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X 없는 연말정산, 실제론 무늬만 퇴출

'부가 프로그램 무설치' 내년엔 구현 힘들듯

컴퓨팅입력 :2017/12/19 16:41    수정: 2017/12/20 09:46

정부가 내년(2018년) 1월 시행되는 연말정산 서비스에서 액티브X를 퇴출하기로 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공공사이트에서 액티브X를 비롯한 PC 설치 요구 프로그램을 퇴출하고 웹표준 기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기대하는 '프로그램 무설치 연말정산'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18일 청와대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액티브X 제거 추진 계획' 보고와 토론이 진행됐다. 정부는 일단 내년초 국민들이 원하는 브라우저로 연말정산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별도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는 '노 플러그인(No Plug-in)' 공공사이트 구현을 정책목표로 삼고 내년중 법제 개선과 행정절차 변경 추진을 지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지난 정부 액티브X '무늬만 퇴출' 재현되나

일반인들에게 정부의 노 플러그인 공공사이트 구현 방침은 부가 프로그램이 필요없는 대민업무 서비스 제공과 같은 얘기로 이해된다. 즉 '노 플러그인=부가 프로그램 무설치'다.

부가 프로그램 무설치 방식으로 구현된 공공사이트는 어떤 운영체제(OS)나 브라우저로든 이용할 수 있다. PC뿐 아니라 태블릿과 스마트폰 브라우저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액티브X 로고.

하지만 19일 확인 결과, 부가 프로그램 무설치는 당장 내년 연말정산 서비스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국세청 측은 연말정산 개편 방향에 대한 본지 질의에 "다양한 OS와 브라우저 환경에서 이용이 가능하도록 액티브X 기술을 제거하고 최대한 웹표준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면서도 "보안 요건과 일부 웹표준으로 대신할 수 없는 기능이 있어 최소한도로 (EXE 설치프로그램 형태의) 대체기술도 사용하게 될 것"이라 답변했다.

정부의 약속은 원하는 브라우저로 연말정산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부가 프로그램 무설치 방식으로 연말정산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과 다른 얘기다. 각각의 브라우저와 OS에 맞게 부가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는 것도 '원하는 브라우저로 서비스'하는 방식에 포함된다는게 정부 입장이다.

이는 다수 국민의 기대와 괴리가 크다. 내년 1월 연말정산에서 액티브X 대신 EXE 설치를 요구하는 건 '무늬만 퇴출'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현재 국세청의 온라인서비스 '홈택스(hometax)'에서 연말정산을 위한 액티브X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지난 8월 조달청 나라장터에 '홈택스 비표준기술(Active-X) 교체사업'이라는 22억4천800만원짜리 사업을 긴급공고로 발주했다. 그 제안요청서에 연말정산서비스 상세 개편 방향이 담겼다. 내년 1월 연말정산에서 부가프로그램 무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건 그 내용으로도 확인된다.

국세청 '홈택스 비표준기술(Active-X)' 교체사업 제안요청서 일부.

국세청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홈택스에선 전자서명, 보안, 문서작성, 파일처리, 통합설치 등 17종에 달하는 PC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한다. 이 가운데 연말정산 서비스를 위한 액티브X는 공인인증서와 통합설치 등 2가지 공통 프로그램과, 연말정산 서비스에 필요한 보고서 조회 및 인쇄, 파일업로드, 화면캡처방지, 2D바코드출력 등 4가지 프로그램, 합쳐서 6가지다. 이게 웹표준 기술로 교체돼야 한다.

■웹표준 대체불가 기술 요구…예견된 불만

하지만 6가지 프로그램 모두를 웹표준 기술로 대체할 방법은 아직 없다. 파일업로드와 보고서 조회 등 일부는 대체 가능하지만, 문서 출력 관련 기능이나 공인인증서, 프로그램 통합설치 관련 기능은 완전한 대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당초부터 행정절차 변경 없이 프로그램 무설치 방식의 연말정산 서비스 구축은 실현될 수 없다. 국세청이 이 점을 의식한 흔적은 제안요청서 곳곳에서 발견됐다.

첫째, 국세청은 사업내용에 "대체기술은 보안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웹표준(HTML5) 기술로 교체하되 웹표준 기술로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 '실행파일' 적용, 응용프로그램 수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과 유사한 제품 도입"이라는 문구를 담았다. 또 "대체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서비스는 IE 이외의 브라우저 접속시 적절한 통제방안을 구현하여 접근 제한"을 하라고 썼다.

둘째, 수주업체가 납품할 소프트웨어(SW)에 반드시 지원하고 사용자가 쓸 수 있도록 구현해야 할 SW동작을 명세화한 '기능요구사항(SFR)' 내용을 보면 "멀티브라우저 지원, 멀티 OS 지원"과 동시에 "웹표준 기술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 자체개발 또는 대체기술 SW 적용 … 재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대체기술 SW가 EXE 방식의 설치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셋째, 목표 시스템을 구축시 필요한 SW내역과 시스템 구성 요구사항을 명세화한 '시스템 구성 요구사항(ECR)' 중 통합설치SW 요구사항 내용을 보면 "사용자의 다양한 PC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플러그인 및 논플러그인(Non-Plugin) 제품에 대한 통합설치를 지원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 즉 국세청의 관점에서 '논플러그인'은 '부가 프로그램 무설치'가 아니라, EXE같은 실행파일형 부가프로그램 설치 방식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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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홈택스 프로그램 설치 요구화면.

요약하면, 국세청은 제안요청서에 담은 개발요건을 웹표준으로 구현할 수 없을 경우 EXE 방식의 대체기술 사용을 제한하지 않았다. 총론격인 사업 추진방향에서도 우선 "비표준 기술 제거, 다양한 PC환경 지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설치 프로그램 최소화"를 주문했지, '설치 프로그램 원천 배제'를 요구하진 않고 있다. 다수 국민이 원하는 '부가 프로그램 무설치 연말정산'은 내년 1월 실현 불가한 시나리오다.

국세청 측은 액티브X 제거를 뼈대로 삼은 연말정산 서비스 개편 방향이 '완전 무설치 방식 전환'으로 알려진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담당자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와 윈도 OS 환경에 국한돼 있던 이용자 지원 범위를 다양한 브라우저와 OS로 늘리고, 복잡하고 번거로웠던 여러 부가프로그램 설치 과정을 통합, 단순화해 편의성을 높였다"는 취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