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어 삭제 논란 왜 일었나?

'명예훼손vs알권리‘ 이해관계 상충 문제

인터넷입력 :2018/01/08 13:37

네이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검색어 중 일부를 삭제해 논란에 휘말렸다.

이를 검증한 기구는 “조작이나 왜곡을 의심할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전체적으로 올바른 처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총평하면서도 네이버에 일부 미세한 실책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이 발표된 직후 네이버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국민의 알권리’와 ‘명예훼손 차단 주의의무’가 서로 상충되는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여서, 좀 더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KISO “최순실 국정농단 연관검색어 제외, 일부 부적절”

논쟁의 계기가 된 것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지난 달 4일 공개한 ‘2016년 하반기 네이버 노출제외 검색어에 대한 검증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 내용이 뒤늦게 한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은 간단하다. KISO는 ‘김동선-정유라 마장마술’ 같은 연관검색어, 고영태가 설립했다는 가방회사인 빌로밀로 등의 연관검색어가 제외된 부분이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 김동선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김동선 씨는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함께 금메달을 땄다. 두 사람은 특별한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대회에 출전해 수상한 이력 때문에 연관 검색어로 묶이게 됐다.

KISO는 “고영태, 최순실, 정유라 등의 행적에 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조사도 이뤄지고 있었으므로 (해당 연관 검색어 삭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KISO 보고서 발췌

그러자 네이버는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연관검색어 정유라 마장마술 노출이 (삭제를 의뢰한) 요청자 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며 “검색결과엔 이와 무관한 2014년도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딴 내용만 확인되고 있었으므로 과거 고영태-OOO 심의에서 KISO 정책위원회가 삭제 결정을 내린 사례를 적용(참고)했다”고 답했다.

여기에서 네이버가 참고한 심의 사례는 고영태가 한 연예인과 찍은 사진이다. 당시 고 씨가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해당 연예인 역시 괴소문이 휘말린 건이다. KISO는 이 건에선 공공의 알권리보다 명예훼손이 더 크다고 판단, 제외 처리 결정을 내렸다.

또한 KISO는 ‘박근혜 7시간 시술’, ‘박근혜 마약설’ 등의 검색어를 루머성 검색어로 보고, 삭제 사유를 ‘기타’로 분류한 조치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분류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네이버는 ‘박근혜 세월호7시간’, ‘박근혜 성형시술’, ‘박근혜 보톡스’, ‘박근혜 주사’ 등의 검색어는 언론보도가 확인돼 제외하지 않았다. 다만 박근혜 7시간 시술, 박근혜 마약설 등은 사실확인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뤄지지 않아 ‘기타’로 분류, 제외 조치했다.

KISO는 해당 검색어의 제외 조치 타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제외 근거(분류)에 오류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 “조작 왜곡 아냐…두 권리 상충에 따른 판단 문제”

종합하면 네이버가 검색어 서비스 자율규제 정책을 따르는 과정에서 검색어 제외 조치에 미흡한 사안이 다수 발견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KISO가 지적한대로 고의적인 조작이나 왜곡이라기보다는 가치 판단 문제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의 알 권리와 명예훼손이란 두 권리가 팽팽하게 맞설 때 네이버가 명예훼손 쪽에 더 큰 무게를 둔 결과란 얘기다.

검색어 제외 처리에 있어 공공의 알권리와 개인의 명예훼손은 매번 상충 관계에 놓인다. 이에 사안에 따라 적절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판단을 KISO가 담당하는데, 논란이 된 최순실 국정농단 검색어 제외 이슈 역시 두 권리 충돌에서 생긴 판단 문제로 보인다.

KISO 보고서 결론 및 제언.

이 같은 난해함에 대해 KISO 역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대중의 알권리에 보다 많은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네이버는 두 권리가 충돌할 때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지에 깊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ISO는 “과거에 비해 보수적으로 또는 쟁점이 되는 검색어에 대해 네이버가 조금 더 쉽게 노출 제외를 결정하고 있다”며 “제3자 권리침해나 불법정보에 관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약간의 리스크만 있어도 처리를 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으나, 그렇더라도 조금 더 엄격하게 제외처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명예훼손 주의 의무와 알권리에 대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라며 “네이버가 특정 검색어를 제외했다고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볼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대법원은 모니터링 주의 의무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면서 “두 권리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어떤 것을 더 높은 가치로 둬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담론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2012년 하반기부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KISO 검색어 검증위원회를 통해 연관검색어, 자동완성검색어,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제외 처리 적절성을 검증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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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명예훼손이나 선정성, 개인정보노출 등의 문제가 우려될 경우 KISO와 마련한 자율 심의 기준에 따라 검색어 제외 조치를 취한다. 또 사용자 요청 시에도 합당한 기준에 부합하면 검색어를 제외해주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 KISO의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논란이 된 보고서 역시 네이버의 자율규제 방침에 따라 KISO가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도록 사이트에 올린 내용이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연관 검색어가 일부 삭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