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페북 제재안' 발표 왜 또 미뤄지나

3월말로 연기 유력…“망사용료 협상 때문인듯”

인터넷입력 :2018/03/07 17:51

페이스북 접속경로 임의변경 건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안 발표가 또 다시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방통위와 ICT업계에 따르면 3월초로 예정됐던 방통위의 페이스북 제재안 발표가 월말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앞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달 "2월말이나 3월초 쯤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적 있다.

관련업계에선 국내 통신사(ISP)와 페이스북 간의 망사용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의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방통위가 발표 시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통위 관계자는 페이스북에 대한 사실 조사는 이미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들이 사실조사 결과와 제재 수위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페북 제재 건 실무 검토 끝...상임위 판단 남은 상태

이번 공방은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 등 일부 통신사의 KT 캐시 서버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이 조치로 이용자 불편이 초래되자 방통위가 지난 해 8월 조사에 착수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

당초 방통위는 지난 해 연말까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조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방통위 조사 사실이 알려진 직후 페이스북은 국내 ISP에 적정 수준의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해 하반기 들어 변수가 발생했다. 페이스북이 본사 차원에서 세금 납부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

여기에다 글로벌 통신 정책 담당자인 케빈 마틴 수석 부사장이 지난 1월10일 방한해 방통위원장을 찾는 등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제재 일정이 뒤로 밀렸다.

케빈 마틴 부사장은 당시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만나 “국내 ISP들과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며, 망 이용료에 대해서도 국내 ISP와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도록 성실히 노력하겠다”는 말로 방통위에 협조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페이스북코리아도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불필요한 논쟁 소모를 줄이는 차원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ISP들과 적극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이에 방통위는 사후 제재보다는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에 초점을 맞춰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전략을 취했다.

쉽게 말하면 페이스북을 잘 설득해 복잡하게 꼬여 있는 해외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와 국내 ISP 간의 망사용료 정산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취지였다.

케빈 마틴 페이스북 수석 부사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를 통해 정부에 비협조적인 구글이나, 트래픽이 증가하는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의 망사용료 지불 기준을 명확하게 수립한다는 계산이 깔린 조치였다.

페이스북과 우리 정부와의 협력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달 중순 “페이스북 건은 정보통신사업법 저촉 여부를 결정하는 첫 사례로 해외에서도 주시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는 빠르면 2월 말에서 늦어도 3월 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ISP-페북, 망사용료 협상 난항...“정무적 판단 말고, 정공법 택해야”

하지만 방통위는 결국 3월초 약속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징계는 3월말 결정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선 국내 ISP와 페이스북간의 협상 내용에 따라 제재 수위를 결정하려던 방통위의 셈법이 꼬이면서 차일피일 밀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그방통위가 정무적인 판단에 따라 페이스북에 대한 사실조사 결과 발표를 미뤘는데, 이럴 때일수록 정공법으로 빨리 발표를 해야 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페이스북 사실조사와 결론이 거의 다 이뤄진 건 맞고, 상임위원들의 판단이 남아있는 상태”라면서 “전기통신사업법상 위법이 아닐 경우 전제회의 안건으로 안 올라가겠지만, 혐의가 있을 경우 시정명령 등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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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발표 시점 연기에 관련된 질문에 “실무단에서는 사건에 대해 위법성만 판단할 뿐이지, 외부 요인에 따라 발표 시점을 미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방통위 상임위원은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 곧 나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