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 소음·사고 막는 토종기업 새영 '오토레일체커'

'선로 표면 거칠기' 정확히 측정해...효율성 높아

디지털경제입력 :2018/01/24 15:52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란 가삿말의 동요가 있다. 그러나 동요는 동요일 뿐, 기찻길 옆 실상은 정반대다. 기찻길 인근 축산농가가 열차 운행 소음을 견디다 못해 휴업하는 일이 부지기수고, 집을 구하는 이들에게 선로 인근의 주택은 기피 대상 1순위다.

오랜 시간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된 '기찻길 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토종 기업이 있다. 지난 2003년 설립된 국내 철도 솔루션 전문업체 '새영테크놀로지(대표 인철환)'가 그 주인공이다.

새영테크놀로지(이하 새영)는 지난해 레일 표면의 거칠기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오토레일체커(Auto Railchecker)'를 개발해 출시했다. 이 장비는 지난해 9월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적인 철도 전시회 '이노트랜스(Innotrans)'에 출품돼 호평받기도 했다.

새영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레일 표면의 거칠기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오토레일체커(Auto Railchecker)'를 개발해 출시했다. (사진=새영)

■ '선로 표면 거칠기' 측정해 소음 관리 효과적으로

오토레일체커는 일반인들에겐 이름도 생소한 '레일 표면 음향 조도' 장치다. 레일 표면의 거칠기를 측정해 소음의 발생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는 기기다.

이 제품은 국토부의 철도소음 진동 저감 기술 개발과제의 일환으로 새영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공동개발했다. 수동 방식으로 측정하는 기존 해외 제품이 사용하기 까다롭고, 데이터 결과치도 부정확하다는 점에 착안해 설계된 제품이다.

기찻길 소음과 레일 표면의 거칠기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에 대해 새영은 '효과적인 소음 관리를 위해선 레일 표면의 거칠기 측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영 측 관계자는 "기찻길 소음은 열차가 달릴 때 기차 바퀴(휠)와 레일의 접촉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전동 소음(rolling noise)'라고 부른다"면서 "이 소음은 휠과 레일의 거칠기가 클 수록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영은 "효과적인 소음 관리를 위해 휠과 레일의 거칠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유럽연합(EU) 표준화위원회(CEN)에선 이와 관련된 규정(EN 15610)을 제정해 배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정확성·효율성' 두 마리 토끼 다 잡았다

오토레일체커는 열차가 이동한 위치를 계측하는 '변위센서'와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레일 표면의 거칠기를 정확하게 측정한다. 이 제품에 내장된 3개의 변위센서와 1개의 가속도 센서를 통해 측정된 결과를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권장 범위와 비교하는 것이 오토레일체커의 핵심 기능이다.

즉, 변위센서로부터 얻은 1차적인 변위 데이터를 내부 알고리즘을 통해 1/3 옥타브 밴드로 표현하는 것이다. 옥타브 밴드는 인간의 가청범위인 50~10,000헤르츠(㎐)의 주파수를 옥타브마다 단락짓는 범위를 뜻한다.

표면이 고른 선로의 측정 결과 그래프.

위의 사진에서 점선과 빨간색 실선은 각각 ISO의 권고 범위와 오토레일체커가 측정한 결과를 나타낸다. 그래프에 나타난 대부분의 결과치가 권고치 아래에 위치해 있으므로 이 레일 표면의 상태는 양호함을 알 수 있다.

표면이 고르지 않은 상태의 노선.

이 그래프의 경우 대부분의 결과치가 권고치를 벗어나 있다. 즉, 소음이 심한 선로다. 이럴 경우 레일 연마 작업이 필수적이다. 레일 상태가 심한 경우, 표면의 고저(高低)가 확연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의 레일을 방치하면, 탈선 등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 오토레일체커의 기술을 통해 소음 뿐만 아니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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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레일체커가 시중의 장비들과 구별되는 또 다른 특징은 '효율성'이다. 새영 측은 "대부분의 장비들은 센서를 1개만 가지고 있다"며 "동일 선로 거리를 측정했을 때 오토레일체커는 다른 장비가 4번 측정해야 할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동일 측정 위치에서 4개의 자료를 얻을 수 있어 서로 참고하기도 쉽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사용 방법도 간편하다. 오토레일체커를 선로에 설치하고 주행 속도와 거리를 입력한 후, 주행 버튼을 누르면 장비가 스스로 표면을 측정한다. 측정이 완료되면 측정 결과가 들어있는 USB 메모리를 분리해 노트북이나 PC에서 확인하면 된다. 측정 과정에서 사용자가 장비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어 혹시 모를 안전 사고를 방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