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통신 시장…통신비에 모든 이슈 함몰돼

5G 준비, AI 서비스, IoT전국망 굵직한 이슈 묻혀

방송/통신입력 :2017/12/21 16:21    수정: 2017/12/21 16:22

올해 국내 통신 시장은 정치권에서 불어온 통신비 인하 정책에 다른 중요한 화두들이 모두 묻히고 말았다.

5G가 상용화 준비 막바지 단계에 돌입하고, 인공지능(AI)과 결합된 서비스 경쟁이 두드러졌으며, 사물인터넷(IoT) 전국망 구축과 함께 가입 회선이 유의미하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IPTV와 기가인터넷 등 유선통신 서비스가 고속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통신비 인하 이슈가 올 한해를 모두 집어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文 대통령 공약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통신비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이 발표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은 ▲기본료 폐지 ▲지원금 상한제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기업의 자발적 통신비 인하 유도 ▲데이터 이월 등 요금체계 변경 ▲와이파이 프리 ▲한-중-일 로밍요금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른 후보도 통신비 관련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유력한 당선 후보의 공약에 시민단체 일각에서 주장해온 기본료 폐지 등을 그대로 담기면서 업계의 충격은 컸다.

기본료 폐지 공약이 실현될 경우 통신 3사의 연간 영업이익 총합을 넘는 규모의 통신비 인하 요구다. ICT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업계를 적자전환으로 몰아가는 공약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공약 이행 방안을 다듬기 시작했지만, 기본료 폐지 공약은 논란만 빚게 됐다.

당시 주무부처였던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정기획위는 수차례 회의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는 기본료에 해당하는 1만1천원 요금 인하 방안을 찾는 쪽으로 우회했다.

또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상향과 정의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보편요금제가 기본료 폐지의 대안으로 꼽히고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 4조6천억원 절감효과 있다는 통신비 인하 대책

국정기획위는 지난 6월22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함께 통신비 인하 대책을 발표했다. 단기적 이행 과제, 중장기적 이행 과제 등을 담아 최대 연간 4조6천273억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통신 3사의 영업이익 총합이 3조6천억원대다. 수익을 넘어서는 절감효과를 요구받은 셈이다.

통신비 인하 대책 가운데 우선 생계, 의료, 주거, 교육 급여 수습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저소득층과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을 수령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월 1만1천원의 추가 요금 감면 정책이 담겼다.

현재 저소득층 요금 감면은 시행을 앞두고 있고 기초연금수급자 요금 감면안은 규제개혁위의 심사라 진행 중이다.

알뜰폰 활성화 정책은 전파법 시행령 개정으로 전파사용료 감면 기간을 다시 연장하고, 도매대가 인하 협의도 지난달 논란 끝에 마쳤다.

행정소송 가능성이 제기됐던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25% 상향은 통신사들이 끝내 백기를 들고 9월15일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국정기획위의 통신비 인하 대책 가운제 단기적 이행 과제는 시행이 완료됐거나 일부 남은 논의와 행정적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공약을 민간 회사가 지키고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지만, 통신비 인하 방안의 이행은 진행 중이다.

■ 국회로 옮겨간 통신비 규제 프레임

7월 국정기획위가 해산하고 미래부는 과기정통부로 탈바꿈했다. 앞서 유영민 장관이 취임했다. 같은 달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행정절차를 밟기 시작하고 기초연금수급자 요금감면 방안을 입법예고했다.

국정기획위의 발표 내용을 통신산업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이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발 통신비 인하 논의가 거세졌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8월 초 통신비 인하 논란을 종식시킬 묘수라면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공개했다. 김성태 의원의 완전자급제 법안 발의 배경에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통신비 인하 대책에 대한 반대 뜻도 상당 부분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19대 국회 현 여당에서 한번 발의됐던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제도가 현실적이지 않고 이상적인 방향만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명확한 기대 효과도 밝혀진 것이 없지만 일부 여론의 지지를 받은 완전자급제는 국정감사 기간까지 국회에서 뜨거운 감자 역할을 했다.

자유한국당에 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두 건의 완전자급제 법안이 나오게 됐고, 또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은 완전자급제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 시행 4년차를 맞이한 단말기 유통법

정부와 국회, 통신사 간에 격렬한 통신비 인하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단말기 유통법은 시행 4년차를 맞이했다. 9월말로써 법 시행 만 3년을 꽉 채운 것이다.

단말기 유통법의 시행 기간 3년은 의미가 깊다. 3년 동안만 유효한 일부 조항 때문이다.

대표적인 일몰 조항은 지원금 상한제다. 10월 이전까지는 통신사가 단말기 할인 명목의 지원금을 33만원까지만 공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원금 상한제가 일몰되면서 이같은 제한이 사라졌다.

국내 통신 보조금(지원금) 규제 역사를 볼 때 상한제가 등장한 시기는 지난 2010년 구 방송통신위원회 시절이다.

당시 전기통신사업법 내 보조금 금지 조항이 일몰되면서 이용자 차별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27만원이라는 보조금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법안 또는 시행령이 아닌 가이드라인 형태였지만, 규제 기관이 내세운 가이드라인이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큰 힘을 가진 숫자로 통했다.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는 보조금 규제와 이용자 차별을 더 이상 막기 힘들다는데 뜻이 모이면서 여야 의원 4명이 발의한 사업법 개정안은 단말기 유통법이라는 새 법을 제정하는 쪽으로 돌아섰고, 상한제를 계승하게 됐다.

이후 단말기 유통법이 3년동안 운영된 뒤 보조금 상한제가 다시 사라지게 됐다.

■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떠안은 과제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통신비 인하 대책 가운데 향후 미진한 내용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해결토록 하는 점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 출범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현재까지 4차례의 회의를 갖고 운영되고 있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처음 맞이한 과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당시 국정기획위에서 논의됐던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 등을 거치면서 논란이 된 완전자급제 논의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상황이 연출됐다.

직접 법안을 발의한 의원 외에 완전자급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곳은 일부 소비자단체 뿐이었다.

하지만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내에서 완전자급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힘을 얻지 못했고 협의회에 참여한 이통사, 제조사, 유통 업계, 알뜰폰 업계, 시민단체 등은 완전자급제를 법으로 강제 도입하는데 우려의 뜻을 표했다.

때문에 완전자급제 도입의 장단점과 함께 주로 기존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

관련기사

자급제 논의를 마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직면한 과제는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내용 가운데 중장기 과제에 해당하는 보편요금제다. 향후 회의부터 보편요금제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가 소매요금에 개입해 규제를 한다는 논란과 더불어 통신업계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논의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이 문제는 최소한 내년에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