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AI 생존경쟁...국회는 “닥치고 규제”

[2017 인터넷 결산] 인터넷은행 ‘돌풍’, 망중립성 ‘흔들’

인터넷입력 :2017/12/19 15:14

올해 인터넷 업계는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경쟁이 본격화 된 가운데, 국내 대형 포털사업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회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비트코인과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중들의 큰 관심을 끌었고,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면서도 합당한 역할을 하지 않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외산 기업들에 대한 업계 비판도 상당히 따가웠다.

또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함에 따라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많았다.

2017년 한해, 인터넷 업계를 뜨겁게 달군 이슈와 사건 사고를 총 정리 해봤다.

■ 네이버 vs 카카오, AI 기술 정면승부

네이버 프렌즈(왼쪽), 카카오미니.

지난해 ‘알파고 쇼크’ 이후, AI에 대한 기술 투자와 서비스 출시에 국내 양대 포털사들이 앞다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더 이상 후퇴하지 않으려는 생존경쟁에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네이버는 AI 플랫폼인 ‘클로바’를 출시했고, 카카오 역시 ‘카카오 아이(i)'란 AI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국내외 AI 생태계 선점에 적극 나섰다.

이후 두 회사는 각사의 AI 플랫폼을 탑재한 AI 스피커를 잇달아 출시하며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다.

네이버는 지난 8월 높은 성능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AI 스피커 ‘웨이브’를 출시했고, 카카오는 10월 카카오톡과 캐릭터의 강점을 살린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판매해 큰 인기를 끌었다.

또 네이버는 10월 말 사양은 낮추고 디자인은 살린 두 번째 AI 스피커 ‘프렌즈’를 출시해 전작인 웨이브보다 단 시간에 더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AI 스피커 시장에 관심을 집중시킨 두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홈 시장을 노리는 등 AI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 나섰다.

네이버는 이동통신과 IPTV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LG유플러스와 AI 스마트홈 구축을 위한 동맹을 맺었다. LG유플러스의 IPTV 서비스와 홈사물인터넷(IoT)에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 협력으로 사용자들은 네이버 AI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방송과 홈IoT 시설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또 대우건설과 손잡고 푸르지오 아파트에 클로바를 기본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예약접수분까지 약 8만대의 카카오미니를 판매한 카카오 또한 다양한 협력사를 통해 AI 생태계 구축에 나선 상태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아이를 코맥스의 스마트홈 기기에 탑재, 가정 내 사물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카카오는 코맥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카카오는 지난 8월 말 GS건설, 포스코건설, 포스코ICT와 협업을 통해 스마트홈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또 이 회사는 카카오 아이를 코맥스의 스마트홈 기기에 탑재, 가정 내 IoT 환경을 구축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제휴로 코맥스 비디오폰, 월패드 등을 카카오톡 메시지나 음성명령으로 집 안팎에서 제어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카카오는 롯데정보통신과 사업 협력을 통해 롯데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카톡을 통해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음성 주문서비스도 가능한데, 여기에는 롯데정보통신의 빅데이터 플랫폼과 카카오의 통합 AI 플랫폼인 카카오 아이 기술이 활용된다.

■ 포털 수장 불러다 면박 준 국감…인터넷개인방송 질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올해 국정감사는 네이버, 카카오를 향한 국회의 날선 공세가 그 어느 해보다 거셌다. 또 사회적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인터넷개인방송에 대한 따끔한 지적들이 여야 구분 없이 쏟아졌다.

지난 10월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포털의 공정성과 뉴스 편집 배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또 이 전 의장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난 것을 두고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총수에게 가해지는 사익 편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 같다는 비판도 받았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네이버의 높은 포털 점유율과 뉴스 공정성 문제 등 갑질 의혹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별도의 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하는 등 이 전 의장을 궁지로 몰았다. 포털에 허가사업자 수준의 정보 공개 의무화와,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를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그러자 여당에서는 “증인이 죄 지어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다. 죄인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 기업을 해외 시장에 뻗어 나게 한 사람을 매도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

이해진 전 의장은 계속된 국회 지적에 “페이스북과 구글은 한국에서 엄청난 돈을 버는데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트래픽 비용도 안 내고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안 된다”며 “유럽의 경우는 미국 기업과 싸워 살아남기 위해 자국 기업을 돕는 법을 만드는 상황이라며 세계 시장을 놓고 봐야 한다”는 말로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이 때부터 인터넷 업계에는 다국적 기업인 구글의 투명한 매출 공개와, 정당한 세금 납부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이에 구글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한국에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했으나, “그래서 얼마?”란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올 국정감사에서는 아프리카TV, 팝콘TV 등 인터넷개인방송의 과도한 후원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아프리카TV는 1일 후원 한도 3천만원, 팝콘TV는 1일 후원 한도 무제한으로 설정돼 있어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온 것이다.

