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가능성-한계 보여준 고양이게임

컴퓨팅입력 :2017/12/08 15:58

손경호 기자

화폐가 아니라 일종의 프로그램을 블록체인 상에서 구현해보겠다는 취지로 등장한 이더리움 프로젝트 내에서 최근 재미난 서비스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게임이 그것이다.

블록체인 관련 전문가들은 크립토키티가 현재 수준에서 이더리움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캐나다 밴쿠버 소재 스타트업 액시엄 젠(Axiom Zen)이 서비스하기 시작한 크립토키티는 한국말로 암호고양이다. 포켓몬 고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가상 고양이를 수집하고 내가 수집한 고양이를 다른 고양이와 교배해 새로운 고양이를 번식시키는 식이다.

크립토키티 속 가상 고양이.

■ 고양이 키우러 가자, 이더리움 킬러앱 부상한 '크립토키티'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게임은 지난 10월 개최된 세계 최대 이더리움 해커톤인 'ETH워털루'에서 알파버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11월28일 정식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1월23일 진행된 클로즈베타 테스트에 200명 사용자가 몰리면서 3시간 동안 여러 분산앱(DApp) 중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세번째로 활발한 스마트계약서로 부상했다. 네트워크 전체 트랜젝션 중 2%를 고양이 게임이 차지했다.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12월3일 기준 이더리움 네트워크 내 트랜젝션 비중이 15%까지 올라갔다. 그 사이 거래된 이더의 규모만 130만달러 어치에 달한다. 크립토키티 내에서 만들어진 가상 고양이는 한 마리 당 최대 50이더 가격에 판매되는가 하면 개발사가 15분마다 만들어내는 제네시스 고양이의 경우 희소성에 따라 최대 246이더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대신 개발사는 제네시스 고양이가 판매되거나 사용자들 간 경매를 통해 고양이를 사고 팔 때마다 3.75% 수수료를 받는다.

크립토키티는 여러 가상 고양이를 사고 팔 수 있으며 이들을 서로 교배해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내는 등 방식을 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다.

크립토키티 내 가상 고양이들은 제네시스 고양이가 젠0로 분류되며 젠0끼리 교배해서 나온 고양이가 젠1이다. 같은 세대 끼리만 교배가 가능하다.

■ ICO 대신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 실험 통했다

크립토키티는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달리 ICO를 통해 투자금을 모으지 않고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ICO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구상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개발비, 운영비를 비트코인, 이더 등 다른 암호화폐를 받고 그 대신 해당 프로젝트 이용권에 해당하는 토큰으로 교환해주는 투자 방법이다.

현재는 진짜 ICO와 투자금만 노린 가짜 ICO가 뒤섞여 있어 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각 마켓플레이스에서 크립토키티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이더를 주고 받으면 그에 따른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취했다. 각 거래당 3.75%가 수수료로 부과된다.

크립토키티 마케팅 디렉터인 엘사 윌크는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 이후 가장 혁명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ICO를 통한 투자금 모집에만 혈안이 된) 기회주의자나 투자 거품, 매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탓에 이 기술이 가진 장기적인 잠재력이 분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립토키티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글. 갑작스럽게 사용자가 몰리면서 서비스가 지연됐다.

■ 70년대 수준 네트워크 처리 속도 해결 관건

크립토키티는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의 현재 가진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고양이 키우기 게임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전에 없는 트래픽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쏠렸다. 그 탓에 서비스가 지연되면서 제 때 고양이를 번식하거나 매매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4일 크립토키티 공식 트위터는 "네트워크 정체로 인해 우리는 번식을 위한 수수료를 0.001 이더에서 0.002 이더로 올리는 중"이라며 "이를 통해 당신의 크립토키티가 제 시간에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만약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거래나 중요한 계약을 하다가 이런 서비스 장애가 생겼을 경우 그 피해는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만큼 네트워크의 불안정성을 개선하고 확장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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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컴퍼니 빌더를 내세운 스타트업 체인파트너스 표철민 대표는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W3C HTML컨퍼런스에서 크립토키티즈를 예로들어 "스마트계약이 이더리움의 최대 특징으로 꼽히지만 아직 성능 문제를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반 인터넷 환경과 비교해 스마트계약을 통해 구현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1970년대 컴퓨터 네트워크 수준이나 다름 없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