서 인터뷰했다. 두 사람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비트퓨리그룹에서 계획 중인 국내 사업 방향을 기술전략, 사업전략, 2가지 관점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의 메시지를 종합하면 비트퓨리그룹은 한국에서 당장 수익 기회를 공략하기보다는,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우선 블록체인 기술을 둘러싼 저변을 확대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의 활용을 촉진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중 한국지사설립을 목표로 담당자 채용도 진행 중이다.

■ "블록체인 하드웨어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풀서비스' 솔루션 제공…한국서도 정부사업 하고 싶다"

리 아시아총괄은 "비트퓨리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하드웨어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든 레벨에 걸친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풀서비스' 블록체인 회사"라며 "이번엔 회사가 보유한 차세대 블록체인 솔루션을 한국 시장에 소개하러 왔다"고 말했다.

비트퓨리그룹은 블록체인 풀서비스 업체로서 한국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리 아시아총괄은 "한국의 경제규모가 크고, 기술수준도 앞서 있고, (블록체인을 기반 기술로 하는) 암호화폐에 관심이 높은 사람과 회사가 많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 암호화폐를 둘러싼 대중적 관심은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의 활발한 거래량을 통해 증명됐다. 하지만 그 관심이 곧 블록체인 솔루션 사업의 기회로 연결 것이란 보장은 없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이들은 오히려 소수일 수도 있다.

리 아시아총괄은 이런 지적에 "기술 자체에 관심이 없더라도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면 그만큼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일상적으로 쓰일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불투명한 암호화폐 거래로 인한 피해를 막고 거래 편의성을 높일 기술을 제공할 기회"라고 주장했다.

비트퓨리그룹 사업소개서 일부.

한국에선 민간뿐아니라 정부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기술 자체의 진흥을 추구하면서 그와 접점이 큰 암호화폐는 '투기'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배제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리 아시아총괄은 이런 관점을 '과도기적' 대응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는 "엔진이 개발되면 그걸로 자동차를 만들 수도 있지만 같은 기술을 다른 곳에 쓸 수도 있다"며 "인터넷이 처음 만들어졌을때 그 최대 사용처는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뿐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비유를 들었다.

이어 "블록체인은 엔진이자 플랫폼이고 암호화폐는 그 사용처 중 하나"라며 "블록체인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용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잠재력을 더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게 비트퓨리그룹의 판단이다. 이 회사가 당장 한국에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공언하는 이유다.

리 아시아총괄은 "지금은 미래 시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먼저"라며 "업계에 블록체인을 이해시키고, 그 다음 비트퓨리의 제품을 소개하고, 회사는 그 뒤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블록체인의 물결(wave)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비트퓨리그룹은 국내 활동을 위해 지사설립의 전 단계로 한국담당자 채용을 진행 중이며, 곧 연락사무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지사설립 시점은 불분명하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설립자 바빌로프 CEO가 당시 '수개월 내' 지사설립을 예고했지만 아직 미확정 상태다.

리 아시아총괄은 "비트퓨리그룹이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민간기업의 공급망이나 스마트계약 시스템에 활용됐고, 타국 정부의 기록관리 시스템 사업을 위해 일한 경험도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 정부와 관련 사업을 해보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 "블록체인 이어 라이트닝네트워크 솔루션도 오픈소스화 계획…한국서 기술저변 확대 목표"

비트퓨리그룹이 실제 정부에 제안할 수 있는 블록체인 관련 기술은 어떤 걸까. 회사가 보유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사례를 묻자 보테자투 SW총괄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우선 회사가 지난해 오픈소스로 선보인 프라이빗 블록체인 프레임워크 '엑소넘(Exonum)'을 소개했다.

비트퓨리그룹 소프트웨어 기술 소개자료 일부.

보테자투 SW총괄은 "엑소넘은 프라이빗 블록체인 구축을 위한 기술로, 처음엔 동유럽 국가 '조지아'에서 부동산 등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그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며 "이후 프레임워크 형태를 갖춰 다른 프로젝트에도 쓰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엑소넘은 이전까지 내부에서 개발되다가 지난해 7월 오픈소스로 공개됐다"며 "엑소넘은 부동산 등기뿐아니라 공급망, 국가기관 경매, 보험, 디지털권한관리(DRM) 부문에도 쓰일 수 있고 이미 우크라이나 국가기관 경매 시스템 개발 프레임워크로 쓰였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엑소넘은 정부나 공공조직 업무를 고려해 만든 자체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이 합의 알고리즘은 노드간 공유되는 정보가 불완전한 분산시스템 환경에서도 상호일관성을 달성하기 위한 '비잔티움 장애 허용(BFT)' 알고리즘을 수정해 만들어졌다.

보테자투 SW총괄은 "(51% 지분을 장악하면 정보를 조작할 수 있는) 퍼블릭블록체인 대비 조작이 어렵도록, 합의 달성을 위한 다수의 비중을 3분의 2로 설정했다"며 "퍼블릭블록체인과 연동(앵커링)하는 부가기능으로 해킹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퓨리그룹이 제시한 프라이빗블록체인 프레임워크 엑소넘 활용사례들.

그가 강조한 엑소넘의 또다른 장점은 성능이다. 최근 자체 테스트 결과 이 프레임워크는 초당 5천트랜잭션(TPS)을 처리했고, 후속 개발을 통해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쓰이진 않지만, 라이트닝네트워크로도 추가 성능을 지원한다.

엑소넘에 단점도 있다. 프레임워크가 국내에 낯선 오픈소스 프로그래밍언어 '러스트(Rust)'로 개발됐다는 점이다. SW개발자가 엑소넘을 활용하려면 러스트를 익혀야 한다.

보테자투 SW총괄은 "러스트 덕분에 높은 보안과 속도를 구현했다"면서 "여러 언어를 다루는 개발자라면 러스트를 익히는 게 큰 문제는 안 되겠지만, 다른 언어 개발자도 엑소넘을 쓸 수 있게 해줄 라이브러리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공개 시점을 언급하진 않았다.

비트퓨리그룹은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에 성능을 높이기 위한 라이트닝네트워크 연동을 간편하게 만들어주는 솔루션도 갖고 있다. 라이트닝네트워크는 수십~수백TPS에 불과한 퍼블릭블록체인의 속도를 수천TPS로 끌어올릴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기술이다.

보테자투 SW총괄은 "라이트닝네트워크를 적용하려면 별도의 네트워크 채널 연동이 필요한데, 여기엔 전자상거래 서비스나 기업 전산 담당팀의 개발 작업이 뒤따르며, 블록체인을 기술적으로 충분히 이해한 엔지니어가 아니면 수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트퓨리 '라이트닝피치(LightningPeach)'는 라이트닝네트워크를 연동하려 하지만 그에 맞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경험과 지식이 불충분한 일반 IT기업 담당자를 위한 프레임워크로 만들어졌다"며 "라이트닝피치도 2주 안에 오픈소스로 론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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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네트워크는 단일한 기술이 아니고 여러 연구개발 조직을 통해 다양한 프로토콜이 제안되고 있는 상태다. 라이트닝피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회사 '라이트닝랩스(Lightning Labs)'의 프로토콜을 토대로 개발됐다.

보테자투 SW총괄은 "라이트닝랩은 미국의 '블록스트림(Blockstream)', 프랑스의 '어싱크(ACINQ)'와 함께 라이트닝네트워크 프로토콜을 구현하고 있는 3대 주요 개발팀"이라며 "우리는 그중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라이트닝랩과 2년간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