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진료한 뒤 의사-환자 대화 더 늘었다"

이언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

컴퓨팅입력 :2017/11/20 11:10    수정: 2017/11/20 12:47

“인공지능(AI)이 의료 및 병원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의사와 환자간 폐쇄성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변화가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천에 있는 가천대길병원은 지난해 12월 5일 국내 처음으로 IBM의 AI플랫폼 ‘왓슨’을 이용한 AI진료를 시작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현재까지 600여 명의 환자가 AI 진료를 받았다. 가천대길병원은 현재 AI 진료 효과를 분석중이다.

AI진료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은 20일 “가난한 사람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어 AI가 의료 민주화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도제 및 계층문화가 강한 의사 문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가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쉐어드 메이크 디시전(shared make decision)’이 AI 때문에 가능해졌다고 설명한 이 단장은 “이는 의료 민주화로 가는 중요한 변화”라고 덧붙였다.

이언 단장은 오는 22일 지디넷코리아 주최로 열리는 '아시아테크서밋(ATS) 2017'에서 길병원의 AI 진료 성과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ATS 사이트 바로 가기)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 10여년전 길병원의 전산화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약 10년전 이미 길병원의 전산화(BPR)를 주도했던 이 단장은 신경외과 의사로 뇌속에 센서를 집어 넣어 정보를 얻는 대형 정부 과제(뇌과학 원천기술 개발)를 주도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단장과의 일문 일답.

■지난 1년간 600여명이 진료...의사와 협업으로 만족도 높아

= AI 진료를 시작한 지 일년이 돼 간다.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작년 9월 8일 런칭 세레모니를 했다. 환자에 적용하기 시작한 건 12월 5일 부터다. 그동안 약 600여명 정도가 이용했다. 현재 그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암 진료 특성상 왓슨을 이용한 진료와 그렇지 않은 진료간 비교가 매우 어렵다. 컨트롤그룹을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AI진료를 받은 환자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올라간 것으로 본다. 왓슨 진료는 왓슨과 함께 의사 6명이 참여해 협업한다. 환자와 대화도 충분히 한다. 한 의사당 20분 정도다. 총 120분이 소요된다. 환자가 느끼는 시간만 120분이고, 사전에 의사들이 토론을 하기 때문에 AI진료에 쏟는 의사들 시간과 노력은 더 많다.

우리나라 진료 문제점 중 하나가 의사의 진료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유명한 의사일수록 더한다. 최소 30분 대기하지만 진료 받는 시가은 최대 30초다. 여기에 유명의사의 경우 최소 석달간은 예약 대기 해야 한다.

=AI도입이 국내 처음이여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부에서는 “쇼를 한다”는 비판도 있다. AI진료 도입 배경이나 이유는.

▲길병원은 이제 60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1958년에 세워졌으니, 2년 남았다. 우리는 사회에 새로운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 서울에 있는 빅4 병원 못지 않은 신뢰를 주고 싶었다.

인천에 있는 사람들이 서울 빅4 병원에 가는 것은 우리가 그들 만큼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AI진료를 통해 “길병원이 믿을만하고, 사회에 헌신(디보션)하는 병원이다”는 믿음을 얻고 싶다.

다른 병도 그렇지만 특히 암환자는 70%가 빅4 병원으로 간다. 돈으로 따지면 90% 정도의 암 진료비가 빅4로 몰린다. 암 환자 특성상 몰리는 걸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몰려도 너무 몰린다. 이렇게 몰리니 의사는 의사대로 죽겠다하고, 환자는 환자대로 죽겠다고 한다. 일본도 우리랑 사정이 비슷하다. ‘암 낭인’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암 낭인이 있다. 개인과 국가의 의료 낭비가 장난이 아니다.

빈부와 장소차에 따른 의료 불평등 문제도 상존한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답은 접근성을 높이고 분산으로 분권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이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AI를 잘 활용하면 지방에서도 빅4 못지 않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 AI 진료가 더 발전하면 동네에 있는 개인병원에서도 AI를 활용해 1차 암 상담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AI 진료는 ‘문재인 케어’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돈이 없어 양질의 진료를 받지 못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의료 철학이다. 길병원의 AI진료는 뭘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다.

우리 혼자만 살겠다는게 아니라 1,2,3차 병원이 공존공영하자는 거다. 우리도 이제 어느 정도 덩치가 커졌다. 한단계 점프가 필요하다. AI 뿐 아니라 로봇도 최근 들여왔다. 4차혁명시대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AI진료는 길 병원이 의료 민주화의 기수가 되겠다는 거다.

■ “AI활용해 무결점 병원 만드는게 꿈”

=지난 1년간 시행한 ‘완슨 진료’의 효과를 분석중이라는데...

▲지난 여름에 그 결과를 한번 발표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응답자 수를 늘리고 문항도 조금 바꾸었다.

