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어올 애플, 진짜로 넷플릭스 인수하나

트럼프 덕에 해외송금 세율 뚝…성사가능성 ↑

홈&모바일입력 :2018/01/03 10:59    수정: 2018/01/03 11:0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넷플릭스를 살까? 디즈니를 살까?

트럼프 세제 개혁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애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폭 낮아진 송금 세율 덕분에 해외에 쌓아둔 자금을 미국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플이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대형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벤처비트를 비롯한 외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넷플릭스 인수설은 지난 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전망은 좀 더 구체적이다. 애플이 2천200억 달러(약 234조원)에 이르는 해외 자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CEO.(사진=미국 지디넷)

이렇게 될 경우 애플의 여유자금은 2천500억 달러(약 266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 정도 자금이면 넷플릭스, 테슬라, 디즈니 등 입맛에 맞는 기업을 인수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런 전망이 고개를 드는 건 올해부터 시행된 트럼프 세제 개혁법(Tax Cuts and Jobs Acts) 때문이다. 지난 해 말 상하 양원을 통과한 이 법은 법인세와 해외 송금 세율을 대폭 낮춘 것이 골자다.

트럼프는 35%였던 법인세율은 21%로 낮췄다. 또 해외송금 세율 역시 35%에서 15.5%로 낮아진다. 애플 입장에선 종전보다 20%p 가까이 낮은 세금을 내고도 해외에 쌓아둔 자금을 미국으로 들여갈 수 있게 됐다.

■ 시티은행 "애플의 넷플릭스 인수 가능성 40%"

시티은행은 애플이 이 자금을 활용해 인수할 후보 기업을 여럿 제시했다.

그중 가장 확률이 높은 곳이 넷플릭스다. 시티은행은 애플이 넷플릭스를 인수할 확률이 40%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디즈니(25%)도 애플의 인수 타깃이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애플은 최근 들어 동영상 스트리밍과 오리지널 콘텐츠 쪽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손에 넣을 경우 애플의 최근 전략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물론 넷플릭스를 손에 넣으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애플은 그 동안 대형 인수엔 소극적인 편이었다. 최근 가장 큰 규모였던 비츠 일렉트로닉스는 30억 달러에 인수했다.

시티은행이 애플의 유력한 인수 후보기업들을 정리한 표. (사진=시티은행)

하지만 넷플릭스는 시장 가치가 860억 달러에 이른다. 직원 수 역시 5천명으로 비츠(700명)의 7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스티브 잡스 때는 대형 인수를 자제했다. 하지만 팀 쿡은 다르다. “전략적 가치만 있다면 규모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게 팀 쿡의 생각이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보유한 동영상 가입자 1천150만명은 애플에겐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넷플릭스의 풍부한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탐나는 상품이다.

넷플릭스 고객들이 애플 기기를 활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마케팅을 적용할 경우 또 다른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 디즈니도 유력 후보…인수가격-규모 너무 큰 게 걸림돌?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다른 측면에서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다. 잘 아는 대로 디즈니는 콘텐츠 왕국이다. 영화, 텔레비전 쇼, 테마파크에 호텔까지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로버트 이거 디즈니 CEO는 애플 이사회 멤버다. 잡스 미망인인 로렌스 파월 잡스는 디즈니 최대 주주다. 애플이 동영상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참여할 것도 디즈니였다.

큰 알력 없이 두 회사를 결합할 가능성이 많은 조건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하기 위해선 2천62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현 기업 가치에 40% 프리미엄을 인정한 금액이다.

(사진=월트디즈니)

제 아무리 애플이지만 이 정도 지출은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게다가 디즈니 직원 수는 19만5천명으로 애플(11만6천명)보다 훨씬 많다.

상대적으로 집중된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왔던 애플 경영진이 디즈니란 대형 왕국을 제대로 거느릴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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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은행이 디즈니 인수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 건 이런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위험 요인이 큰 만큼 성공했을 때의 과실은 달콤하다. 넷플릭스 인수는 기존 사업 확대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디즈니를 성공적으로 품을 경우 시장 패러다임을 확 바꾸는 대형 변화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