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때 아닌 '5G 네트워크 국유화' 공방

"中 대응위해 국유화" 보도…"비현실적" 거센 비판

방송/통신입력 :2018/01/30 13:25    수정: 2018/01/30 15:4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에서 때 아닌 5G 네트워크 국유화 공방이 벌어졌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5G 네트워크를 국가가 직접 건설하는 것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때문이다.

논쟁의 불씨를 키운 것은 미국 신생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다. 악시오스는 29일(현지시간) 마국 국가안보회의(NSC)가 작성한 ‘5G 확보하기: 정보 시대를 위한 아이젠하워 국가 고속도로시스템’이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건에선 5G 망을 구축하는 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신생 인터넷매체 액시오스가 트럼프 행정부의 5G 국유화 계획을 특종 보도하면서 파장을 불러 왔다. (사진=액시오스)

첫번째. 미국 정부가 단일망 구축 비용을 대고 직접 까는 방안. 이렇게 할 경우 사적인 인프라스트럭처를 국유화한 전례가 없다는 점이 고려대상이다.

두번째. 민간기업들이 직접 자신들의 5G망을 깔고 서로 경쟁하는 방안. 이렇게 할 경우 비용이 훨씬 많이 들고 건설기간이 길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미국 정부 문건은 지적하고 있다.

결국 현재 트럼프 정부에선 민간기업이 직접 5G망을 깔도록 하는 두 번째 안은 사실상 대안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액시오스가 전했다.

■ "21세기판 고속도로 구축"…FCC 위원장도 "국유화 반대"

트럼프 정부가 5G 국유화란 초유의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은 중국 등의 위협이 생각보다 강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이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처 구축과 운영 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초고속 5G 무선 기술을 빨리 구축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주도로 망을 구축한 뒤 AT&T, 버라이즌 같은 민간기업들에게 대여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장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란 게 이 문건의 주된 골자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이 같은 5G 구축 계획을 “21세기 판 아이젠하워 국가 고속도로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임기 말쯤엔 무선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액시오스)

‘아이젠하워 고속도로’란 미국을 동서로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일컫는 말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6년 제안해서 건설됐다고 해서 1973년 그의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다. 따라서 NSC의 이번 문건은 미국 전역을 이어주는 5G 망을 국가주도로 깔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도가 나가자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정부가 5G망을 국유화하려는 발상 자체도 문제가 있을 뿐더러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대표적인 것이 아짓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다.

아짓 파이 위원장은 “미국이 4G분야를 선도한 것을 비롯해 지난 30년 동안 무선 분야 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주된 교훈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혁신과 투자를 주도할 최적의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면서 “연방정부가 국가적인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운영하겠다는 제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할 일은 주파수를 민간에 넘겨주고 차세대 인프라스트럭처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격려하는 구축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백악관 "철 지난 계획" 해명…테크크런치 "실행 불가능"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현재는 5G 국가망 구축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 발 물러섰다.

미국 IT매체 리코드는 이날 다수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이번에 유출된 문건은 철 지난 내용이라고 전했다. 리코드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들은 “그 문건은 몇몇 관료들 사이에서 회람되는 정도였지만 화급된 주된 정책 발표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미국 정부의 5G 네트워크 국유화 방안은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연방정부가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AT&T, 버라이즌 같은 거대 통신사들과 협력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AT&T 등은 미국 정부가 5G 망을 구축할 경우 사실상 인프라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데 제대로 협력이 되겠냐는 지적이다.

특히 AT&T 등은 이미 자체로 5G 구축 실험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망 구축 작업과 조화를 이루기도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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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크런치는 또 “NSC가 국가안보를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솔직히 말해 정부가 어떤 형태로운 안전한 망을 깔겠다는 것은 신뢰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효과적인 암호 체계를 붕괴시키려 시도하는 정부가 안전한 인터넷 기반 시설을 만들겠다는 게 어불성설이란 게 테크크런치 비판의 골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