왓슨 진료로 환자가 더 내는 비용은 7500원 밖에 안된다. 반면 여러 의사들한테 충분히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현재 약 600명 정도가 AI 치료를 받았다. 무결점 공장처럼 AI를 활용해 무결점 병원을 만드는게 목표다.

=AI가 의사들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도 나온다.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오히려 AI와 협력해 더 좋은 진료하고, 에러율을 줄일 수도 있다. 인간과 AI간 협업(콜래버레이션)이 필요하다. 학생들한테 강의하러 가면 “선생님 때문에 의사가 되기도 전에 밥숟가락 놔야 한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잘못된 생각이다. 그런 걱정 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경쟁 구도는 AI 대 휴먼이 아니다. AI를 잘 쓰는 의사와 못쓰는 의사간 경쟁이다. AI가 두려워 의사를 포기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AI진료가 처음이여서 반대도 있었을 것 같다.

▲반대도 많았다. AI도입으로 의사들 공부 양이 늘었다. 의사들한테 좋은 소리 못듣는다. 지금도 뒤가 따갑다.(웃음) .

10여년전에 길병원의 전산화(BRC) 작업을 주도한 적이 있다. 그때도 욕 많이 먹었다. “재단을 말아먹으려 한다” 는 비난까지 들었다. 그때 생긴 맷집이 이번에 도움이 된다(웃음)

“의료 수가로 인정해줘야”...지난 10월 컨소시엄 구성

=AI진료에 따른 가장 큰 애로점은.

▲의료수가에 반영이 안 된다는 점이다. AI는 의료기기가 아니다. 이 때문에 수가에 반영이 안된다. 정부에 의견을 개진했고, 식약처 관계자들이 여러번 다녀갔다. AI가 이전 약품과 완전히 다르다 보니 당국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AI진료가 우리나라의 의료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이 약 100조 원 정도다.

=미국 유명 병원이 ‘왓슨’사용을 철회했다는 말이 있다.

▲MD 앤더슨 병원이다. 기능과 성능 때문이 아니다. 무슨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것 같다. 거기 왓슨 책임자가 앤더슨 최고경영자(CEO)의 부인이다. 중국계인데 이사회 결정을 제대로 안받고 왓슨 도입을 추진, 문제가 됐다. 다른 하나는 IBM 선점을 못마땅히 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업체들이 꾸민 음모론이라는 말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왓슨’ 사용이 확대됐다. 커뮤니티급 병원도 사용한다. 포천지가 그랬다. “AI진료가 보편화되면 텍사스 시골에서 굳이 뉴욕으로 와 진료 받을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중국도 AI진료에 적극적이다. 시진핑 주석이 “2000개 깔아라”고 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 추진단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왓슨 데이터가 미국 데이터여서 우리가 쓰기에 적절치 않다는 말도 있다

▲괜한 걱정이다.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다민종국가다. 미국거면 세계적인 거다. ‘펄슨 스페시픽(개인별 특화)’은 타당하지만 ‘국가별 특화(컨트리 스페시픽)’는 말이 안된다. 차이나 스페시픽(중국 특화)이란 말이 없지 않나. AI를 활용해 우리나라가 치료를 제일 잘하는 암을 발굴, 우리나라가 세계적 지침(가이드라인)이 되게 하고 싶다.

=보안 문제는 없나.

▲자주 듣는 질문이다. 왓슨은 클라우드 서비스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가 있다. 클라우드 보안 문제와 같다. 환자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 클라우드 서버에서 캐시(임시 저장 메모리) 형태로 입력하고 분석한다. 혹자는 “IBM이 털리면 어떻게 되는냐”는 질문도 한다. 웃으면서 대답한다. “길병원을 털지 왜 더 어려운 IBM을 털겠냐”고.

=AI를 도입한 병원이 참여하는 인공지능 헬스케어 컨소시엄을 만들었다는데...

▲지난 10월 30일 발족했다. 내가 초대 회장이다. 가천길병원과 부산대병원, 대구 가톨릭대병원,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광주 조선대병원 등 6개 병원이 참여했다. 인공지능 헬스케어 관련 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산업간 참여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조만간 2개 병원이 더 참여한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이 약하다. AI 진료도 마찬가지다.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관련기사

▲그렇지 않아도 원천기술 문제로 크게 시달렸다. 원천기술을 확보해야지 왜 IBM 기술을 들여와 종속케 하는냐는 것이다. 하지만 원천기술은 진료원(병원)이 다룰 일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AI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엑소브레인’이 대표적이다.

원천기술은 원천기술대로 하고, 병원은 애플리케이션을 해야 한다. IBM, 구글, 엔비디아 등이 AI 원천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우리는 이걸 가져다 창조력을 발휘,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유지하면 된다. 이렇게 가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원천기술을 등장하면 이때 접목하면 된다. 이렇게 투 트랙으로 가야 4차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는다.