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때늦은 피드백, 작가 반발 커진 원인"

안정진 IP 디렉터 인터뷰

인터넷입력 :2017/12/26 16:10    수정: 2017/12/26 18:02

"정보 공유 시점이 늦어지면 결과가 똑같더라도 작가들의 우려가 커진다고 느꼈다. 저희가 보장할 수 있는 데까지 작가들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레진코믹스 안정진 IP 디렉터가 세 달 만에 다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사연은 그리 즐거운 내용이 아니다.

회사는 최근 중국 수익 정산 미지급 논란을 겪는 등 날이 선 소속 작가·독자들의 반응을 마주해야 했다. 이에 대해 해명하는 공식 입장문을 냈지만 회사에 대한 적개심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부족한 소통이 불씨를 키웠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이에 안 디렉터는 중국 사업과 관련해 궁금증과 의혹을 풀겠다며 나섰다. 현지에서 국내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한 이유, 수익 지급이 상당 기간 늦어진 이유, 회사의 불법 콘텐츠 단속 활동 등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현지 특성과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함께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중국 웹툰 시장의 상황·특성과 레진코믹스의 향후 계획도 함께 언급했다.

레진코믹스 안정진 IP 디렉터.

■"중국 진출, 시행착오 많아…제때 소통 중시할 것"

안정진 디렉터는 게임 회사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했다. 이후 중국에서만 4년 가량 콘텐츠 비즈니스를 해오다 레진코믹스의 IP에 관심을 갖고 올초 회사에 합류하게 됐다.

안 디렉터가 합류한 시기는 레진코믹스가 중국 플랫폼과 간접 계약을 맺던 것을 직접 계약으로 변경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간접 계약을 맺던 시기에 대해 '시장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표현한 바 있다.

안 디렉터는 "중국에서 웹툰 사업을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 레진이 잘 몰랐다"며 "비독점 방식으로 여러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했는데, 콘텐츠 노출이 늘어난 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게 예상했지만 웹툰이 몇 만개씩 있는 중국 플랫폼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IP 비즈니스를 노리고 콘텐츠를 무료 게재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들어갔다는 점도 국내와 달리 콘텐츠 수익이 높지 않았던 이유였다. 당시 회사는 유료 웹툰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중국에 진출하고자 다수의 웹툰을 정액제 이용권으로 볼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국내에서 각 웹툰의 회차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당장의 수익보다 IP 홍보에 치중해 게임, 소설 등의 IP 비즈니스에 유리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특히 텐센트의 경우 영화·게임 자회사가 있어 과거부터 IP 비즈니스에 높은 기대를 걸어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IP 비즈니스 진행이 더딘 가운데, 정액제로 서비스된 작품의 개별 정산 금액을 확정하는 데 오래 걸려 결과적으로 작가·독자들과의 기본적인 신뢰 문제에서 잘못을 초래하는 계기가 됐다. 회사는 지난 가을 8개 작품의 3년치 중국 수익 정산 금액을 확정하고 이를 지급했다.

안정진 디렉터는 "현재는 콰이칸·텐센트 등 중국 플랫폼에 작품이 게재되는 작가들에게 정산을 포함해 서비스 현황과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있다"며 "그간 전달해드려야 할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작가들의 많은 우려를 만들어냈는데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부분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진코믹스는 현재 콘텐츠 게재·유료화 시점과 마케팅 전략, 모니터링을 통한 문제 요소 확인과 이를 해결한 내용을 작가들에게 정기 보고서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해외 수익 지급이 늦어진 것에 대해, 작가의 원고 제출이 늦어졌을 경우 수익의 일정 퍼센트를 지체상금(지각비)으로 가져가는 레진코믹스도 작가에게 마땅한 보상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회사 측은 "수익 지급이 지연된 게 아니라 지급할 수익 정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지급 시기가 지연된 것"이라며 별다른 보상 방침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게시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중국, 유료 웹툰 원년…경쟁 쉽지 않을 것"

중국에서 웹툰 산업은 타 콘텐츠에 비해 규제가 약한 편이다.

그렇다 해도 정부 검열 수위를 넘어서는 콘텐츠를 게재하면 다시 이 콘텐츠를 게재하기 어렵고, 이런 경고가 누적되는 회사는 규모를 막론하고 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게 안 디렉터의 설명이다.

안 디렉터는 "중국 정부가 적용하는 콘텐츠 검열 기준은 성문화돼있지 않아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과거 인지도를 쌓았던 북경 소재 웹툰 플랫폼 업체가 규제로 인해 직원 상당수가 퇴사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강력한 콘텐츠 검열이 이뤄지는 현지 특성을 감안, 정부 관리 부서를 별도 배치했다.

안 디렉터는 "강력한 검열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게재 이전에 정부로부터 사전 검수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의 검열 수위를 면밀히 파악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을 주시하며 편집국, 운영부 등에 의견을 전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진코믹스 안정진 IP 디렉터.

한편 규제 기관의 강력함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은 정식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포하는 웹·앱을 근시일에 차단한다. 신고한 지 한 두달이 넘어가도 불법 콘텐츠 유포지를 차단하기 어려운 국내 현실과 차이가 있다. 현지 파트너사와의 계약으로 정식 콘텐츠 라이센스를 받고, 규제 기관에 불법 콘텐츠를 차단해달라고 요청 시 빠르면 1~2주 내로 처리된다. 이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이용자 인식도 점차 안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레진코믹스는 올초 중국 플랫폼과 직접 계약으로 계약 방식을 변경하면서 국내와 같은 웹툰 회차 당 유료 판매 방식을 적용한 바 있다. 안정진 책임자는 중국이 현재 '유료 웹툰의 원년'을 맞고 있다고 표현했다. 유료 웹툰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 디렉터는 "중국에서는 웹툰 하나에 여러 인력이 붙어 주 2,3회로 연재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작품들은 독자 접근성이 높아 빠르게 구독자를 키워가는 추세"라며 "이런 식으로 작품을 양산하는 회사들은 그 중 하나가 대박이 나면 유료화를 적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등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과거 일본 만화 위주로 유통되던 중국 만화 시장에서는 색깔이 입혀진 국내 웹툰에 주목하기도 했는데, 이런 회사들이 채색도 하기 시작하면 한국 웹툰 특유의 정체성 하나를 잃게 될 것"이라며 "시장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은 기회이자 위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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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하는 중국에서 레진코믹스도 활발히 보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안정진 IP 디렉터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좀더 많은 작품을 해외로 수출할 예정"이라며 "유료 웹툰 시장이 태동기인 중국에서 현지 플랫폼들은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인데, 레진도 마찬가지로 어떤 작품을 수출하고 진행 상황을 작가들에게 정기적으로 어떻게 공유할지 시계열을 잡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