당시 고용진 의원은 “BJ들이 별풍선 수익을 많이 벌수록 회사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여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아도 자율규제가 되기 힘들어 보인다”며 “제도적으로 강제하기 전에 (회사가) 뭔가 개선책을 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강제적 규제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국정감사에서 별풍선 후원 일 한도가 3천만원이라는 사실에 지적을 받고 있는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

이 같은 지적에 국회와 정부, 업계와 시민단체 등은 인터넷개인방송 자율규제를 위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를 만들기로 했다. 국회는 이번이 사실상 업계 자율규제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협의회 활동을 계속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페이스북은 KT 캐시 서버에 접속돼 있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접속망을 임의로 차단시킨 이슈가 커져 국회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또 이는 망사용료 부담 문제로 번져 페이스북이 발생시키는 트래픽 대비 적은 망사용료를 지불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통신사들은 페이스북이 네이버보다 5배 이상의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망사용료는 반대로 약 5분의 1밖에 지불하지 않는다며 지적했다. 그러자 국회와 정부에서도 페이스북의 접속망 차단에 대한 진위를 가리고, 정당한 망사용료 지불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 美 망중립성 폐기 우리나라에 불똥 튈까

5명으로 구성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가운데가 아짓 파이 위원장이다. (사진=FCC)

FC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오바마 행정부 시절 확립됐던 망중립성 원칙을 표결을 통해 폐기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국내 인터넷 업계는 FCC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국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망중립성 원칙은 인터넷에서 특정 트래픽을 임의로 차별하거나 차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원칙에 따라 누구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한다.

하지만 FCC의 새 결정에 따라 미국 이동통신사들은 넷플릭스,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기업들의 서비스 트래픽에 따라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추가 비용을 내면 사업자 회선별 인터넷 속도를 더 빠르게, 적은 비용을 내면 느리게 할 수도 있다.

그 간 강력한 의무를 가진 분류(타이틀2)에 속했던 통신사들이 이번에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은 정보서비스 사업자(타이틀1)로 재분류 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FCC가 전례없이 혁신, 창의성, 시민의식을 높여준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면서 “앞으로 더 긴 법적 논쟁이 시작될 것이며 넷플릭스는 FCC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혁신가나 크고 작은 반대론자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내 인터넷업계도 망중립성 원칙이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 등 기본적인 인권 가치를 확산시키고, 혁신과 경쟁, 개방성과 다양성을 발현하고 확대하는데 기여해왔다는 입장이다.

이어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가 자칫 미국을 넘어서 망중립성 원칙을 지지하는 전 세계 다른 국가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가 어떤 방식으로든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으로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현…비트코인 열풍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올해 인터넷 업계뿐 아니라 전통 금융 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개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이 없는 특성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원가 구조, 다양한 고객 접점, 방대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또 처음부터 모든 서비스가 디지털로 구축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과 신속한 의사 결정이 특징이다.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활용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혁신적인 모바일 뱅크 구현을 통한 은행 산업 경쟁 촉진, 핀테크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가 되리란 기대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해 12월 본인가 승인을 받은 케이뱅크로, 올 4월 대 고객 영업을 시작했다. 2호점인 카카오뱅크는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해 돌풍을 일으켰다.

케이뱅크는 오픈 사흘만에 신규 계좌 가입자 수가 10만을 넘어섰으며, 카카오뱅크는 오픈 하루 만에 계좌개설선 수가 30만좌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전통 금융 시장을 인터넷전문은행들은 편의성 등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사진=케이뱅크)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이 기대 이상의 ‘메기효과’를 가져온 이유는 100% 비대면 기반의 새롭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 이용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또 예금은 기존 은행권보다 높은 이자를 주고, 대출 이자는 낮은 금리를 적용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한 덕분이다.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터넷전문은행의 이용과 경험을 촉진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기능별로 여러 앱으로 나눠놨던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 서비스와 달리, 하나의 앱으로 여러 기능을 통합해 제공하고, 사용자 환경이나 디자인을 직관적으로 구성한 점 또한 성공 요인으로 해석된다.

이제 인터넷전문은행에 남은 과제는 사용자들의 신뢰를 더욱 끌어올리고, 혁신의 주체인 인터넷기업들이 높은 지분을 확보해 보다 주도적으로 사업을 끌어갈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개선 부분이다.

또 부처별로 산재해 있고 과도한 보호를 요하는 개인정보보호법도 미래 시대에 맞게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암호화폐(가상통화) 중 하나인 비트코인(사진=픽사베이)

이 밖에 우리나라 금융 화폐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는 비트코인이 하나에 2천만원을 호가하며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과열된 투기 세력이 개입해 거품이 잔뜩 꼈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기존 화폐를 대신할 혁신적인 새 화폐로 비트코인이 쓰일 것이란 기대와 전망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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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우리 정부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가상통화)에 대한 투자 과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이를 조건부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해 원칙적으로 유사수신행위자로 규정하되, 일정한 조건을 갖춰 운영하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입법안을 추진하기로 계획했다. 여기에는 외국인이나 미성년자의 계좌개설과 거래를 금지하고, 금융기관이 가상통화를 보유하거나 매입, 담보취득, 지분 투자를 못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