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중립성 운명 가를 '마지막 승부' 시작됐다

민주당, 의회검토법 발령 시도…소송도 계속될 듯

방송/통신입력 :2018/01/09 14:34    수정: 2018/01/09 14:3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에서 ‘망중립성 원칙’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승부가 시작됐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주 ‘인터넷 자유 회복’ 최종 문건을 공개하면서 망중립성 폐기 절차에 속도를 더했다.

그러자 민주당 상원에선 ‘의회검토법’에 따라 FCC 규정을 무력화하기 위한 세 모으기에 본격 나섰다. 또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은 F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짓 파이 위원장이 제안한 ‘인터넷 자유회복’ 문건은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 통신서비스로 분류돼 있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를 타이틀1인 정보 서비스로 재분류하는 것이 골자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부과됐던 ‘망중립성 의무’를 면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진=씨넷)

FCC는 지난 해 12월 이 문건을 3대2로 통과시키면서 확정했다. 그리고 지난 주 최종문건을 공개하면서 망중립성 폐지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따라 FCC가 이번 변경 내용을 연방관보에 게재한 날로부터 60일이 지나게 되면 미국에서 망중립성 원칙이 공식 폐기된다.

FCC가 속도를 내자 망중립성 수호 진영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 민주당 "의회검토법 투표 위한 정족수 확보"

가장 눈에 띄는 건 오바마 정부 시절 망중립성 규정을 확립했던 민주당이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우선 FCC 결정을 무력화하기 위해 ‘의회검토법’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씨넷에 따르면 클레어 맥캐스킬 민주당 상원의원은 8일(현지시간) 자신이 30번째로 의회검토법 발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맥캐스킬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30은 상원 전체회의에서 망중립성 표결을 하는 데 필요한 마법의 수다”고 의미 부여했다.

의회검토법은 의회가 행정부의 각종 규정을 견제하는 수단이다. 1966년 도입된 이 법은 제정된 지 60일 이내 각종 규정들을 의회가 무력화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진=클레어 맥캐스킬 의원 트위터)

맥캐스킬 의원이 30번째로 서명하면서 민주당은 전체 회의에서 의회검토법 적용 여부를 심의할 최저인원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의회에서 FCC 규정을 합법적으로 무력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상하원 모두 집권당인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민주당 측은 “역사의 오른 쪽에 설지 언론 자유를 수호하는 시민들과 함께 할 지 선택하라”면서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 캘리포니아-네브라스카주, 별도 법률 제정 추진

의회 바깥에서도 망중립성을 수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망중립성 보장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을 중심으로 FCC를 제소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자리잡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와 네브라스카 주가 한 발 앞서 움직였다. 두 주는 FCC 규정을 대체하는 망중립성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주요 인터넷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 인터넷협회(IA)도 망중립성 폐지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인터넷 이용자들이 망중립성 원칙 폐기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씨넷)

마이클 베커맨 IA 회장은 지난 주 “아짓 파이 위원장의 최종 문건은 예상했던 대로 소비자들을 위한 망중립성 보호 규정을 폐지한다”면서 “그 뿐 아니라 미국인 다수의 생각을 무시할 뿐 아니라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을 수호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별도로 뉴욕주 검찰도 F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뉴욕주 검찰은 FCC가 ‘인터넷 자유 회복’ 문건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현재 상황으론 FCC 결정 뒤집기 힘들어

이런 공세에도 불구하고 FCC의 망중립성 폐지 조치를 원위치시키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FCC가 이번에 확립한 원칙 중엔 개별주가 결정에 반하는 별도 법률을 제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주 등이 망중립성 관련 법률을 제정하더라도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소송 역시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법원은 전통적으로 행정부 결정에 대해선 ‘절차상의 특별한 불법이나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한 합법적인 행정 활동으로 존중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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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으로 구성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가운데가 아짓 파이 위원장이다. (사진=FCC)

FCC가 지난 2014년 항소법원에서 열린 망중립성 소송에서 패소한 건 ‘권한을 넘어선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보 서비스 사업자인 ISP들에게 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한 건 월권이라는 게 당시 법원 판결이었다.

결국 망중립성 소송에서 FCC의 권한과 관련해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산업분류를 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2005년 연방대법원이 FCC의 산업 분류 권한을 인정해 준 판례가 있어 이번 산업 재분류가 월권 행위란 판결이 나오긴 힘든 상황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