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지키는 규제, 수십만 새 일자리 없앤다”

中 정부가 적극 규제 철폐 vs 韓 촘촘한 규제 넘쳐

인터넷입력 :2018/01/26 12:16    수정: 2018/01/26 17:12

“여객자동차운수법, 관광진흥법, 전안법, 식품제조법, P2P 대출 가이드라인, 전자금융법 등이 새 일자리를 막는 규제다. 거침없이 규제를 푸는 일본과 중국을 보면서 놀란다. 우리는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이렇게 하면 규제 받을 거야라는 생각에 자꾸 포기하게 된다.”

각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스타트업의 도전을 적극 밀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혁신 촉진하는 스마트 규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가’라는 주제의 ICT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한 토론회(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 등 주최)가 열렸다.

■임정욱 센터장 “규제가 수십만 일자리 창출 막아”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이 날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는 규제 사례’라는 발제문을 통해 혁신을 가로막는 다양한 규제를 열거했다. 여기에서 그는 일본이나 중국처럼 유연한 일자리 수십만 개가 생겨날 수 있지만 우리 정부의 규제가 이런 가능성을 가로 막는다고 주장했다.

임 센터장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때문에 하지 못하는 우버와 같은 서비스가 해외에서는 굉장히 큰 일자리 시장을 형성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안정과 수익을 가져다준다”며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나올 수 있는 시장의 등장을 규제가 가로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 사업이 관광진흥법 때문에 제한되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소상공인들의 새 일자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식품제조법이 작은 음식 배송 쇼핑몰의 성장 문턱을 높이고, P2P 대출 가이드라인과 전자금융법이 핀테크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역설했다.

임정욱 센터장은 “지나친 규제가 기술 발전으로 결국 사라질 일자리를 보호하고, 새롭게 등장해야할 일자리가 생기는 걸 막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해외 기업과 비교했을 때에도 국내 회사들은 혁신할 기회를 잃는 역차별 문제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 구태언 변호사 “합리적 규제로 변화해야”

토론자로 나선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합리적 규제로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앙 집권적인 중국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창업 시장이 더욱 활발하고 정부가 앞장서 기업들의 규제를 풀고 있어 상대적으로 규제와 시름하는 우리나라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중국에서 규제가 당신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고 물으면 나라와 사회에 혼란만 주지 않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답을 공통적으로 듣는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법을 찾아봐야 하고 한참 후에 뒤통수를 맞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한국에 규제 총량이 너무 많고, 보이지 않는 행정제재도 많아 국내 스타트업들이 창업하기 매우 힘든 환경에 처해있다는 시각이다. 또 기존 법과 규제, 행정명령입법권 등을 기득권들이 활용해 기존 세력을 지키는 데 악용한다는 지적이다.

구태언 변호사는 “한국에는 촘촘한 규제가 많다. 정부는 조정과 타협의 역할을 해야지 기존 편에 서서 혁신을 막아서는 안 된다”며 “스타트업 사업을 수출산업으로 보고 육성해야 된다. 국내 사업자 간 갈등을 보고 질서를 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나친 규제가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국회에서 법률제개정 심의 시 정부로 하여금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미리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또 규제형식에서 허용적 규제는 예시적 열거 시스템으로 바꿔 개방성을 확보하고, 반대로 금지적 규제(처벌의 기초가 되는)는 ‘기타’, ‘등’, ‘그 밖에’와 같은 개별적 구성요건조항을 없애고 이를 제한적 열거 시스템으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서강대학교 기술전문대학원 안준모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혁신과 규제의 공존: 스마트 규제’라는 주제로 새로운 규제의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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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모 교수는 “규제를 효과적으로 디자인해서 시장의 불확실성과 빠른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명문화된 규정뿐 아니라 공공기관이 지적 사항을 피하기 위해 적용하는 관행적인 행정관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2월8일에는 ‘기울어진 인터넷 시장, 역차별 해소를 통한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주제로 2차 토론회가 열린다. 같은 달 21일에는 ‘글로벌 IT기업의 공세와 세계 각국의 디지털 주권 보호 노력’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이달 28일에는 종합토론회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