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리 대응이 가능할까

퍼블릭 블록체인 합의 알고리즘선 분리 불가

컴퓨팅입력 :2018/01/17 08:19    수정: 2018/01/17 17:19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선 거래소 폐쇄까지 염두에 둔 고강도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4차 산업혁명에 핵심 기술로 꼽히는 만큼 적극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보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가 모순적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암호화폐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의 역할은 뭘까. 둘은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까?

누구나 참여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는 필수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들어온 처리요청(트랜잭션) 중에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합의 아래 승인된 것만 통과시키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참여자들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데이터는 쫓아내 네트워크를 유지한다.

블록체인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폐쇄형인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서로 아는 사람들이 시스템을 구성한 것이고, 개방형인 퍼블릭 블록체인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형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서로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누가 의사결정권을 몇 표 가질지 나름의 방식으로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룰에 따라 의사결정권을 나눠가져야 한다. 문제는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누가 네트워크에 해를 끼칠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채굴(마이닝)이라는 의사결정권 획득 방법을 넣었다. 의사결정권을 암호화폐라는 일종의 지분으로 준 셈이다.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참여자는 네트워크에 해를 끼치는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획득한 지분은 유통할 수 있기 때문에 채굴업차(마이너)들이 기꺼이 자신의 컴퓨팅 파워를 네트워크에 제공하게 만드는 인센티브가 되고 있다.

즉, 암호화폐는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신뢰를 형성하고 네트워크 참여를 독려하는 기반이다.

암호화폐과 블록체인 따로 뗄 수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 업체 블로코 김종환 대표는 합의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역할 차원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는 컨센서스(합의) 알고리즘 자체이기 때문에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김진화 대표는 암호화폐가 노드 제공자에게 보상을 제공한다는 면을 강조해 "퍼블릭 블록체인이 돌아가기 위해선 암호화폐가 연료 역할을 한다"며 "퍼블릭 블록체인은 보상체계가 핵심이고 그래서 (암호화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이유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떼어 놓고 보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인터넷과 비교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방치하고, 인트라넷 격인 프라이빗 블록체인만 키우자는 얘기와 같다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퍼블릭 블록체인도 함께 성장시키려면, 암호화폐를 무조건 규제 대상으로 보는 정부 입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다.

암호화폐 공개를 통한 자금조달(ICO)을 금지한 것은 과잉 규제로 꼽힌다. 혁신적인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ICO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집하고, 프로젝트를 활성화시킬 동력을 차단시키는 규제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거래소에 대한 적정 규제' 필요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국내 최초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의 창업자이기도 한 김진화 대표는 "거래소가 제대로 운영 안 되서 불신이 커진 부분이 있다"면서 "일본처럼 거래소들이 건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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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16년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서 암호화폐를 제도화했다. 이와더불어 암호화폐 사업자 협회가 자율규제안을 만들고 있다.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제도권 내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들여 놓는 것과 자율규제의 영역을 만들어 놓은 투트렉 전략을 택했다.

김진화 대표는 거래소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금융이 뒤에서 받쳐줘야 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산업에서 거래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