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이석우 전 대표 영입…카카오 인연 깊어지나

카카오, 두나무 지분 30% 추산…양사 시너지 기대

인터넷입력 :2017/12/22 17:57    수정: 2017/12/22 18:04

카카오 성공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석우 전 공동대표가 내년부터 핀테크 스타트업 두나무의 새 수장을 맡아 카카오와의 전략적인 협업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카카오와 100%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가 가진 두나무의 지분이 적지 않고, 카카오의 성공 주역 중 한 명인 이석우 전 대표가 수장을 맡는 만큼 이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준다.

지난 21일 두나무는 이석우 카카오 전 공동대표를 신임대표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 신임대표는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며, 최대주주인 송치형 대표는 대표에서 물러난 뒤 이사회 의장을 맡을 계획이다.

중앙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NHN 미국법인 대표, 카카오 공동대표, 조인스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석우 대표가 두나무에 새 둥지를 트는 배경과 이유는 무엇일까. 또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 두나무, 케이큐브벤처스 2억원·카카오 33억원 투자 받아

이석우 두나무 대표 내정자.

이석우 대표 내정자의 합류로 변화하게 될 두나무의 미래를 점치기 위해서는 먼저 이 회사의 성장 스토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나무는 2013년 카카오 자회사인 벤처캐피털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2억원의 초기 투자금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두나무 기업가치는 10억원 안팎. 이에 당시 케이큐브벤처스가 가져간 두나무 지분은 20~30% 사이로 추산된다.

그 후 핀테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두나무의 성장도 빨라졌다. 모바일 주식투자 앱 서비스인 카카오스탁을 2014년 2월 선보였고, 2015년 9월 카카오로부터 33억원을 투자 받았다. 현재 카카오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은 8.8%다.

케이큐브벤처스가 카카오 100% 자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가 두나무의 지분을 30%대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카카오, 케이큐브벤처스, 두나무 측은 정확한 지분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공시에 카카오가 가진 두나무의 지분이 8.8%란 점만 확인 된다. 또 회사는 두나무의 최대주주가 카카오(케이큐브벤처스 포함)가 아닌 송치형 현 대표라고 설명했다.

■ 두나무 연 매출 1조 추산...카카오 투자 '성공적'

두나무가 지난 20일 공개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성과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 회원수는 총 120만 명, 일평균 이용자 100만 명, 동시접속자 30만 명이다. 일 최대 거래액은 10조원, 12월 기준 일 평균 거래액은 5조원 규모다.

거래 수수료를 0.05%로 잡고, 지금과 같은 암호화폐 거래가 활발하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약 1조원의 수수료가 매출로 계산된다.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따졌을 때 수조원의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의 성과로 봤을 때 케이큐브벤처스와 카카오의 초기 투자는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업계가 추정한 지분율 30%대가 맞다면 카카오는 35억원 정도의 시리즈A 수준의 투자금으로, 몇 백배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석우 대표 합류…어떤 그림 가능할까?

카카오 다음 합병 자료사진.

두나무와 카카오의 인연은 이석우 대표의 합류로 지분 관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회사를 성장시킨 이석우 대표가 수장을 맡음으로써 보다 전략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우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입사해 ‘카카오톡’을 국민메신저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 2014년 다음과의 합병을 성사시킬 때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 김 의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이석우 대표가 이끌 두나무는 카카오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금융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카카오스탁 외에도 다양한 협력 사업들을 탄생시킬 수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대체화폐로 떠오를 경우 카카오페이 결제 수단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같은 암호화폐가 쓰이는 등의 큰 그림도 그려진다.

한 단계 더 점쳐보면 이석우 대표가 두나무의 성장을 더 빠르게 견인하고,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뒤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카카오 자회사 편입도 가능해 보인다.

이 밖에 두나무는 암호화폐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과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역할에도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인터넷 업계에서 큰 역할을 해온 인물이 수장을 맡아 회사를 운영함으로써 두나무뿐 아니라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파산하고 정부의 엄격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어 안정적인 거래소를 찾는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

이석우 두나무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와의 관계나 인연 때문이 아니라, 두나무 사외이사인 플랜트리의 강준열 대표, 두나무의 송치형 대표, 김형년 최고전략책임자 제의를 받고 합류하게 됐다”며 “관계사까지 합하면 카카오의 두나무 지분이 30% 정도인 것으로 알지만, 구체적인 지분구조나 사업 전략들은 이제부터 공부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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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향후 카카오의 두나무 인수 가능성 등의 질문에는 “지금 단계에서 알 수도 없고, 너무 앞서 간 얘기 같다”고 답했다.

한편 이석우 대표 내정자는 지난 21일 본인 SNS에 “암호화폐와 그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을 놓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중책을 맡게 됐다”면서 “사회적 부작용은 최소화 시키면서도 한국이 신생산업의 세계적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